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협 교체 결과 나온 뒤 이학재, 바른미래 탈당해 한국당 입당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복당을 선언한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복당을 선언한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통해 현역의원 21명을 쳐낸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 결과가 당 내부를 흔들기보다 도리어 바른미래당으로 유탄이 튄 모양새다.

한동안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던 바른미래당에서 18일 이학재 의원이 끝내 탈당을 결행하고 2년여 만에 한국당으로 복당했기 때문인데, 이번 결과가 정치권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당 인적쇄신, 보수통합 위해 ‘바른미래당’ 노렸나

지난 15일 전국 253개 당협 중 79곳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한국당의 당무감사 결과가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이어지면서 단순히 한국당 내 인적쇄신 차원을 넘어 바른미래당으로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의 경우 지난달 28일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일부가 당 원내대표 선거 이후 복당하기로 했다고 밝힌 지 하루 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수개혁과 통합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뒤 김 위원장과도 만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는 했으나 간신히 가라앉혔던 바른미래당 연쇄탈당설이 자칫 이 의원 탈당을 계기로 힘을 얻게 되는 게 아닌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김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8일 이 의원이 복당을 단행한데다 바른미래당에서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렇듯 개별 탈당 수준이 아니라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확대될 수도 있단 시각에 대해선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그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한국당 복당을 선언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바른미래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제 한국당에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 많은 의원들과 교감이 있었는데 보수통합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계신다”며 “한국당에서 얼마만큼 보수 통합을 위해서 노력하고, 내부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냐에 따라 그 시기와 규모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규모도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추가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도 같은 날 이 의원의 복당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인적쇄신을 하는 것도 통합의 일이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다른 당 의원들 받아들이는 것도 통합의 길”이라며 “며칠 전에 당에서 (인적쇄신안 발표란) 아픈 결정을 했는데 그런 것도 다 보수우파 진영의 힘을 결집하기 위한 하나의 고통”이라고 역설해 당무감사 자체가 당내 인적쇄신 외에도 보수통합을 위한 ‘바른미래당 흔들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전략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서구갑이 이번에 발표된 한국당의 당무감사 결과에서 일반공모지역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사전 논의됐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당에서 교체 당협으로 지정된 지역구와 겹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추가 탈당 인사 아닌지 여부에도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 바른미래, ‘추가 탈당설’ 차단 안간힘…불안감은 여전

실제로 바른미래당의 오신환(서울 관악을), 이찬열(경기수원갑), 하태경(부산해운대갑) 의원 등의 이름이 이 때문에 오르내렸으나 당사자 중 한 명인 오 의원은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같은 시각을 꼬집어 “한국당에서 지역위원장 공모하는 과정 속에서 본인들 입장에서 각 지역별로 그것을 판단한 것이지 누구를 배려해서 그것을 남겨뒀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심지어 자신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분열시키고자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지역구만 비워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도 무리인 게 현재 존재하고 있는 지역위원장에 경쟁력 있다고 본 지역을 그냥 남겨둔 것”이라며 “케이스별로 조강특위에서 그것을 판단한 것이지 상대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놓고 판단하지 않았다. 해운대갑의 하태경 의원 지역도 마찬가지인데 한국당에서 하 의원 들어오라고 그 자리를 비워놓을 순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 뿐 아니라 오 의원은 이 의원이 한국당 복당 이유로 ‘보수개혁은 실패하고 보수 분열만 나타났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그런 뭐 비전과 가치를 우리가 못 보여줬을 뿐 국민들은 그런 것을 요구하고 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의원 혼자 한국당 들어간다고 해서 한국당 모습이 새롭게 개혁되고 변화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친박, 비박의 계파 갈등은 상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바른정당 의원들이 그간 당 정체성 문제 등으로 줄곧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결을 달리했던 점을 의식했는지 오 의원도 “두 세명 정도가 이미 지금 당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좀 반대 의견”이라며 “이 의원을 따라서 후속 탈당할 것 같진 않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당내 생각이 다른 부분들은 분명히 있다”고 분열 가능성을 일부 암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승민 전 대표의 향방에 대해서도 “이 의원처럼 당장 한국당 탈당 후에 입당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개혁적 보수에 대한 정립에 대해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필요로 하다면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명확하신 것 같다. 바른미래당 안에서 치열하게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야권의 정계개편 큰 틀 속에서 역할 할 수도 있고 여러 경우의 수는 놓여있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똑같이 바른정당 출신이면서도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불확실한 게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하는데 두 가지 노선이 있다. 보수개혁 통합노선이냐, 손학규의 중도개혁 통합노선이냐”라며 “유 대표가 얼마 전에 자기의 개혁보수노선과 당이 다르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의미냐 하면 ‘당내’ 노선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해서도 “유 대표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고 (이 의원 탈당을) 말렸다”며 추가 탈당할 의원이 대여섯 더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 없다. 다른 사람들은 유 대표랑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역공 나선 바른미래, ‘정보위원장직’ 놓고 이학재 맹공

물론 바른미래당도 이 의원의 복당으로 시작된 이 같은 ‘흔들기’에 계속 방어적으로만 대응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는데, 먼저 손학규 대표부터 지난 17일 이 의원의 복당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것은 법에 없다”며 바른미래당 몫인 국회 정보위원장직은 내려놓고 탈당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만 해도 바른미래당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정보위원장과 교육위원장 등 상임위원장직 두 자리를 확보했었는데, 이 의원이 직을 내려놓지 않고 탈당하게 되면 바른미래당은 제3교섭단체임에도 18개 상임위 중 고작 교육위 1개만 갖는 데 그치면서 원내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18일 정보위원장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한국당으로 복당하자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은 ‘이학재는 정보위원장직 내려놔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국회 정론관으로 몰려와 이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당 의원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친박철새냐! 박근혜 비서실장답다”, “정보위원장 먹튀한 이학재 양심 있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으며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이 의원은 탈당 회견 이후 예정됐던 기자들과의 만남도 진행하지 못하고 기자실로 몸을 피하기에 이르렀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26차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26차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에 발맞춰 이날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 의원이 갖고 있는 정보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며 “이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하도록 해선 안 된다.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이게 해결 안 되면 한국당과의 공조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전원 투표로 결정되기에 그를 존중해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당적 변경과 관련,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당의 요구도 없었다. 설령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다고 해도 상임위원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는 국회 본회의에서의 의원 투표를 존중하는 국회 관행”이라며 “국회에 선례가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이처럼 양측이 정보위원장직을 고리로 탈당 관련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를 관망하던 민주평화당까지 뛰어들면서 아예 3파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인데,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18일 “과거 관행이라지만 상임위원장 몫은 개인 의원에게 배당하는 게 아니고 교섭단체 몫”이라며 일견 바른미래당 쪽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란 손 대표의 발언을 꼬집어 “절 싫다고 나간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세 분 의원을 보내주는 게 합당하다. 세 의원은 이부자리는 갖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례대표 의원 세 명의 출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곤란한 상황 중 평화당까지 파고들자 바른미래당에선 김정화 대변인이 ‘생떼 부리는 평화당에 드리는 고언’이란 논평을 통해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해 선출된 비례대표가 소속 당을 떠나 다른 당에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을 대놓고 속이는 행위”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민심에 어긋난 행위를 대놓고 조장하는 평화당이 선거법 개정을 논할 자격이 있나. 평화당에서 활동하려면 3명의 비례대표는 배지를 놓고 나갔어야 한다”고 즉각 맞불을 놨지만 형세는 바른미래당에 어려워지고 있어 과연 국면 돌파를 위한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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