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국회법 규정 시기를 넘길듯

17대 국회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원구성 협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어 여야가 출범부터 원구성 시동이 불발됐다. 여야는 3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원구성 17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첫 공식 회동을 가졌으나 원구성 협상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기싸움만 벌였다. 먼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큰집에서 인심난다고 했으니 여당이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주문하자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야당이 공격 자세를 조금만 늦추면 잘 될 것”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김 대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개혁 과제들을 묶어 국회 자정 선언이나 새 정치 실천 선언을 하는 것은 어떠냐”, “예결위 상설화와 전문상임위 제도도입을 검토하자”고 잇따라 제의하는 등 회담 주도권 장악을 시도했다. 이에 천 대표는 “국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소위원회 회의를 공개해 의원들의 책임을 제고하고 국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또한 김 대표는 "예전에는 여당 원내총무가 야당과 합의하려면 일일이 결재를 받으러 다녀야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측근인 천 대표 같은 분을 만나 다행"이라고 천 대표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측근하고는 관계가 없다"며 "지금 우리당은 명확하게 당정분리를 시행하고 있으며, 결재 받을 일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반격에 나선 천 대표는 "국민들 얼굴을 찌푸리게 했던 것들을 처음부터 개혁하자"며 "불법자금 국고환수법이나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보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뿐 아니라 날치기, 폭언, 몸싸움, 지역주의 발언 등도 규제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것들은 수석부대표끼리 논의하게 하자"고 받아넘긴 뒤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정치실천선언이나 국회 자정선언 같은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역제안을 했다. 김 대표는 또 원구성에 대한 각종 의제를 선점하려는 듯 전날 수석부대표 회담에서 이미 제안한 예결위의 상설화와 상임위 소위 활성화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일부에선 1부처 1상임위 주장을 하고 있는데 폭넓게 검토해서 빠른 시간 내에 결론짓자"고 말하기도 했다. 천 대표는 우리당 원내부대표가 모두 초선으로 구성된 사실이 화제가 되자 "우리당에선 선수파괴란 말까지 나왔다"고 소개한 뒤 "당선자 70%가 초선이라서 부대표를 모두 초선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도 초선 의원이 과반이 넘고 기대도 높다"면서도 "그러나 의회는 기본적으로 시니어리티가 중요하고, 선수파괴가 꼭 필요한 지는 검토해야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천 대표는 또 이날 회동에 배석한 한나라당 이병석 부대표에 대해 "예전에 함께 일해봤는데 터프하다"고 평한데 대해 김 대표가 "활동적이지만 마일드하다"고 받아치자 "박영선 의원 정도는 돼야 마일드 한 것"이라고 재응수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회동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배분과 국회 의장단 구성 등 원구성협상의 최대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50여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따라 국회의장단에 이은 상임위원장 선출 등 17대 국회의 본격적인 가동을 위한 원구성이 국회법에 규정된 시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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