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유기준·김영우·김학용·유재중 출마…모두 ‘탈계파’ 천명했으나 ‘계파 대리전’ 시선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나경원 의원과 김학용 의원, 유재중 의원, 김영우 의원, 유기준 의원. ⓒ시사포커스DB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나경원 의원과 김학용 의원, 유재중 의원, 김영우 의원, 유기준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달 중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후보들마다 연일 출마선언이 줄을 잇는 등 모처럼 당내에서 선거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4선의 나경원, 유기준, 3선의 김영우, 김학용, 유재중 등 5명의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뒤를 잇는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에 도전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내년 2월말 전당대회에 앞서 계파 대결의 전초전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아 이런 구도 속에 당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원대 경선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나경원, 계파 종식 외쳤지만 초반부터 ‘구본철 해프닝’도

그동안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2차례나 고배를 마셨었던 나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구저기(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의 자세로 당의 통합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보수 통합을 이뤄내겠다”며 3번째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계속된 친·비박 간 계파 내홍이 사실상 보수 분열까지 촉발시켰기에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나 의원 외에도 누구든 ‘탈계파’를 주요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기는 한데, 그래선지 나 의원은 친박과 비박을 금기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물론 스스로도 “단 한 순간도 특정계파의 핵심세력으로 있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계파 종식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중도개혁후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나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중도개혁후보를 자처하는 근거와 관련 “계파가 뚜렷하지 않아 항상 공천 때마다 공천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7대는 비례대표로 시작했는데 18대 때는 사실 송파병에 공천 신청했다가 중구가 어려우니 중구로 가라 해서 중구에, 그리고 19대는 재보궐 선거에서 그 당시 험지 중의 험지라고 꼽혔기 때문에 동작을에 아무도 나갈 사람 없다 그래서 또 차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전날 출마선언에서 자신이 이미 충분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이란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당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으며 대중성 확보를 위해 자기정치를 할 이유도 없기에 다른 의원들을 빛나게 해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밖에 상시 의총을 통한 당내 민주화와 정책정당으로의 변모, 당당한 대여투쟁 등도 타 후보와 차별화된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나 의원은 보수통합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듯 3일 CBS라디오에서 “반문연대의 틀이 될 수도 있고 보수통합론 안에 같이 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면 조원진부터 안철수까지 저는 다 함께 할 수 있다”며 내년 있을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대통령 하고 싶은 분들 다 당에 들어와라. 황교안 전 총리도 대통령 하실 뜻 있으시면 나와 주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나 의원이 유독 중도성향임을 강조하는 데에는 일찌감치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지난달 30일엔 친박계 잔류파 모임인 우파재건회의에서 구본철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단일화 우선 후보로 나 의원을 지명한다”고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 김진태·원유철·윤상직·윤상현·이완영·정갑윤·정용기·정우택·정종섭·조경태·홍문종 등 현역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며 이들이 나 의원을 지지한 듯 회의 결과를 전했으나 도리어 언급된 대다수 의원들은 지지한 적 없다고 해명함에 따라 또 다시 계파 대결 양상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복당파 측에서 김학용 의원에 힘을 모아주기로 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잔류파 측인 우파재건회의에서 나 의원 지지 선언이란 해프닝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건데, 일단 지도부에선 사후약방문격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불과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 당시만 해도 “지금 계파주의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들 조심하고 있으니 며칠 두고 보자”는 진단을 내놨던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비대위원회의에선 돌연 “원내대표 선거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는 것 같다”며 “있지도 않은 지지선언 하는 등 이 부분 잘 파악하고, 필요하면 반드시 징계조치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갑자기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허위 지지선언이 있었다면 혹시 탈당계를 내더라도 접수하지 말고 기다리라. 그냥 탈당 받을 일이 아니라 반드시 징계해야 할 일”이라고 당 사무총장에게 각별히 주문했는데, 단 하루 만에 이렇듯 태도가 급변하다 보니 이를 놓고도 벌써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복당파 힘입은 김학용, ‘나경원’ 겨냥 전면 공세

