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공부법’을 들어보셨는지. 인터넷에서 화제가 돼 무릎을 치게 만든 표현이다. 내용인즉 열심히 공부해서 A학점을 따는 게 아니라 A학점을 주면 열심히 공부해보겠다는 얘기다. 느낌이 묘해서 살펴보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빗대서 패러디한 표현이었다.

청년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29.4%(12월17일 리얼미터 발표)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계층에서 대통령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리얼미터는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논란과 남녀간 성별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을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과연 그럴까? 청년들의 대통령 지지율 폭락은 최근 대학가에 나붙은 대자보가 오히려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왕(王)씨리즈’라는 것인데 현 정권을 경제왕 태양왕 고용왕 외교왕 등으로 묘사했다. 신랄한 풍자가 대부분이다. 대자보를 붙인 모임 명칭도 청와대나 정부 요직을 과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이 대거 차지하고 있음을 풍자해 ‘전대협’으로 지었다.

대자보에는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촌철살인의 형태로 담겼다. 다만 대안 마련을 위한 고민은 아무래도 부족한 듯하다. 20대 청년들이라면 마땅히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자보는 ‘경제왕 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 덕에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이고 최저임금 8,350원(2019년)으로 소상공인이 망하고 알바는 영원히 쉬게 됐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세금을 퍼붓는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철회하거나 유예하면 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렇게 바꿀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대자보는 ‘태양왕 문재인’에서 탈원전과 친환경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세 2배라고 적었다. 전기세는 전기료가 맞는 표현인데 2배 인상의 필요성은 이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바 있다. 탈원전에 대한 대안은 ‘탈원전 포기 선언’으로 충분하다. 청년들은 인류 역사가 ‘위험 극복의 역사’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세계사에서 배운 4대 문명은 모두 강변에 위치하는 데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데서 문명이 발전했다. 에너지는 우리 모두 사용해야 하며, 원전이 아니면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에너지를 생산 해야 한다. 원전을 줄이면 당장 화력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미세먼지가 늘고 발전 단가가 크게 올라간다. 태양광을 허가하면 금수강산이 엉망이 되고, 풍력이 놓이면 소음 때문에 그 옆에서 살기 힘들다. 좁은 국토에서 전혀 경제성과 효율성이 없는게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다.

대자보는 ‘고용왕 문재인’에서 ‘여성을 비하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위장전입과 지역구 갑질 유은혜 교육부총리, 이중국적과 증여세 탈루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꼬집었다. 자기편만 챙긴다는 비난이다.

대학생들의 이러한 풍자에 담긴 메시지는 간단하다. 국정 좀 제발 잘 이끌어달라는 소망이자 애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대통령을 신랄히 비판해왔다. “불통과 정책 무능이 대한민국을 크게 후퇴시켰고, 그 결과물이 성장절벽 고용절벽 인구절벽이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집권 1년7개월이 지나고 보니 전임 정부보다 더욱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회담 때마다 A4 용지를 보고 말하고, 외국은 물론 청와대에서 혼밥 얘기가 나오며, 심지어 “국내 문제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응답에서 전형적인 불통이 보인다.

경제는 말이 아니라 결과인데 경제 성적은 두말 하면 잔소리 일만큼 나빠져 있다. 그런데도 경제에 정말 필요한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노동개혁) 등 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은 일체 하지 않는다. 

예컨대 12월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낡은 제조업’을 ‘돈 되는 제조업’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소재와 부품 장비,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새로운 조직과 시설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사람 배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민노총에 휘둘리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동유연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전환 배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 언론의 칼럼(한국일보 12월19일자)에 외국인 투자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하기를 “사회주의자(Socialist)인줄 알았는데 공산주의자(Communist)에 더 가까운 것 같다.”라는 얘기가 실렸다. 좌파 사회주의를 뛰어넘는 공산주의에 가까운 정책을 편다는 얘기다.

청년들은 좌파 사회주의가 왜 실패했는지 근본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좌파 사회주의는 계급이론에 기초해 세상을 본다. 여기서 사회주의자들은 가난한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방향이 아니라, 부자들을 미워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펴나갔다. 그 결과 경제가 망가지고 모두 못사는 참사를 초래했다.

최근 세계경제에서 잘 나가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대부분 보수정권이다. 그들이 우파 보수 정부,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정부를 선택한 이유는 우파 보수가 멋있어서가 아니다.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이 보여주듯이  좌파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면 국가 경제가 성공할 수 없고 몰락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19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일러 전 세계는 아시아의 4룡(龍)이라고 불렀다. 각 나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보면 한국이 29,743달러, 대만이 24,318달러, 홍콩이 46,194달러, 싱가포르가 57,714달러이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차이가 거의 2배에 달하는 데 그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에는 슬로건은 없고 다만 행동이 있고 결과가 있다.”라고 말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외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슬로건은 많고 행동과 결과가 없다”라고 하는 게 맞는 진단이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것은 분명하겠지만 좌파 정책은 중산층을 저소득층으로, 저소득층을 빈민층으로, 청년들을 알바생으로, 알바생을 실업자로 전락시킬 뿐이다. 결과는 전형적인 정책 무능이다.

 생산성을 높여야 임금이 많아지고 돈이 여유가 생겨 복지 예산이 늘어난다. 즉 ‘복지는 생산성에서 온다(필자 책 <이기적 국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성장이 앞에 오지 좌파 사회주의가 주장하는 분배가 절대 앞에 올 수 없다. 정치적으로 우파 보수가 밉다고 좌파 진보를 선택한 나라들이 많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참담했음을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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