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파 일각서 친박신당론 솔솔…김무성, ‘전대 불출마’ 선언하며 진화 나서

친박신당의 실체를 주장한 홍문종 한국당 의원(좌)과 보수통합을 추진 중인 같은 당 김무성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친박신당의 실체를 주장한 홍문종 한국당 의원(좌)과 보수통합을 추진 중인 같은 당 김무성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 단일대오를 이루려는가 싶던 자유한국당에서 다시금 불협화음이 일어나며 일견 분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의 갈등을 뒤로 하고 서로 화해하는 듯했던 친·비박계 사이에선 ‘친박신당’ 등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이 나오고, 두 계파 사이의 접점이 될 듯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결의안은 도리어 갈등을 재발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어 모처럼 결속되는 듯했던 당 내부는 또 불안한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 김무성發 통합 행보, 친박계 불신에 좌초되나

보수 궤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한 친·비박 간 계파 갈등은 정부여당의 계속된 지지율 하락과 이를 계기로 한 보수통합론의 대두로 근래 들어 상당히 잦아드는 듯 보였는데, 비박 복당파의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통합을 하는 길만이 국민의 요구를 충족해서 다음에 집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발언한 지 8일 뒤인 지난달 28일 정진석 의원과 서울구치소를 찾아 친박 핵심이었던 최경환 전 의원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화해 행보에 나섰다.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엔 권성동 의원과 함께 친박계인 홍문종, 윤상현 의원과 더불어 비공개 회동을 가진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계파 갈등 극복 방안을 논의하면서 윤 의원과 반문연대 빅텐트를 추진하는 데 공감한 것은 물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을 하고나서 친박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자신의 SNS에 “분열과 반목을 넘어 다음 정치를 준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을 만큼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 방향으로 흐르는 듯했는데, 아직 높은 불신의 벽을 넘지는 못했는지 곧바로 친박계 일각에서 김 의원의 행보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여주듯 이 자리에 함께 했던 홍문종 의원은 지난 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내부 분위기와 관련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격앙돼 있다. 홍문종이 무슨 권리로 당을 지켰던 사람들의 대표라고 가서 만났느냐,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김무성 대표 만나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전혀 진정성 있어 보이지도 않고 저 양반이 무슨 정치적으로 술수를 부리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 바깥에 있는 ‘친박 맏형’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에서 김 의원을 겨냥한 듯 “한국당의 일부 중진들이 보이는 행태야 말로 후안무치”라며 “자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당에 침 뱉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한 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이 슬그머니 복당하더니 이제 와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문 빅텐트를 얘기하고 당을 구하느니, 석방 결의안을 내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후안무치한 일이 어디 있나”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래선지 홍 의원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에 대해 “법적으로 지금 가능하겠나. 여당과 교감이 있어야 되는 일”이라며 “실질적으로야 지금 아무 의미가 없고 정치적인 그냥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자고 하는 건데 왜 이 시점에 김 대표가 이런 일을 본인이 추진하겠다고 하고 또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하려는 의도가 좀 의심스럽다”고 마찬가지로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김 의원이 서울구치소에 있는 최 전 의원 면회를 간 데 대해서도 “우리한테 얘기도 안 했을 뿐 아니라 만나서 했다는 얘기도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에 불과한데 무슨 굉장히 심도 있는 친박과 뭐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불쾌하다”며 “김 대표가 하는 일들이 탈당파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진정성이라기보다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행보라 생각한다”고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 친박신당설, 분열 단초 우려…친박 내조차 의견 엇갈려

급기야 홍 의원은 내년 전당대회에서 복당파가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해 “우리 당으로선 굉장히 그렇게 되면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 아직도 김무성 대표나 복당파나 탄핵에 관해서 여러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 용서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박신당까지 거론했는데 “지금 현재 이미 바깥에 그 신당의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해 논란을 한층 가열시켰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까지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이 인적청산 하면 친박이 나갈 거 아니냐. 그러면 바른미래당에 있는 몇 분들은 비박당으로 갈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회의원 당선시킬 힘이 생긴다. 구속 만기가 내년 4월”이라고 친박신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물론 이미 박 전 대통령은 불법 공천 개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지난달 징역 2년으로 확정되어 있다 보니 내년에 조기 석방되긴 어렵단 분석도 일부 있지만 박 의원은 “(총선까지) 1년 6개월 남았다. 제가 볼 때는 현행 선거법으로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고 어떤 특정한 지역은 된다”며 20명 이상의 친박 의원 탈당이 일어나고 TK지역 중심으로 친박신당이 힘을 얻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TK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박신당설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지지율 부진을 겪고 있는 여당에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을 분열시키고자 박 전 대통령을 사면시킬 것이란 ‘8월 사면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인데, 다만 TK지역이 지역구인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은 이런 친박신당설에 대해 “홍 의원 개인의 바람이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으며 친박계 김광림 의원마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번에 일축했다.

