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암흑기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아시아 축구에서도 변방인 동남아시아. 그 가운데 변방인 베트남 축구가 박항서를 만나 꽃을 피우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 박항서를 베트남 국민들은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재계서는 별 볼일 없었던 베트남 축구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한 박 감독의 리더십을 배우기 위한 분석에 들어갔다.

박항서 열품이 베트남을 넘어 한국에까지 상륙하자 언론 및 방송에선 그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재조명하고 있다. 또 그를 모셔오기 위해 직접 베트남행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우리 국민들도 같은 체험을 느꼈다.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 하에 지금껏 가보지 못한 길을 간 것이다. 우린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4강은커녕 16강 진출도 쉽지 않았던 한국축구가 기적을 일구자 이후 히딩크 리더십을 배우기 위한 각계의 분석과 이를 경영에 접목하려는 기업들도 넘쳐났다. 이 시기 우리 국민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행복감에 젖었고 그 여운은 한동안 지속됐다. 베트남 국민들 역시 영웅 박 감독의 등장으로 지금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이 박 감독을 영웅으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으로 왜 지금 우리에겐 박 감독 같은 영웅이 우리 곁에 없는 것일까.

지금이 난세이자 암흑기가 아니기에 영웅이 우리 곁에 없는 것인지 아님 이같은 영웅이 등장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시스템의 문제인지. 난세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우린 영웅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 그들의 존재를 갈망한다. 그래서 영웅이 등장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한명의 영웅이 잠시잠깐의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영원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진정한 영웅이 될 때 그같은 사람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시대가 원하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고 난세도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지금껏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이는 힘과 권력은 없지만 묵묵히 자기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소시민, 우리가 영웅이 아닌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소위 말하는 지도층의 부패의 실상을 봐왔고, 국민들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우리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며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 강타한 ‘미투’ 운동과 각종 ‘갑질’이 난무하며 힘든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분열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는 어지러운 세상. 그래서 지금 우리는 박 감도 같은 영웅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행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영웅 그 누군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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