금리상승,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된 경기둔화로 수익성 저하 우려
리스크 요인 다양해 맞춤형 전략 필요
‘젊음’과 ‘디지털’로 은행 신성장 동력 수혈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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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올해 은행업계는 국내외 경기둔화로 대출 증가폭은 감소되는 반면 연체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및 기업대출 영업기회 축소 등으로 인해 성장폭이 약화될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며 핀테크 산업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 금리상승·무역분쟁·대출 규제 강화·경쟁자 등장…산재한 리스크 요인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2019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에서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으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연은 올해 은행의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이슈를 거시환경·규제환경·경쟁환경 등 세 가지로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우선 거시환경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금리상승, 지속되는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내수경기 둔화 등을 지목했는데 이러한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 은행은 건전성 악화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산업별·지역별·해외시장별 위험을 감안한 자본관리와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규제환경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련 규제강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비용 증가 등을 예상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은 대출자산의 건전성관리 강화, 기업대출 확대 등 포트폴리오 조정과 비이자수익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며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경영관행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경쟁환경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신탁사업자가 추가로 인가되는 등 진입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금융업권 내 경쟁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이에 은행은 디지털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핀테크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지배구조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시중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한국은행은 2.7%, OECD는 2.8%,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7%로 내다본 것에 비해 시중은행장들은 이보다 0.1%p~0.2%p 낮게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 역시 국내은행의 자산성장률을 3.86%로 전망했는데 2016년부터 5.49%, 5.86%, 4.33%(추정)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대출자산 성장률이 높지 않기 때문일 거라는 분석이다. 순이자마진은 일부 상승해 이자이익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해 올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조원 가량 감소한 9조8000억원으로 내다봤다.

 

▲ 디지털 사업 확대해야 살아남는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불안요인이 적지 않아 미래 전략을 새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자금중개기능 강화, 적극적인 글로벌화·국제경쟁력 제고를 통한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 마련,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지속·확대를 약속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디지털 전환’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역시 신년사에서 “은행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로 재해석해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세대 전산시스템인 ‘더 K 프로젝트’와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전행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 행장은 디지털혁신부문장도 겸하며 2025년까지 디지털 관련 분야에 2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디지털 신기술인 ‘시선추적 기술 적용 ATM(Eye-Tracking ATM)'을 국내 금융권 최초로 개발했다. 이 ATM은 입출금, 이체, 송금, 예금조회 등 ATM이 제공하는 모든 은행 서비스를 화면 터치 없이 눈의 움직임만으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신한은행은 밝혔다. 또한 모바일뱅킴 플랫폼인 쏠(SOL)에도 시선추적 및 시선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눈만 움직여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TM을 개발했다.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눈만 움직여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ATM을 개발했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국내은행 최초로 디지털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핀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분야의 창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지방은행들도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관련 부서를 신설 및 개편하는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신용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활로를 내줬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이 데이터의 용도를 결정하고 직접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유를 허용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금융·통신 쪽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입행원 대거 채용해 ‘젊은 디지털’ 꿈꾼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대거 물갈이를 실시했다. 지난해 최대실적을 거둔 은행권이지만 대규모로 희망(명예)퇴직을 실시해 5대 시중은행에서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정확히는 2048명이고 신입행원 채용 수는 3550명이다. 일자리창출이라는 정부의 메시지가 더해진 결과지만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어 IT·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직원을 많이 뽑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입행원 연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는데,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문제가 됐던 신입행원 100km행군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강화했다. 빅데이터, AI와 같은 디지털 핵심 기술에 대한 기초 이론 교육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코딩 실습 교육이 포함됐다.

신한은행도 일반적인 은행직무 지식 외에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해 창의성을 기반으로 연수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연수를 계획했다. 디지털, 글로벌, IT, 빅데이터 등 분야별 유관부서를 방문하는 등의 실질적인 학습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기업은행도 과거 IT 관련 전공자와 경험자로 한정했던 ‘IT 분야’ 대신 ‘디지털 분야’를 신설하고 이공계열과 자연계열 전공자(IT 근무 경험자 포함)로 지원 자격을 확대해 신입행원을 채용하기도 했으며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신입행원 특강에서 “디지털 시대의 인재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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