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노출 목숨까지 앗아가

지난달 22일 울산 시 남구 달동의 모 음식점 방안에서 숯불에 조개를 구워 먹던 남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오전 2시 20분 숨진 채로 발견된 A(32세 남)씨와 B(46세 여)씨는 환풍기 없는 방안에서 숯불 조개구이를 먹기 시작했고 약 네 시간 뒤 주인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들의 사인은 숯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뿜어져 나온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사고로 밝혀졌다.
사체를 부검한 이상용 법의학 박사는 “환기가 안 되는 상태에서 숯불을 피우고 질식한 경우 99%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피해자들의 사망원인을 밝혔다.

숯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음식점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숯가마찜질방도 숯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숯가마는 숯을 구워낸 뒤 남은 열기로 가마 내부에서 찜질을 하는 시설이다. 경북 구미에 사는 A씨(여.51세)는 작년 3월 숯가마에서 찜질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 진단결과 A씨는 숯가마 내 남아있던 이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씨는 치매와 언어장애 증상이 우려돼 한 달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연기

이처럼 숯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또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규나 제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유독 숯불구이를 좋아하는 우리의 음식문화 때문에 숯불로 인한 폐해를 등한시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입에는 즐겁지만 인체와 환경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숯불구이 문화. 이대로 좋은가.

회식이나 외식을 하려고 할 때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뉴는 고기, 특히 숯불구이일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좋기 때문이다. 숯불구이가 맛있는 이유는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때문이다. 원적외선이란 적외선 중에서도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른 영역의 빛에 비해 열이 매우 많다. 특히 원적외선은 익히게 하는 빛의 영역을 많이 방출해 고기의 겉과 속을 동시에 익혀주기 때문에 숯불로 구운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 순간 입이 즐거운 것에 따르는 댓가는 너무나 크다. 가장 무서운 댓가는 숯불구이로 인한 피해를 언급할 때 계속해서 회자되는 발암성분.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에 의해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라는 유해물질이 생성되고 이것이 암을 일으키는 성분이 되는 것이다. 연간 5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그 중 20%가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위암이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실제로 숯불구이를 한달에 1.5회 이상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위암발병률이 3배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성조씨는 “숯불구이로 인해 배출되는 발암물질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데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의 기관들이 서로 떠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PAHs를 줄이는 방안으로 숯불과 같이 직화로 고기를 굽는 방법보다는 구멍이 없는 불판을 이용해 고기를 굽기를 제안한다. 즉 연기가 고기에 직접 닿지 않는 편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문제다. 울산대 이병규 교수가 2006년 발표한 ‘불고기 요리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포름알데히드 농도비교분석’이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고기의 육즙이 숯에 직접 떨어져 타게 되면서 오염물질을 대량 발생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숯불이 아닌 가스 불을 이용하는 식당의 경우엔 미세먼지의 농도가 훨씬 낮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댓가는 위의 사건이 보여주듯 숯이 불완전연소하면서 내뿜는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이다. 일산화탄소는 석탄, 휘발유 및 디젤유 등 유기물질이 불완전 연소됨에 따라 생기는 무색, 무취의 가스로 호흡을 통해서 혈중에 흡입되면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CO-Hb를 형성하는데 헤모글로빈과 산소(O2)의 친화력에 비해 250~300배나 강해 헤모글로빈과 산소결합을 방해하게 된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실내공기의 0.05~0.1%만 존재해도 일어나며 신경조직은 O2의 결핍에 대해 저항력이 약해지므로 신경증상이 빨리 나타나며, 회복 후에도 신경계의 후유증을 남겨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환풍기도 없이 숯불구이를 먹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산화탄소는 색도 냄새도 없는 기체기 때문에 중독되기 전에는 쉽게 눈치 채지 못하고 부지불식간에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

숯불구이문화가 인간의 신체에만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숨쉬는 대기에도 몹쓸 짓을 한다. 숯불이 완전연소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 그 대표적인 예. 일본환경성은 오는 3월말까지 도쿄 환경청 청사의 난방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 대책의 일환으로 난방중지로 인해 총 84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책은커녕 GDP대비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기까지 했다.

작년 9월 OECD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9년간 우리나라의 ‘환경성과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프랑스의 2배, 일본의 1.5배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집약도는 0.51톤(CO2/1000달러 석유)으로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 미국(0.5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숯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울산대 이병규교수는 “숯불구이 식당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대기로 흩어져 공기를 오염시키므로 대기질 개선을 위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절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이런 폐해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숯불구이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환경법에도 이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작년 10월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2조에서는 “ ‘대기오염물질’이라 함은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가스·입자상 물질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 ‘가스’라 함은 물질의 연소·합성·분해 시 발생하거나 물리적 성질에 의하여 발생하는 기체상물질을 말한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결국 고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는 대기를 오염시키는 가스라는 뜻이다.

환경부 대기관리과의 반무록 서기관은 “도로변에서 숯불구이를 먹는 것은 대기관리차원 뿐만 아니라 위생차원에서도 단속을 해야 마땅하다”며 “먹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음식점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서기관은 또한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숯불구이를 먹을 때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필터시스템 등을 모든 음식점에서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화두로 떠오르는 이산화탄소배출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환경부도 이에 발맞춰 대응할 수 있는 대책과 기술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맛있게 먹는 사이 지구와 몸은 병들어간다

우리 음식문화에 면면히 이어져 온 숯불구이. 잠깐 입이 즐겁다고 해서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기를 뒤집던 사이 지구와 몸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천만한 숯불구이문화.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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