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 자녀 청탁·성비 조작 등 만연했던 채용비리
마땅한 관련 규제 없어 대출금리 조작해 챙긴 이자수익
재발 방지 위해 관련 제도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키로

사진 / 시사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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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올해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등으로 인해 얼룩진 한해를 보냈다. 이에 시사포커스는 ‘2018년 은행권 이슈’를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두 개의 큰 틀로 나눠 총 정리를 해봤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불거진 채용비리 여파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이 작성하고 관리한 신입행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우리은행은 2016년 신임사원 공개채용에서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및 대기업 간부 자녀 등 우리은행에 지원한 16명에 대한 명단을 작성해 내부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모두 최종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 채용에 대한 의혹이 확대됐다.

이후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부문장, 상무, 영업본부장 등 관련자 3명을 직위해제했고 이광구 행장 또한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행장에게도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2월 이 전 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행장 등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공채에서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 이중 31명을 최종 합격시켰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변론 끝에 지난 7일 검찰은 이 전 행장에서 “채용비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며 징역 3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내년 1월 10일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후 시중은행으로 확대된 채용비리 전수조사로 인해 국민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번졌다.

국민은행 오 팀장 등은 2015년 국민은행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과 남성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어 2015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과 2015년~2017년 인턴 채용과정에서도 수백 명의 서류전형·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청탁대상자를 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채용비리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을 받았다. 오 팀장 등 3명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것이다. 그러나 집행유예 선고는 물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기소되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었고 국민은행 노조는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함영주 행장은 2015년~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고 9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혐의와 2016년 채용에서 남녀 합격 비율을 4대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켰다는 혐의가 제기돼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중이다.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임명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하게 만들었다. 최 전 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지인의 아들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DGB대구은행과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도 채용비리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2014년~2017년까지 사회 유력인사, 임직원 자녀 등 24명을 점수조작으로 부정 채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9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자회사인 DGB캐피탈에 아들 채용을 청탁한 의혹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재경 전 BNK 금융지주 사장은 2015년 경남도 금고를 유치할 목적으로 서류 탈락권이던 경남도지사 측근의 딸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강동구 전 BNK저축은행 대표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3명도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은 2013년~2016년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은 물론 남녀 성비를 3:1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 154명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을 받은 지원자와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에 대한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채용비리 재발을 지난 6월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번 규준안에는 채용 과정에서 임직원 추천제의 전면 폐지와 성별·연령·출신학교·출신지·신체조건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선발기준과 관련 없는 개인정보는 선발전형 시 점수화하지 않고 면접전형 때 면접관에게도 비공개로 한다.

또한 은행들은 신규 채용 필기시험을 10년 만에 부활시켰으며 일부 은행은 내부 직원의 채용 과정 개입을 막기 위해 문제 출제부터 시험 감독까지 일체 외부에 위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험 문제가 일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큰 논란 없이 무마됐다.

채용규모도 대폭 확대됐는데 올해 하반기에 국민은행 600명, 신한은행 450명, 우리은행 550명, 하나은행 500명 등 4개 은행에서 2천명 이상의 신입 행원을 채용했다.

 

▲ 고객 상대 대출금리 조작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제일·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격성 검사를 실시했다. 또 4~5월엔 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에 대해 신용프리미엄 산정의 적정성과 대출금리 산정에 필요한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별도로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 / 뉴시스
금융당국은 조만간 대출금리 산정한 은행들을 제재하기 위한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 / 뉴시스

이 과정에서 하나은행, 씨티은행, 경남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실이 적발됐다. 피해건수는 1만2279건에 피해규모는 26억6900만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환급절차에 착수하고 다른 지방은행 등에 대해 자체점검을 지시하고 추가 검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경남은행의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1만2000여건에 최대 25억원에 육박했다. 경남은행은 신용프리미엄을 계산할 때 ‘부채비율 가산금리(총대출/연소득)’를 활용했는데 해당 비율이 250%~350%를 넘어서면 0.25%~0.5%p의 가산금리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 부채비율이 엉망으로 산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2017년까지 대출금리 산정에 활용한 고객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연소득 금액을 적게 입력하거나 누락하는 등으로 인해 금리가 올라간 사례가 1만2000여건이 확인됐다. 이는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중 6% 정도이며 건당 21만원의 이자를 더 받아 챙긴 셈이다.

지난 6월 당시 금감원은 “은행 쪽은 잘못된 관행,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사례가 너무 많아 고의적 조작에 대한 부분을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7월 경남은행은 1만3900여건, 31억4000여만원(추가이자 및 지연배상금 포함)에 대한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하나은행도 2012년~2018년 5월까지 취급한 대출 중 252건에서 금리 오류가 발견돼 1억5800만원을 환급하게 됐다. 과다청구 건은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이며 건당 63만원의 이자가 과다청구된 것으로 드러났다.

씨티은행 역시 2013년 4월~2018년 3월까지 취급한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27건이 금리 오류로 인해 1100만원가량의 이자가 과다청구된 사실이 확인됐다. 평균 건당 41만원의 이자가 추가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허술한 내부통제와 금리산정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심사역 전결대출과 관련한 통제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또한 연체 가산금리의 산정 및 운용 절차와 관련해 비용 분석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금감원은 이에 대한 개선 및 기준 재정비를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은행권과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대출금리 산정내역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 제재 근거 마련 등을 논의하고 있고 국회에는 대출금리를 부당 산정한 은행들을 제재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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