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치공세” 일축…野 “앞으로 휘슬블로워 더 나올 것” 엄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좌)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우)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좌)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우)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더불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민정수석까지 출석시킨 국회 운영위원회가 일찌감치 집중됐던 높은 관심도에 비해 별 다른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 야권의 거센 공세가 예고됐던 만큼 조 수석을 비롯해 국회 출석현장부터 대체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작 운영위가 열리자마자 의사진행발언으로만 40분 이상 지연되고 질의 시간 역시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에 대한 부분만 반복됐을 뿐 청와대 측이 이를 확실하게 인정한다든지 새로운 의혹을 끌어낸다든가 하는 성과는 당초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날 운영위에서 규명하려던 민간인 사찰 의혹 뿐 아니라 최근 추가 폭로된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발언까지 나오는 등 점점 정쟁 양상으로 비화됐는데, 이번 운영위가 야권에 당청을 압박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기보다 자칫 청와대에 면죄부만 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겨우 열린 운영위, 증인 채택 설전에만 수십분 보낸 이유는?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는 상임위 입장 전부터 조 수석이 ‘삼인성호’(거짓말도 여럿이 계속 반복하면 사실처럼 여겨진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거론했을 만큼 청와대 측이 각종 의혹에 대한 인정과 사과보다는 적극적 반박과 맞대응으로 일관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무엇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 출석 요청에도 불출석 관행을 들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칫 출석 자체가 의혹 시인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는지 조 수석은 이날 운영위에서의 현안보고에서도 “고 김용균 씨가 소환했다”며 김용균법 통과를 우선해 내린 대통령 결단 때문이지 야권의 주장을 인정한 건 아니라는 점에 못을 박았다.

이런 태도 때문인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초반부터 이날 나온 조 수석과 임 비서실장 외에도 실무진 격인 비서관 4명과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까지 출석해야 확실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합의된 바와 다르지 않느냐고 맞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홍영표 운영위원장과 수십 분 간 언쟁을 벌였다.

특히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태우 수사관과 민정수석과 감찰관의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직접 업무를 지시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안 왔다”며 “유재수 부산경제부시장과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인사 개입한 사실이 발견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자연인이 된 이인걸 특감반장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정수석이 출석하면 핵심적인 박 비서관도 출석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에선 박주민 의원이 “국회법 증인감정법률 5조5항을 보면 증인 출석 요구일로부터 7일 전 요청해야 한다”며 다른 비서관을 추가 요청하려면 미리 신청했어야 된다고 반박했는데, 다만 이 같은 설전이 단순히 기선제압을 위한 기 싸움이라기보다 비서관들까지 모두 참석했을 경우 조국 수석 등과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즉석으로 답변의 진위 여부를 대조, 확인할 수 있어 추가 증인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관련해 ‘불기소 이유서’를 확인했느냐고 묻는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조 수석은 처음에 “확인했다”고 답했다가 이후 “문서를 보진 않았고 이유는 확인했다”고 번복했는데, 뒤이어 김 의원이 ‘그러면 우윤근이 입건됐다, 불기소됐다, 무혐의됐다, 이유도 들었다, 누구로부터 들었나’라고 추가 질의하자 조 수석은 “이유를 당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해 김 의원으로부터 “그러니까 반부패비서관이 이런 데 나와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조 수석은 “그건 반부패비서관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공식 결정이었고 누구를 통해서가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공식 결정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다시 반박하면서 계속 공방을 벌였다.