친박 핵심이었던 윤상현 한국당 의원이 최근 김무성 의원과 함께 보수통합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친박 핵심이었던 윤상현 한국당 의원이 최근 김무성 의원과 함께 보수통합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시사포커스DB

거듭된 당 분열을 우려한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렇게 점차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인데, 김무성 의원에 욕설했던 녹취록 파문에 휩싸였을 만큼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윤상현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이 주관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의 법적인 문제점’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님이 하다 보니 과거 불신이 남아 있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말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데, 저는 추호도 그런 의심하지 않는다. 그분도 당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라며 친박계이면서도 홍 의원과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오히려 윤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결의안을 김 의원이 추진하는 데 의심을 품는 친박계 일각을 향해 “당시 석방을 촉구하자는 정도의 얘기만 나왔지 결의안을 내자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요구안도 저와 김 의원님이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광훈 목사나 조갑제, 정규재 등 재야 인사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해명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의원은 김 의원에게 후안무치하다고 일갈한 서 의원의 비난에 대해서도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라며 “현 정부와 맞서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죄인이란 의식을 가진다면 길은 열릴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앞서 서 의원에 직격 당했던 김 의원도 5일 자신이 주관한 의원회관에서의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이 구속재판 받고 있는데 전직 대통령이고 증거인멸 여지도 없고 고령인데 석방을 요구할 의사가 없느냐는 제안을 받아 앞장설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석방 촉구 결의안으로 보도됐다”며 “공방과 싸움을 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서 의원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아예 김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 전당대회는 분열된 당이 화합하고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저처럼 대통령을 잘못 모셨던 핵심들, 탈당했다가 복당했던 사람들 중 주동적 입장에 있던 사람들,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출마를 하지 않는 게 옳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한번은 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대 불출마까지 전격 선언해 친박계의 불신을 털어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보수통합 행보에 대해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속 그런 마음”이라고 설명했는데, 다만 홍 의원 등 일부 친박계에서 탄핵 찬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선 “그런 이야기를 할수록 골이 깊어진다. 소신과 철학을 갖고 결정한 것을 지금 와서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 김무성 전대 불출마 결단에도 보수통합 흔들 ‘불가측 변수’ 산재

이렇듯 비박 복당파 좌장 격인 김 의원이 비록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전 대표도 염두에 둔 듯 ‘대통령 잘못 모신 핵심, 선거 참패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불출마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일단 본인부터 먼저 결단을 내리면서 친박계 일각의 지속적인 의심은 다소 풀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설령 여전히 불신한다 한들 명분이 없다 보니 더는 통합행보에 엇박자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통합 차원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도 향후 한국당 내부를 흔들 변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보수통합 차원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도 향후 한국당 내부를 흔들 변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 내홍을 촉발시킬 수 있는 뇌관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당장 계파 대리전 성격으로 비쳐지고 있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 원대 선거 직후엔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원내외 당협심사 최종평가 결과를 발표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음 총선 때까지 원내사령탑이 될 차기 원내대표를 누가 차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당협위원장 교체에 있어 최소 ‘10명+α’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직을 잃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만큼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가 특정 계파에 쏠려 있을 경우 당내에서 진행되던 보수통합 행보는 다시금 좌초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복당파를 중심으로 러브콜을 보내왔던 바른미래당 내 보수 의원들의 복당 역시 친박계를 자극할 또 다른 요소가 될 수도 있는데, 유승민 의원도 7일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랑 바른미래당이 가는 거하고 방향이 좀 맞지 않다”며 “보수 정치권과 한국당이 계파로 나뉘어 과거 문제로 갈등했던 부분이 있다. 보수 재건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게 낫겠다”고 점점 보수통합에 운을 띄우고 있어 향후 이들의 복당이 현실화될 경우 어떤 파장이 미칠 것인지도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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