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불출마 빼면 현역 6명 교체…일부선 차기 지도부 통한 ‘복귀’ 기대

자유한국당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우)와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좌)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우)와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좌)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발표된 현역의원 21명을 포함 총 79곳에 대한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와 관련해 여전히 정치권에서 그 규모와 수위를 놓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연 김병준 비대위 체제 하에서 단행된 이번 인적쇄신이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보여주기식’ 쇼인지, 아니면 계파 종식을 이끌어내는 유의미한 신호탄이라 할 수 있을지 내년 2월말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예상 넘는 대규모 쇄신에 계파 막론하고 당사자들 ‘속앓이’

지난 15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전체 한국당 현역의원 중 18.8%에 달하는 21명을 포함해 당무감사 대상이던 253개 지역구 중 30% 이상을 물갈이하는 대규모의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교체대상에 속하는 현역 의원이 10명 내외에 이를 것이란 전망만으로도 당내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으나 이런 예상마저 뛰어넘는 대폭적인 교체이다 보니 심지어 민주평화당 소속인 박지원 의원조차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병준호 인적청산 범위가 상상보다 큼에 놀랍다”며 “보다 일찍 단안을 내렸다면 임팩트가 더 강했으리라 여겨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당협위원장이 선거구별 각 당원협의회의 책임자로 총선 공천을 받는 데 있어 중요한 자리인 만큼 계파를 막론하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는데, 당장 친박계 곽상도 의원이 16일 “특정지역, 특정인물만 겨냥한 표적심사”라며 “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하게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반발한 데 이어 비박계 복당파인 권성동 의원도 “내가 법사위원장이라 탄핵소추위원장 맡은 걸 갖고 분당책임 물은 것 같은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계파 구색 맞추기에 희생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저마다 불복 의사를 표출했다.

더구나 예전과 달리 별 다른 소명절차도 주지 않는다는 데에 한층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 이번 인적쇄신을 통해 원외위원장만 무려 20여명(원외 전체의 34%)이 잘려나간 친홍준표계에 속하는 홍문표 의원도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방선거의 총 책임을 사무총장에게만 지우는 모습은 형평의 원칙에 안 맞는다. 재심 절차도 없고 그냥 발표해 끝나면 그건 뭐냐”며 “누가 승복하겠나. 결국 꿰맞추기로 정치적 흥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물론 지난 16일 범친박계인 원유철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살려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 하루 뒤인 17일엔 복당파인 황영철 의원이 “이번 당의 결정을 계기로 보수의 대통합과 혁신을 이뤄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밝히는 등 이번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목소리도 일부 없진 않았다.

◆ 역풍 우려해 총선 공천 관련성 일축하면서 ‘반쪽 쇄신’ 평가도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당협 교체 대상자로 꼽힌 의원 중 백의종군 시 재중용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당협 교체 대상자로 꼽힌 의원 중 백의종군 시 재중용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친박계 12명, 비박계 9명 등 현역의원을 21명이나 떨어뜨린 데 대한 후폭풍을 우려했는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만 해도 “이번 결정이 아무 것도 아닌 듯 폄하하면서 다음 지도부가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백의종군하면서 국가에 다시 공을 세우면 그런 분들을 다시 재중용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배제되신 분들도 앞으로 총선 때까지 (시간이) 남았지 않나”라고 곧바로 한 발 물러난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역시 김 위원장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는데,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협위원장 박탈과 관련 “처음에는 보다 더 많은 분을 대상으로 했지만 점점 줄여가지고 지금 그렇게 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런 수의 균형이 이뤄진 셈이 됐지 애초부터 그렇게 작정하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한 데 이어 “영원히 정치의 길을 막아버리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적극 진화에 나섰다.

특히 이 위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선 “조강특위 활동은 이번에 2월 말 전당대회를 통해서 새 지도부가 잘 선출돼서 정당이 정상화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그 정비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새 지도부가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바로 그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공천이나 이런 것하고 상관없는 이것은 공천이나 이런 것하고 상관없는 것”이라고 총선 공천과 연계될 수 있다는 해석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래선지 일단 차기 전당대회까지 관망하겠다는 듯 반발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드는 모양새인데, “당 개혁 운운할 때부터 나를 명단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대위 속셈이 드러났다”며 17일 당 지도부 비판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던 홍문종 의원은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입장문을 통해 “어찌 모든 말을 다 하면서 살 수 있겠나. 인적청산 작업 자체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고 밝힌데 이어 18일 YTN라디오에선 “비대위에 얘기하는 자체가 에너지 낭비”라며 “새 지도부가 만들어지는 게 얼마 안 남은 사실 아니냐”고 차기 지도부에 기대를 드러냈다.