비박계 중진인 강석호 의원(사진)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를 선언했을 만큼 김학용 후보에 대해 복당파가 적잖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비박계 중진인 강석호 의원(사진)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를 선언했을 만큼 김학용 후보에 대해 복당파가 적잖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나 의원에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이번 선거의 맞수로까지 비견되고 있는 후보로 김 의원이 우선 꼽히고 있는데, 당내 비박계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당초 유력후보로 부상했던 강석호 의원조차 자진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지를 표명했을 만큼 일각에선 복당파 측 대표 후보란 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 의원은 잔류파인 우파재건회의에서 ‘나 의원 지지 선언’이 나온 지 하루 뒤인 지난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 의원이 친박을 표방하는 것은 감옥에 계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가 막힐 일”이라며 “나는 두 차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다. 이후 김무성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비박으로 분류된 데 반해 나 의원은 오리지널 원조 비박”이라고 즉각 나 의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는 높은 인지도를 내세우면서도 중도성향임을 피력하며 최대한 표심 확장을 노리는 나 의원의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노림수도 있겠지만 복당파 측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음에도 끝내 탈당하지는 않았던 나 의원에 대한 앙금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후보에게보다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9일 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한평생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고 했던 발언 역시 한때 그와 탄핵에 함께 했었던 복당파 측을 적잖이 자극했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급기야 3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나온 김 의원은 “나 의원은 본인이 주인공 되기 위한 그런 정치역정을 계속해 온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나 의원 역시 이에 맞서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이름이 알려진 스타 정치인이다. 더 이상 인지도 올리려고 제 정치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응수했을 뿐 아니라 앞서 전날 출마선언 직후엔 김 의원이 자신을 ‘오리지널 비박’이라 칭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고 그 자리에 있었다”며 적극 맞받아칠 만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2016년 총선 공천 농단 연루자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방치·조장한 인사들’을 쇄신 대상으로 삼기로 해 친박계의 불만을 샀었던 당 비대위를 향해서도 “112명의 시너지를 충분히 이끌 방향의 인적쇄신이 되어야지, 대오를 흔들거나 하는 인적쇄신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김 의원은 “야당 중에서 그나마 공조할 수 있는 정당은 바른미래당 밖에 없다”며 복당파 측 입장에 보다 무게를 실었는데, 다만 그조차도 박 전 대통령을 사면시켜야 한다거나 태극기부대도 보수통합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등 나 의원 못지않게 잔류파 표심도 끌어들이고자 열띤 경쟁을 벌였다.

◆ “단일화 없이 완주” 천명한 김영우·유기준 등도 변수

이렇게 양측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도 속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구도는 한층 복잡해져가고 있는데 잔류파 측에선 유기준·유재중 후보, 복당파 쪽에선 김영우 후보가 단일화는 고려치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선거판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지난달 29일 후보군 중 최초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비박계 복당파에서 사실상 김학용 후보를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 “선거를 계파 대리전쟁으로 끌고 가는 구태정치로 인식될 것”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계파 대리전 할 것 같으면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김 의원은 “비교적 젊고 새로운 이미지가 있어 나서게 됐다. 너무 뻔한 인물들, 과거에 나왔던 인물들이 그 나물에 그 밥 선거 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저는 이번에 사실 독자노선이다. 단일화라는 건 정책적인 또 어떤 노선상의 비전상의 동일한 공감대가 있을 때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기준 의원도 끝내 잔류파 내부의 후보 단일화 논의 기류와 별개로 3일 “당 통합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이 같은 후보 난립 현상이 일어나면서 결과는 한층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선거 일정이 여태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한 논란이 일자 현재 김성태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선거 일정이 여태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한 논란이 일자 현재 김성태 원내대표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구나 아직 구체적인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안 나와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뒤 일자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겨도 처리되지 못하고 김영우 의원을 비롯한 일부 후보의 항의까지 터져 나오자 지난 2일 김병준 위원장이 일단 김성태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11일) 전에 실시돼야 한다는 시한만 제시했다.

상황이 이러니 각 후보들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찾아 나서는 등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 열릴지 모를 경선 준비에 저마다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나 의원의 경우 지난 2일 3선 중진급으로 사실상 정책위의장 후보가 내정됐다고 전했고, 김학용 의원도 3일 MBC라디오에서 “내일이나 모레 정도 출마선언을 공식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때 발표할 생각”이라며 친박계 비수도권 의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고 봐야 된다”고 답변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앞으로의 전당대회는 물론 향후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보수대통합의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한 만큼 모두가 탈계파는 외치지만 이미 계파 대리전으로 비쳐지는 이번 경선에서 누가 웃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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