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 ‘대기업 임원’ 허와 실

얼마 전, 대기업들의 물갈이 인사가 대부분 종료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경기인 탓일까?

임원들의 보직변경에서 발생되는 ‘잡음’보다는 임원들이 받는 대우나 여건에 대해 더욱더 큰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그들만의 세상’은 샐러리맨들의 꿈이라고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소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는 대기업 임원으로의 승진.

단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뭘까?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실세’로 불리는 임원들의 면면이 가려졌다.

재계는 올해 대기업의 대대적인 승진인사로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쥔 임원이 1천 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 ! 가는거야 !!


대기업 임원은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오르기도 힘든 ‘나무’지만 일단 되기만 하면 억대 연봉, 고급 승용차, 골프회원권, 스톡옵션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과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임원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이사 대우가 되면 연봉 인상과 함께 법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회사 소유의 골프회원권 사용 권한이 주어진다.

상무 이상으로 승진하면 별도의 집무실이 마련되는 동시에 여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은 기사가 달린 현대차의 최고급차 에쿠스가 제공된다.

SK그룹의 임원은 3천cc 이하의 차량 제공 원칙에 따라 그랜저2.7, SM7, 오피러스 등에서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집무실과 여비서가 배치되고, 법인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 제공도 뒤따른다.

또 매년 직원들보다 한 단계 높은 정밀 건강검진을 받고, 해외출장 시 비즈니스석 이용 혜택도 부여된다.

16만명이 넘는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가운데 임원은 1천600여명. 100명에 한명 꼴이다.

대개 입사 후 부장까지 승진하는 경우가 10%에 불과하며 거기서 또다시 10대1의 경쟁률을 뛰어야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삼성의 임원은 대한민국 기업 가운데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급임원인 상무보부터 그랜저TG, SM7 등 대형승용차와 자동차 관련 경비 일체를 제공받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제공되는 자동차 배기량과 가격도 더욱 높아진다.

상무보가 되면 보수는 정규 연봉만 1억 5천만원 안팎에 달하는 것은 물론 각종 수당과 복지혜택만 웬만한 기업 간부급 사원의 연봉에 달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개인별, 업체별 실적에 따라 각종 성과급이 지급돼 최고의 성과를 낸 경우 연봉의 60-7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보수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사장이 되면 최소한 ‘몇 십억 단위’의 연봉이 보장된다.

롯데그룹의 경우 임원 승진 시 평균적으로 임금이 30% 가량 오르고 전용 사무실과 회사 소유 골프 회원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소파와 옷장 등 추가 집기가 주어지고 책상, 의자 등 기존에 사용하는 물품도 대폭 업그레이드되며 휴대폰도 따로 지급된다.

부부동반 건강검진권과 계열사 이용 시 추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별도 차량과 운전기사 외에도 임원 본인과 배우자, 부모, 자녀 에게 임원의 출장 클래스에 준하는 무료 항공권을 1인당 1매씩 주고, 장기근속 임원에게는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선물한다.

근속 10년, 15년, 20년은 동남아, 25년은 미주, 30년, 35년, 40년은 유럽 여행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

LG그룹은 임원을 달면 연봉이 100% 가량 인상되며, 성과급의 폭도 대폭 커진다.

차량, 독립된 집무실 및 비서, 골프회원권은 기본이고, 항공편 출장 시 비지니스석 이용, 휴대폰 단말기 및 요금 지원, 매년 본인 및 배우자 정밀 종합건강검진, VIP 상해보험 가입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두산그룹은 역시 임원이 되면 연봉이 2배 이상 오르고, 전용 사무실과 SM5 등 중형급 차량이 주어진다.

BG장(전무급)에게는 운전기사와 여비서가 배속된다.

하지만 이런 최고 대우만큼이나 업무와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은 업계 최고의 대우만큼이나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임원’ 이 ‘임시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삼성에서는 진리로 통할 정도다.

삼성의 임원은 재직기간 내내 엄격히 실적을 평가받게 되며 대개 한 직급에서 4~5년간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고과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연봉이 깎여 퇴직 대상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차는 실적으로 표현되는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임원 승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혜택’만큼 주어진 ‘책임’


현대차의 이사 대우가 되면 4~5개의 팀으로 구성된 하나의 ‘실’을 담당해야 하므로 그만큼 업무량이 늘어난다.

특히 최근 들어 임원들의 역할이 ‘실무형’으로 바뀌고 있어 업무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짐과 동시에 맡은 일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 임원의 전 단계인 부장 때는 ‘중역이 돼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임원이 되는 순간 ‘내가 잘못하면 집에 가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느낀다.

두산그룹도 연초 목적성과를 연말에 어느 정도 달성 했느냐에 따라 임원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고 진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과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또 업무 전반에 대한 내용을 숙지해야 하고 글로벌 경영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어학 능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임원이 되면 받아야 하는 수많은 교육도 보는 사람에 따라 ‘특혜’ 같지만 당사자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LG그룹의 경우 신임 임원이 되면 7박8일간의 합숙 교육을 통해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 이라는 ‘LG Way’,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경영능력과 리더십 함양 등에 관해 집중교육을 받게 된다.

이 교육은 강의와 토론, 프리젠테이션의 방식으로 이뤄지며, 특히 올해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책임 존 헤링턴 상무, 프랑스 법인 마케팅책임 에릭서데이 상무, MC사업본부 유럽팀장 도미니크 오 상무 등 외국인 신규 임원들도 신임임원 교육에 참여해 동시통역이 실시될 예정이다.

LG는 또 임원들이 전략적 경영능력 및 전문지식을 배양할 수 있도록 9개 교육과 정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모든 임원은 자기가 개발해야 할 분야를 선택해 매년 1개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주요 교육과정은 전략적 사고, 전략적 HR, 신사업 전략. 전략적 재무, 전략적 마케팅 등이다.

두산그룹 또한 임원 1, 2년차 때 별도 리더십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각 분야별로 대학에 설립된 최고위 과정(반년기간)을 수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롯데그룹도 주로 계열사별로 외부강사를 초빙, 최신 경영 트렌드 및 전략 등을 통한 승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임원의 사후 보장은 확실하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당장 옷을 벗고 나와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경우 임원급이 퇴사하면 3년가량 보수를 보장한다.

퇴직 후에도 자문, 상담, 고문 등 직책을 맡겨 직전 연봉의 70% 정도를 지급한다.

동시에 삼성 임원출신 모임인 ‘성우회’에 가입시켜 특별관리한다.

LG그룹은 퇴직 임원들을 위해 ‘LG클럽 사무실’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사장급으로 퇴직하면 고문이라는 직함과 함께 2년 간 별도의 사무실과 자동차를 지원받게 된다.

SK그룹은 퇴직 임원들에게 1∼3년 동안 연봉을 지원한다.

통상적으로 상무 1년을 비롯해 전무 2년, 부사장 3년 등 차별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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