한때 홍 의원 못지않은 친박 핵심이던 윤상현 의원의 경우엔 아예 16일 페이스북에서 “친박을 떠난 지도 오래됐으나 과거 친박으로서 이런 식의 3중 처벌로라도 책임지라면 기꺼이 책임지겠다”며 “변명할 생각 없다. 총선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잃어버린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을 비롯한 계파 화해,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던 4인방(김무성, 권성동, 홍문종, 윤상현) 모두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대상에 오른 셈이지만 일단 윤 의원이 또 다시 대승적 행보에 나서면서 홍준표 전 대표도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구한 변명 않고 백의종군하는 자세가 참 좋다”고 호평을 보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17일 YTN라디오에 나와 “윤 의원 페이스북에 올린 걸 저도 봤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라며 “이번 공모에선 응모하실 수 없지만 이분이 다시 21대 총선 때 공천신청해가지고 그때 어떻게 할지는 그건 저희들이 전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해 ‘백의종군하면 재중용’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 현역 6명 그친 ‘외화내빈’…복당파 ‘勢 확대’ 준비 작업이란 시각도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이학재 의원처럼 복당하는 의원에 대해선 아무 일 없다는 듯 받아주면서 기존에 당내 남아있던 의원들은 당협위원장 잘라내는 식으로 대해도 되느냐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사포커스DB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이학재 의원처럼 복당하는 의원에 대해선 아무 일 없다는 듯 받아주면서 기존에 당내 남아있던 의원들은 당협위원장 잘라내는 식으로 대해도 되느냐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시사포커스DB

이런 모습 때문에 이번 인적쇄신을 ‘보여주기식’으로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8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말은 공천권 박탈한 것 아니다. 그리고 나경원 원내대표 경우도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하는 걸로 봐선 후속적인 일들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2월달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입장을 내놨다.

또 오 의원은 교체 대상에 현역의원 21명이 포함된 대규모 쇄신이란 평가에 대해서도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기소되고 재판 중에 있는 사람이 대다수고 6명 정도만 그렇지 않다”며 “6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반발하고 있잖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인적쇄신 대상으로 꼽힌 현역의원 21명 중 김무성·이군현·윤상직·정종섭 등은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시사했다 보니 사실상 당협위원장 교체로 인한 피해가 없는 셈이고, 최경환·황영철 등 11명의 의원들은 현재 검찰로부터 기소된 상태인 만큼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이들을 제외하면 김용태·이종구·홍문표·윤상현·곽상도·이은재 등 6명에 그치는데다 그마저도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의 경우 주변의 만류에도 스스로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면에서 결국 5명만 지목한 ‘용두사미’란 평도 없지 않다.

이 뿐 아니라 이번 인적쇄신 이후 한국당 내 반발 규모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이유와 관련해서도 “(인적쇄신 가능성을) 우습게보고 있고 대세에 지장이 없단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8일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지역구에 조직도 있고 누가 (새 당협위원장으로) 와봐야 겉돌다가 새롭게 당 대표 정해지면 (다시 바뀌기 때문)”이라며 “다들 당 대표 선거 기다리는 이유가 당 대표 선거 나간 사람이 (원들에게) 도와달라고 그럴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에서 평가가 인색한 데에는 이번 결과가 보수통합을 모토로 내세우면서 단행돼 바른미래당의 안정까지 뒤흔들고 있는 면도 없지 않은데, 이미 김병준 비대위가 비박 복당파와 가깝다는 평가가 있어온 데다 그가 이학재 의원과 만난 뒤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의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까지 17일 YTN라디오에서 바른미래당 내 한국당 출신 의원들을 향해 “저희들이 이번에 비워놓은 자리가 많지 않나. 어떤 자리든지 그분들이 응모를 해야 한다”며 “만약 당에서 이분들을 영입 형식으로 모셔온다면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부여될 수도 있다”고 러브콜을 보내면서 결국 이번 쇄신은 원내대표 선거로 열세임이 드러난 복당파 규모를 불리기 위한 속셈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이번 쇄신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잔류파 출신인 김태흠 의원은 이학재 의원이 복당한 18일 ‘김태흠의 독백’이란 입장문을 통해 “온갖 수모 속에 당에 남아 있던 사람은 잘리고, 침 뱉고 집나간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도 되는가”라고 사실상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는데 이처럼 내홍 재발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 가운데 과연 당협 교체 후폭풍을 최소화하며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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