◆ 靑·민주당 ‘법·규정’ 내세워 野 공세 ‘철벽’ 방어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국회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국회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또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주로 과거 판례 등 법적 사례를 내세워 방어에 나섰다면 야권은 지금까지 나온 보도내용들을 바탕으로 ‘내로남불’이란 논리를 무기 삼아 공격에 들어갔는데, 김태우 비서관이 폭로했던 박용호 서울창조경제센터장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조 수석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직유관단체라 비리를 확인하고 관련 부서에 전달하지 않게 되면 제가 부패방지 및 권익위법에 따라 불법을 범한 게 된다”며 창조경제센터장 조사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야권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이라 함은 판례에 따라서 몇 가지 요건이 있는데 첫째는 권력기관이 지시를 해야 되고 정치적 의도와 이용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한 특정 대상, 특정 인물을 목표로 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김태우 요원이 수집한 민간 정보가 부분적으로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민간정보는 이 같은 요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고 그러한 민간 정보조차 저희 검증시스템, 데스크를 통해서 또는 감찰 반장을 통해서, 또는 반부패비서관을 통해서 폐기되거나 또는 관련 부서로 전달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동향과 세평 문건 관련 의혹에 대해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법원은 ‘세평 수집은 법률상 용어는 아니지만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 복무점검, 직무감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얘기하고 이전 정권에서도 했던 일”이라며 “세평 수집이 위법하려면 겁박하고 약점을 잡아야 되는데 이 문건에는 사퇴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임명 경위, 출신 등이 적혀있으나 그 어디에도 개인적 취약사항, 비위사항이 적혀있지 않다”고 ‘블랙리스트’라는 야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정리하면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첫째 계획을 세우고 둘째 정보를 동원해 세 번째는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서 성공했든 안 했든 그렇게 돼야 법적 요건이 맞다”며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연주 KBS 사장 퇴출 관련 문건을 예로 든 뒤 “전 정권 시절에 임명된 인사가 임기를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출하기 위해서 청와대 또 감사원, 국정원 이렇게 동원된 적 있나”라고 역공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수석도 해당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비서관을 공익제보자라고 칭하는 야권을 향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되면 또 기존의 판례에 따르게 되면 폭로의 목적에 공익성이 있어야 하고 둘째, 내용에 진실성이 있어야 된다”며 “이 경우는 자신의 비위를 무마하기 위한 악의적 목적이기 때문에 목적에 공익성이 없고 내용에 있어서도 진실성이 없다”고 적극 항변했다.

◆ 한국당, ‘논리’로 파고들어 靑 압박…‘결정적 한 방’은 없어

강효상 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강효상 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그러자 야권은 논리적으로 파고들면서 청와대 측을 몰아붙였는데, 조 수석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그 문건에 있는 분 중 임기 전 퇴직은 4명, 2명은 임기 만료까지 근무, 7명은 임기 초과근무, 현재까지 계신 분이 3명”이라며 “만약 블랙리스트 만들어 조직적으로 이 분들 찍어낸다 한다면 어떻게 임기 다 채우고 지금까지 근무했겠느냐”고 반문한 데 대해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4명만 나갔다고 하지만 (20명 중) 4명에 대해선 범죄를 성공하고 나머지 10여명은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한국당에선, 임의제출을 요구해 받아낸 휴대전화를 민정수석실 측이 포렌식 기법으로 살펴봤던 점도 꼬집어 최교일 의원이 “조 수석께서 2003년 압수수색의 합법성 기준 재검토 논문 쓰신 것 기억나느냐. 동의의 범위를 넘는 압수수색은 불법이라고 한 것이 조 수석님이 쓰신 논문 내용”이라며 “휴대전화를 반강제적으로 빼앗아서 모든 내용에 대해 본다는 것은 평소 인권과 정의를 외치는 조 수석과 맞지 않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최 의원은 이번 논란을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일탈 정도로 치부하는 조 수석을 겨냥 “어떤 조직에서 그 조직원이 잘못하면 그 책임자는 책임지라고 있어서 책임자”라며 “조 수석 태도가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의 경우 일일이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의 사전적 정의를 내리면서 반박하는 청와대와 여당 측 대응을 지적하며 “판례에 입각해서 그렇다고 그러는데 문 정권의 사찰과 블랙리스트는 변종 단계로 들어서서 전임 정권에서의 사찰과 블랙리스트하고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게 결국 사법부로 가면서 새롭게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운영위에서의 열띤 공방에 비해 새로운 폭로 등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심지어 청와대의 민간기업 인사개입 의혹 등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나오자 조 수석과 임 실장 사퇴를 촉구했던 민주평화당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전략 미스로 보인다. 아젠다를 설정치 않은 것으로 보이고 팀플레이가 안 되는 모양새”라며 “이렇게 하다간 면죄부를 줄 것이다. 본격적으로 큰 사건을 터뜨려 주목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단 하루에 많은 의혹들을 ‘3~5분’ 남짓한 개개인 질의로 풀어내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지만 어렵게 운영위로 조 수석까지 출석시킨 만큼 그만한 결과가 없으면 야권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한데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범법에 관해선 앞으로 저희가 운영위에서 더 밝히고 휘슬 블로어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데 비추어 신 전 사무관 등의 추가 폭로도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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