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이후에도 원외 탈당 지속돼 孫 타격…‘상승세’ 한국당, 계파투쟁 재발 조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반사효과에 힘입어 야권에 한껏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가면서 리드하는 양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그 존립 자체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이학재 의원이 지난 18일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데 이어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탈하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는데 이 같은 위기 국면을 과연 현재의 손학규 리더십으로 돌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줄 탈당’ 이어지는 바른미래, 孫 ‘당 통제력’ 흔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내년을 맞이하는 각 당의 표정은 벌써부터 희비가 엇갈린 듯한데, 청와대 특감반 사태 등으로 역대 최저치를 매주 경신하며 추락 중인 대통령 지지율에 설상가상으로 소속 의원의 ‘공항 갑질’ 구설수까지 겹친 민주당이 40%선 아래로 확실하게 떨어진 데 반해 한국당은 30%선을 향해 내달리며 25%선 위로 분명하게 치고 올라온 모양새다.

이렇듯 정부여당에서 돌아선 여론까지 야권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한국당이 이들을 흡수하는 구심점처럼 작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다음 총선 이후 당의 존립 여부 자체를 확신할 수 없어진 중소야당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한국당과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바른미래당의 경우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3당 지위에도 불구하고 탈당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이런 고민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데 한국당 조강특위 심사 직후 이학재 의원을 탈당 추궁조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18일, 바른미래당 대구시당위원장이던 류성걸 전 새누리당 의원과 황영헌 바른미래당 전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같은 당의 김경동 전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권세호 전 수성을 당협위원장 등도 전격적으로 한국당 입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들 대구지역 원외 인사들은 이날 한국당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적 쇄신 조치로 보수 통합을 위한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입당하게 됐다”고 밝혀 본격적인 ‘연쇄 탈당’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는데, 이에 앞서 바른미래당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기도 했던 이지현 전 서울시 의원까지 한국당으로 복당해 서울 강남지역 당협위원장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해석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놓은 데에는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 접수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이진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탈당했다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당에 영입 형식으로 모셔온다면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부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던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선지 한국당 당협위원장 공모 마감 직전 유승민 의원이 직접 대구의 주요 바른미래당 인사들과 회동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진정시키는데 몸소 나선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 결과 당초 한국당 대구 중구-남구 당협위원장 도전이 유력했던 김희국 전 의원과 윤순영 전 대구 중구청장 등은 한국당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한국당을 나와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던 ‘인재영입 1호’ 신용한 전 충북지사 후보마저 입당 10개월 만인 26일 “바른미래당은 나의 소신이나 비전, 가치, 철학과는 너무도 크게 결이 어긋나 있었다”면서 끝내 탈당을 결행해 비록 한국당으로 돌아간 건 아니지만 다시금 당 내부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계속되는 탈당 때문에 흔들리는 당 상황을 의식했는지 26일 “당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하는 분들 중 일부는 탈당이나 한국당 복당을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이 창당한 그 뜻을 우리 당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는데, 불과 두 달 전 있었던 “수구보수로 갈 사람은 가라”는 식의 호기 어린 대응과는 대조를 이룰 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현재 원외인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탈이 자칫 원내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되는데, 이미 유승민 의원 덕에 잠시 관망세로 전환될 수 있었던 만큼 향후 유 의원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탈당 여파도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일단 손 대표는 유 의원과 관련 “지금 탈당할 생각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 연락했고 곧 만날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 지지율 부진도 당 위기에 한 몫…당협 공모 신청 역시 저조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12월 4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 ⓒ리얼미터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12월 4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 ⓒ리얼미터

아울러 또 다른 문제 중 하나인 당 지지율과 관련해서도 손 대표는 “정치인은 자신의 위치, 방향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며 “당장 우리 당 지지율이 급속하게 올라가지 않는다고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보고, 대한민국 정치에 내가 중요한 새 정치를 일궈나가는 인사가 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동요하지 말 것을 각별히 당부했는데 실제로 당 지지율에서도 한 자리 수에 장기 고착화되어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4~25일 전국 성인남녀 1071명에게 조사해 26일 발표한 12월 넷째주 정당 지지율 정례조사 결과(95% 신뢰수준±3.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이 34.7%, 한국당이 24%로 두 자리 수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정의당과 같은 7.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전 조사 당시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9월 2주차 때 9.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론 지금껏 내내 ‘7%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낭보로 해석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고, 심지어 T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조사해 27일 발표한 12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95%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여전히 정의당(8.6%)에도 못 미치는 4위(8.2%)에 머무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이번 주 상승한 정당들 중 가장 높은 상승폭(2.6%포인트)을 보였으며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지역과 20대, 중도층의 결집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게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 지역의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들이 일부 한국당 복당까지 감행했음에도 한국당에선 이 지역 지지율이 떨어진 데 반해 바른미래당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상승을 이 지역 의원인 유 전 대표 덕이라 보기엔 그간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줄곧 저조했던 걸 설명할 순 없는 만큼 바른미래당 자체 요인보다는 한국당 내부 상황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한국당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 중인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 공모 신청 현황은 추가 공모계획조차 없는데도 절반도 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인데, 당협위원장 공모 마감시한을 나흘 앞둔 27일 현재 253개의 당협위원장 중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데 반해 한국당은 18~20일 당협 공모를 진행한 데 이어 25개 지역에 대해선 신청이 완료됐음에도 28~31일 간 당협위원장 후보를 더 받아 경쟁시키겠다고 추가공모계획까지 발표하고 있다.

양당 격차가 이렇다 보니 손 대표도 현실보다는 명분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그동안 양당 통합을 해서 어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당 단합이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숫자를 많이 늘리는 게 (중요한 게)아니라 제대로 된 지역위장을 맡기겠다고 해서 지금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다”며 “‘의석이 바른미래당에 있어서 공천 받을 수 있을까’ ‘다음에 국회의원 될 수 있을까’ 이런 단기적인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지 말고 우리 정치의 미래를 보고 나를 희생한다는 생각과 자부심, 긍지를 가져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회는 한국당 내분 뿐?…한국당 전대 결과 따라 운명 갈릴 듯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김무성 의원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다시금 한국당 내부에서 계파 내홍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김무성 의원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다시금 한국당 내부에서 계파 내홍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노려볼 만한 기회는 자체 역량을 통해서라기보다 그저 한국당의 내분을 이용하는 방안 외엔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친박계 출신 홍문종 의원이 26일 비대위-중진 연석회의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에 왔다면 친박당은 사라졌을 것’이라고 했던 김무성 의원의 이달 중순 ‘잡지 인터뷰’ 발언을 꼬집어 “계파 발언하는 것 아니냐.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문제 제기하면서 한국당 내에도 다시금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일찍이 계파 내홍을 재발시킬 것으로 점쳐졌던 한국당 조강특위의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선 예상외로 큰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일부에선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담은 탄핵백서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데, 내년 2월 중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어느 계파가 잡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의 운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탄핵 찬성파가 한층 힘을 받을 만한 여건이 전당대회 이후 확실히 갖춰지게 된다면 아직 잠잠한 듯 보이는 유승민계 의원들도 바른미래당 탈당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친박계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결과가 나올 경우엔 복당의 여지가 없어지는 만큼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은 외적요인에 휘둘릴 수 있는 취약한 상태인데, 위기에 봉착한 당을 단지 현 기조를 유지하는 정도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아 국면 돌파를 위해 지도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바른미래당의 향방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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