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론에 묵묵부답 정부에
야당, 국민들에게 인상 불가피 밝힐 것
전기요금 인상론 한전 주가에 호재로 작용

한국전력 사옥.ⓒ한전
한국전력 사옥.ⓒ한전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 흐름과 전기요금 개편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여당發 전기요금 인상론에 “202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한 상황. 그 사이 고객 숙인 한전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폭락한 한전 주가 최근 최저가에 30% 올라

7일 한전의 주가는 전일 대비 1.63%p 오른 3만125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전의 주가 상승은 눈여겨볼만하다. 주가 반등에 나서기 이전 한전의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상반기 잠시 반등하며 상승을 탄 한전의 주가는 5월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없다는 우려에 1년 새 최저가인 2만3850원을 기록하며 주주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최저가보다 30% 상승하며 향후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두달 간 국제유가가 30% 넘게 하락하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 한전이 연료비연동제 등 제도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연료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석탄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낮기만 했던 한전의 가치 평가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평가의 기회를 얻었다”면서 “실적은 여전히 외부요인 변동에 의존하지만 낮아진 유가는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우호적인 환경과 더불어 최근 한전의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는 여당發 전기요금 인상론이다. 이는 여당에서 먼저 나온 것으로 인상론을 꺼낸 데는 미세먼지 감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과감히 실행할지는 부담스럽다. 지난해와 올해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누진세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국민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호의적이지 않다. 탈원전 정책 기조 탓에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여론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말한 이유다.

◆전기료 인상론에 묵묵부답 정부

이처럼 한전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탄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론은 한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호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전기료 인상론에 대놓고 군불을 지피기는 한전과 정부는 부담스럽다.

이런 속내를 아는지 탈원전 정책을 계속 유지하려면 요금인상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밝힐 것을 야당은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한국전력(한전)은 전기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한전이 공개한 지난해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 및 석탄 기반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재생 에너지 공급원의 활용도 증가 및 기존 전기 구매와 환경 중심 풀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전의 재무상태와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이다.

김삼화 바른미래당(에너지특별위원회) 의원은 “한전은 해외에서 ‘에너지전환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놓고, 국내에서는 그동안 ‘2018년도 상반기의 적자는 국제 연료비 상승 때문이며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전혀 다른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 산업부와 한전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을 맞은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사진 / 시사포커스 DB]
올 여름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을 맞은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사진 / 시사포커스 DB]

◆전기요금 인상 없어도 한전 실적 도움 요소는?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실적에도 도움이 되는 재료 가운데 하나지만 요금 인상 없이도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근거로 원전가동률 상승, 유가 하락, 구입전력비 절감 등의 비용절감 요인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전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6% 하락한 5805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 탈피에 성공했다.

3분기 흑자전환에는 72.8로 70%대로 높아진 원전가동률이다. 앞서 1분기 원전가동률은 58%, 2분기 67%에 머물렀다. 이 기간 한전은 적자를 기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 당시 2018년 예상 원전이용률이 80%였고, 현재 67%임을 고려해 2019년 원전이용률은 보수적으로 80%를 적용할 경우 원전가동률 1%당 전력구입량 1.7% 감소한다”며 “연간 2천32억원 영업이익 증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한전의 가스발전소에 투입되는 연료비와 민자발전사로부터 구입해오는 전력구입비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LNG는 직도입사업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가연동방식의 장기계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국제유가 1달러 당 연간 1,140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LNG 개별소비세 인하(-68.8원/kg)로 연간 6,000억원의 원가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