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에 취임한 지 100일을 맞이했음에도 연일 도마에 오르며 집권여당 대표다운 품격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권을 공고하게 뒷받침하고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해 당원들은 국무총리 경력에 7선 관록의 이 대표를 택했음에도 취임 100일 맞이한 현 시점에 돌아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9주 연속 추락한 끝에 급기야 40%선까지 무너져 내렸다.

물론 어려운 경제 상황과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상황 등 대내외 난제로 하락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영향 받은 점도 없진 않으나 한때 50%선도 돌파하며 장기간 승승장구했던 시기가 언제적이었는지, 이제는 스스로 국민여론과 괴리된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이 반등할 만한 그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대표는 현 상황이 사실상 위기임에도 상황파악조차 되지 않는지 지난달 25일 참석한 당원 토론회에서 “복지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민주당 정권이)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가야 한다”며 다시금 ‘20년 집권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발언이 추락하는 지지율에 술렁이는 당을 안정시키기 위한 허장성세식 고육책이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현실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한 채 근거 없는 자신감을 과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황을 호전시켜도 모자랄 판국임에도 본인부터 앞장서서 악수만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적폐청산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청와대에서 도리어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이 불거지는 등 기강 해이 문제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목소리를 도외시한 채 “처세를 잘못한 행위지 크게 뇌물을 받아먹거나 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변한 데 이어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을 촉구하는 야권을 향해서도 “책임지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책임져야 한다”고 적반하장식 대응을 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이 뿐인가. 온갖 논란으로 매일 같이 지면을 장식하며 부부 모두 의혹을 해명하느라 검찰 출석하기 바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심지어 당내에서마저 탈당 요구가 나왔지만 “지금 이 사안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아닌지 파악 못하고 있다. 재판 과정도 있는 것이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아직은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고 출당 조치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실상 이 대표 스스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여당 지지율 하락엔 사실상 이 지사 논란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에둘러 밝혔음에도 정작 행동은 이와 달리 조 수석에 대해서든 이 지사에 대해서든 ‘우리 편 감싸기’식으로 구태의연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는데,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도 독설가로 유명했던 그가 이젠 ‘독설’을 넘어 자충수급 설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9월 평양정상회담 동행 당시 ‘노쇼 논란’을 일으켰던 이 대표는 10.4선언 기념식 참석차 다시 방북했을 땐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국보법 폐지 추진 의혹을 받았고,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는 발언 역시 구설수에 오르며 정부까지 곤혹스럽게 만든 바 있는데, 지난 3일엔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사람들이 결혼하는데 있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발언했다가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주요 축 중 하나이자 동남아 지역 중 유독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나라의 경제부총리 면전에서 경제교류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해를 살만한 발언으로 ‘찬 물을 끼얹는’ 경솔한 이 대표의 행보를 보면 진정 자신이 공언했던 수십년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두고는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 어떤 비판에도 아랑곳 않는 청와대와 달리 그나마 야당과 함께 같은 국회 내에 있는 여당 대표라도 야권이 정부여당의 실책을 지적했을 땐 귀를 여는 태도를 보여야 개선의 여지라도 있을 텐데, 문 대통령 못지않게 이 대표 역시 ‘쓴 소리’엔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즉각 차단하면서 이렇게 세간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목소리만 내고 있어 이전 정권을 ‘불통’이라 질타하던 그 모습은 대체 어디 간 것인지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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