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4개월 남기고 최대 위기 맞아
사퇴 압박에도 정면돌파로 위기 넘겨
내년 행보에 따라 임기 채울지 이목 집중

황창규 KT 회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황창규 KT 회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올 한해 KT는 바람잘 날이 없었다. 올 초부터 불거진 황창규 KT 회장 불법정치자금 기부 의혹부터 연말에 터진 아현지구 화재에 이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까지 외풍에 취약한 KT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또 그룹에 만연된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등 법규위반 사례가 속출하며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조치까지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황 회장도 올 한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리더십이 도마에 안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 초에 불거진 황 회장의 불법정치자금 기부 의혹은 황 회장 사퇴설로 번졌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불법정치자금 규탄 및 검찰의 수사 촉구로 이어졌고, 결국 경찰 포토라인에 섰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현직 KT CEO가 경찰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처음으로 사퇴카드를 꺼내 들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까지 나돌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 초부터 CEO리스크가 부각되자 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KT새노조는 황 회장 퇴진론을 꺼내들며 최근까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황 회장과 KT의 위기는 현재진형이다. 올 초 황 회장은 결의식에서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기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난국을 해쳐나가기 위한 다짐을 다졌지만 올 연말까지 이어진 황 회장과 KT 행보를 놓고 보면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불법정치자금 기부 의혹 사건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는 모양새로 접어들며 한숨 돌리는 사이 5G 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아현지구 화재에 이어 최근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내우외환을 또 다시 겪고 있다.

아현지구 화재 사건은 황 회장 거취 문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시민단체 및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에 나서고 있어 황 회장으로선 상반기에 이은 대형 악재임은 분명하다.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인근 상인들은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사퇴 압박에 나서고 있다. 노 위원장은 “KT아현국사는 화재 발생하기 3년 전부터 C등급 국가통신시설임에도 D등급으로 축소 분류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36조제2항을 위반했다”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위기 상황임에도 황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퇴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앞서 올 초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구속 위기까지 몰렸지만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한 끝에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경찰 수사가 KT 흔들기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낸 이유이기도 했다.

아현지구 화재 사건 역시 황 회장은 정면 돌파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1월에 있을 CES에 불참하며 화재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KT는 외풍에 취약해 매 정권마다 수장이 교체는 흑역사를 반복해 왔다. 이번 정권에서 이같은 폐단을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 5G 상용화를 앞두고 황 회장이 올 초에 외친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기적으로 만들어 2020년 3월 주주총회까지 KT 역사상 임기를 채우는 CEO로 남게 될지 내년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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