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크로스에 ‘고집’ 꺾은 文, 경제 기조 일부 변화 조짐 있지만 반등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끝 모를 지지율 추락 상황을 겪으면서 집권 중반부터 벌써 국정운영 동력을 잃고 레임덕 국면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기를 감지했는지 문 대통령도 최근 들어 부쩍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고 기존 경제 기조에 대해서도 일부 수정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지만 집권여당에서조차 도움을 주기는커녕 ‘공항 갑질 논란’ 등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나날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문 대통령 지지율, 예외 없이 조사기관마다 적신호

그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50~60%대 사이를 오가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지만 지난달 말로 접어들면서 대체로 50%대 아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부정적 여론의 급상승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까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동안 전국 성인 1021명에게 실시하여 19일 발표된 12월 셋째주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정례조사 결과(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한 주전보다 1.7%포인트 하락한 46.2%로 동 기관 조사 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부정평가로 집계된 49.8%보다 3.6%포인트나 낮아 처음 감지된 ‘데드 크로스’로 꼽혔다.

당시 조사에선 20대와 호남지역 등 그동안 문 정권의 뒤를 받쳐주는 ‘적극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분석돼 일시적이라든지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니란 평가가 나왔는데, 알앤써치 김미련 소장은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으로 국정장악능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기관에서 발표했던 문 대통령의 최고 지지율은 올해 4·27남북정상회담 직후였던 5월 첫째 주 조사(74.1%)때로 당시에 비해 불과 8개월 만에 이렇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민심 이반이 급격하게 이뤄져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비단 이 기관 뿐 아니라 한국갤럽이 내놓은 12월 3주차 대통령 지지율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하향세는 이제 피하기 힘든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지난 18~20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1일 발표된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결과(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긍정평가는 45%에 그친 데 반해 부정평가가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46%를 기록해 ‘데드 크로스’가 나왔기 때문인데 현 정권에 대한 부정률이 긍정률을 넘어선 것도 이 기관 조사상 처음이지만 부정평가 수치도 문 대통령 취임 후 최고치이고 20대 남성의 경우 긍정평가가 41%에 그칠 만큼 정권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변화 추이(위에서부터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 한국갤럽,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까지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 ⓒ알앤써치, 한국갤럽, 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변화 추이(위에서부터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 한국갤럽,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까지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 ⓒ알앤써치, 한국갤럽, 리얼미터

특히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부정 평가의 이유론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7%)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대북관계·친북성향’(17%)으로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부동산값 폭등, 고용 쇼크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YTN 의뢰를 받아 지난 17~21일 전국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주간집계에선 긍정 47.1%, 부정 46.1%로 비록 데드 크로스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1%포인트에 불과한데다 동 기관 조사 기준으로는 취임 이후 최저치이고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던 19일에는 일시적으로 부정평가(46.3%)가 긍정평가(46.2%)를 상회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에서 앞선 조사들과 같이 시사하는 바가 깊다.

◆ 전문가들, “특단 조치 있어야…실망이 분노 되면 정권 부담”

이처럼 문 대통령은 집권 20개월째에 접어들며 데드 크로스 상황을 맞게 됐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이보다 앞선 17개월째(한국갤럽 기준)에 데드 크로스가 처음 나왔다는 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반인 1년차 2분기 때 광우병 사태로 데드 크로스를 맞았지만 2년차 4분기 때 골든 크로스로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데드 크로스가 지속될 것인지, 골든 크로스로 만회할 것인지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역시 2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부정 평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너무 높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이게 너무 첨예화되면 비토층도 많고 사회 갈등이 많아지게 된다”며 “문 대통령에 대해 비토하는 세력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이들마저도 노련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지지율 관리 전략이 필요한테 그 부분이 미흡한 점은 분명 있어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배 본부장은 같은 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선 “경제, 북한 공약 모두 흔들리는 상황이고 여기에 청와대 인사 문제, 또 측근 여당의 인사, 국회의원과 관련된 악재가 나쁜 상황이 연출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던 블루칼라층에서마저 ‘데드 크로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들어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신속한 처방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근본적인 처방이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심지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앞서 21일 동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뭔가 다르다, 다를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똑같다는 이런 실망감이 작동했다”며 20대 남성 지지층의 지지율 하락을 꼬집어 “최근 1~2개월 사이에 3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실망을 넘어서 거의 분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실망이 분노로 바뀐다면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장은 “뭐니 뭐니해도 20대 남성들이 제일 섭섭하고 아쉽고 분노해 하는 것은 일자리 문제”라며 “지금 국민들의 입장에서 문 정부를 바라보면 중요시하는 1순위가 적폐청산, 2순위가 남북관계, 3순위가 경제로 밀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집권 2년차 징크스란 게 있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 삼풍사고, 성수대교 붕괴라든지, 김대중 대통령 때 옷 로비 사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탄핵이라든지 이명박 대통령 때 금융위기 이런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며 “집권 2년차 징크스를 상당히 슬기롭게 넘어가지 않으면 집권 3년차부터는 상당히 지속된 하락세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레임덕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 야권 공세 격화되며 속 타는 靑·與, ‘사후약방문’ 통할까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실시 등에 있어 국민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전과 달리 일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시사포커스DB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실시 등에 있어 국민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전과 달리 일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야권의 공세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의 데드 크로스 상황을 꼬집어 “문 정부 들어 더더욱 어려워진 국민의 삶을 여론조사 결과가 여실히 보여줬다. 부정적 평가가 높은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을 제대로 보라는 경고”라며 “이제라도 허울 좋은 소득주도성장, 반기업 친노조정책을 폐기하고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평화당 역시 이날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남북관계 답보상태, 경제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회의, 최근 청와대 특감반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크게 경각심 갖고 정신 차려야 한다. 이미 경고음이 여러 차례 울렸는데도 여기까지 온 것은 누구 탓도 아니고 청와대 탓”이라고 일갈했다.

아예 바른미래당에선 24일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지율의 데드 크로스 현상은 국민이 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레임덕으로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해 민심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 사례를 비춰볼 때 ‘데드 크로스’가 일어난 이후론 특별한 반등의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임기 말까지 반전이 어려웠다는 점에 비쳐 급기야 ‘레임덕’까지 거론된 셈인데, 대체로 정부에 우호적 발언을 내놓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조차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지율은 역대 정부 집권 2년 차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지금도 높다. 문 대통령께서 의식할 필요 없다”면서도 “지금 다잡아가야 개혁에 성공하고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할 수 있다.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과감한 인적개편을 검토 바란다”고 손 대표와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기류 변화를 의식했는지 지난 11일 “정부로선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사는 게 힘들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한 데 이어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전과는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변화된 배경엔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는데, 지난 22일 북아프리카 3개국 순방 중 “국민의 마음은 늘 무겁게 받아들이겠지만 숫자에 너무 매몰되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면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의미를 축소시켰던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24일 국무회의에선 “정책방향뿐만이 아니라 정책시행 과정에 국민들께서 겪으실 불편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보류했고, 주52시간 근무제도 단속기간을 3개월 유예하는 등 적잖이 정책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차기 총선을 걱정하기 시작한 민주당에서도 최근 ‘공항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김정호 의원과 관련해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까지 고려하는 등 민심에 부응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다시금 호전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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