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식품 물갈이로 힘 실어주기
‘젊은피’수혈로 짧게는 5년 향후 50년 대비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지주 깃발’을 들어올리고 있다.ⓒ롯데지주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지주 깃발’을 들어올리고 있다.ⓒ롯데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구속 8개월 만에 자유의 몸으로 지난 10월5일 서울 구치소를 나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2개월여 만에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대로 함께 일할 인재들을 대거 등용하며 세대교체라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이번 롯데의 임원인사는 말 그대로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뉴 롯데’ 미래 50년의 성장을 준비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10월 석방되기 전 8개월 수감 기간 동안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보고를 받으며 석방 이후 향후 신동빈 체제를 공고히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의 필요성과 롯데가 향후 5년간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른 적임자 찾기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빠른 경영정상화와 함께 미래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화학부문과 식품부문 강화에 나섰다.

화학부문은 인도네시아에 약 4조원을 투입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포함한 복합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고, 내년 초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틸렌 공장을 완공하는 등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롯데케미칼 김교현 사장을 화학BU장에 내정했다. 자리이동으로 빈 롯데케미칼에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이 맡았다. 김교현 사장과 임병연 실장은 호남석유화학 선후배 사이로 실적을 이끈 김 사장과 신규사업 발굴·기획업무에 정통한 임 실장을 배치해 화학부부문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화학부문에 전체 투자규모의 40%에 달하는 20조원이 집중 될 예정으로 김 화학BU장과 이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식품부문은 롯데그룹이 향후 5년간 투자규모는 전체의 10%에 해당에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이에 맞는 식품부문장에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를 앉혔다. 4명의 부문장 가운데 2명이 교체되며 절반의 물갈이를 한편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대부분 50대의 ‘젊은 피’를 수혈했다. 이는 신동빈 체제의 ‘뉴 롯데’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롯데의 임원인사는 2017년 삼성전자의 임원인사의 복사판이라 할 정도로 쇄신규모가 이에 버금가는 규모다. 당시 삼성전자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이재용 ‘뉴 삼성’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권오현 부회장은 임원인사에 앞서 용퇴의사를 밝히며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이날 롯데그룹 임원인사에도 40년 ‘롯데맨’인 허수영 화학BU장이 용퇴한 것도 비슷한 행보로 읽힌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장단을 50대의 ‘젊은피’로 세대교체 한 것처럼 신 회장 역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50대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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