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박당 우려 ‘솔솔’…선거제 개혁 등 현안 관련해서도 미온적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4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4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1일 이후로 나경원 원내대표가 ‘보수통합’을 외치며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을 맡게 됐지만 도리어 초반부터 당내 계파 갈등 재발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데다 타 정당과의 협조 가능성에도 회의적 시선이 늘어가면서 한국당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기보다 과거 모습 그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 나경원, 당내에선 김병준과 인적쇄신 놓고 신경전 돌입

애당초 복당파를 견제하려는 친박계의 지원 속에 당선됐다 보니 나 원내대표는 우선 현재 발표만 앞두고 있는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 ‘당내 통합’ 필요성을 내세우며 발표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조강특위에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을 맡겼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반감을 표출하고 나서면서 일순 긴장 국면이 조성됐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인적쇄신에 대해 “112명의 의석도 많지 않은 의석이어서 사실 우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크게 해하는 쪽의 쇄신에 대해선 좀 우려한다”면서도 “그러나 또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는 쇄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거라서 이런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너무 큰 폭의 인적쇄신은 실질적인 대여투쟁의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 가급적 최소한으로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문재인 정부 실정에 맞서 헌법가치를 파괴하는 부분은 막아야 하는 상황에 장수가 112명인데 장수 숫자를 자꾸 줄이겠다고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당 안으로는 우리 의원님들 112분이 하나로 되는 것, 결국 통합의 관건”이라며 “다음 공천 심사 시기에 그때 가서 과감하게 인적 청산할 부분은 청산하고 쇄신할 부분은 쇄신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 처음 참석한 13일에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적쇄신 자체엔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 시기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나는 112명의 의원들을 모시고 싸워야 한다”며 “군사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고 우리 당의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릴까 걱정”이라고 노골적으로 이견을 표출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같은 날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인적쇄신과 관련 “조강특위의 결론을 모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기 그렇다”면서도 “나중에 할 것은 나중에 하고 지금 해야 할 것은 지금 해야 한다”고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일하며 강력하게 요구 받은 것이 바로 인적쇄신”이라며 “1차 인적쇄신은 이번에 하는 것이고, 2차 인적쇄신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21대 총선) 공천이 3차 인적쇄신이 될 것이고, 4차 인적쇄신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강특위, 나경원 아닌 김병준 손 들어줘…‘내홍 재발’ 가능성은 고민

이 뿐 아니라 조강특위에서도 14일 전주혜 위원이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외부위원들은 굉장히 독립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생각하는 일정에 따라 일하고 있다”며 “그런 외부 소리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인적쇄신 과정은 외부의 우려와 달리 매우 독립적으로 이뤄졌고 그동안 심사단계에선 7명 모두 참여했지만 최종단계 이르는 이번 주는 4명의 외부위원만 오롯이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전 위원은 인적쇄신의 기준으로 ‘책임정치’와 ‘경쟁력’을 꼽으면서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이 한국당 몰락의 균열점”이라고 한 데 이어 “강세 지역에서 그동안 안주한 다선 의원들에 대해선 좀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는데, 현역의원 10명 안팎의 당협위원장 교체설이 돌던 가운데 나온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TK(대구·경북)지역 친박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홍문종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그래선지 일찌감치 친박계에선 반발 기류가 일고 있었는데,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비대위라든가 이런 분들이 그동안 탈당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그분들 의견을 대변해왔다. 지금 무슨 누구를 어떻게 하고 몇 사람을 이름을 발표하고 하는 일들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고, 당내에 굉장히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1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도 홍 의원은 당무감사에 대해 “누가 인정하느냐. 의미 부여할 사람 없다”며 “비대위 체제는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이 같은 친박계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비쳐지는 건 자못 부담스러운 듯 자신의 당선 직후에도 “친박 표심이 68분이나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는 통합과 미래다. 철저히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이 당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은 보였다.

이처럼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당내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조강특위는 객관적 기준과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조강특위를 통과해도 부적격 인사에 대해선 별도의 판단을 내리겠다. 당내 어떤 비판과 비난도 감수할 생각”이라고 적극 개입할 의사까지 드러냈던 만큼 향후 나 원내대표가 이 과정에서 ‘김병준 비대위’와의 충돌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다 보니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경우 14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비박이었던 나 의원이 귀순해서 친박의 도움을 받아가지고 원내 대표가 됐고 지금 현재 김병준 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반대하는 걸 보면 시대정신에 멀어가고 있다”며 “개혁을 하지 않고 국정 농단에 대한 인적 청산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한국당이 나경원호가 제대로 국민적 지지를 받겠느냐. (한국당 이끄는 걸) 잘해낼까 의심스럽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당 밖에선 야권이 ‘선거제 개혁’ 등으로 한국당 압박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4일 농성 중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4일 농성 중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내엔 당무감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일고 있다면 당 밖에선 선거제 개혁을 화두로 한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압박 속에 취임 초부터 난국에 몰린 모양새다.

일단 표면적으론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동의한다며 여야 4당이 먼저 합의하자고 입장을 내놓은 만큼 한국당에 대한 압박은 한층 강해지고 있는데, 이 와중에 나 원내대표는 12일 YTN라디오에 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부정적”이라며 “의원정수 확대 없이 이뤄지기 어려워 국민이 공감해주실지 모르겠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에 야3당에선 즉각 새 원내대표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데,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13일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제에 공감하고 동감한다는 말씀을 공식적인 자리,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했다. 전임 원내대표로부터 인수인계를 잘 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심 위원장은 “원내대표는 개인이 아니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첫번째 숙제가 야 3당이 농성하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정리는 것”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큰 기본원칙을 담은 입장을 제시해 달라”고 데드라인을 못 박았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에서도 14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제도 개편에 관해서 당내 의견수렴 절차 특히 토론하는 절차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절박함을 좀 더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이렇듯 야3당의 압박이 계속되자 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저도 공감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권력구조와 관련되고, 권력구조는 개헌문제와 연결된다. 권력구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면 적극적으로 더 검토할 수 있다”고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야3당에선 거대 양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하기를 꺼리기에 이런 저런 구실을 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보만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한국당에서도 탄력근로제나 고용세습 국정조사 등 추진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다른 당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나 원내대표가 이 같은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