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입당한 오세훈의 ‘보수통합론’에 황교안 등 화답…바른미래 ‘흔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이 언급한 보수 단일대오 발언으로 야권발 정계개편이 촉발되는 것 아닌지 정치권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이 언급한 보수 단일대오 발언으로 야권발 정계개편이 촉발되는 것 아닌지 정치권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의 충돌 이후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은 듯 했던 ‘보수대통합’ 이슈가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국당 입당을 계기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 초부터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해오던 정부여당의 수주째 계속된 추락도 보수진영이 재기를 노릴 기회로 작용하고 있어 오 전 시장이 거론한 보수 단일대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오세훈의 ‘보수 단일대오’ 일성, 통합 분위기 띄울까

지난 29일 오 전 시장이 새누리당 탈당 이후 1년 10개월여 만에 한국당으로 전격 복당하면서 정치권의 이목은 그의 첫 일성에 집중됐는데, 그는 “‘친박이다, 비박이다, 잔류파다, 복당파다’ 하는 갈래를 만들어 고비마다 스스로 국민적 우려와 걱정을 자초하는 일은 스스로 자제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미력이나마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 이렇게 다시 입당하게 됐다”고 복당 이유를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오 전 시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줄곧 주장해온 ‘20년 집권론’까지 들어 “야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있기 때문에 그 점을 가볍게 보고 이렇게 실정을 거듭함에도 20년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국민 앞에서 겸손하지 않게 반복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아닌가”라며 “이런 현상은 우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거듭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심지어 그는 차기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보수의 가치와 보수우파의 이념과 철학에 동의하는 모든 정파가 모여 치르는 통합전대가 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실현되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되지만 반복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에게 요청드리는 것이 절차적으로도 명분 쌓는단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수 통합전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래선지 오 전 시장은 친박 색채인 태극기부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손을 내밀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시작된 모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 정부의 무능과 폭주에 대해 견제해야 된다는 마음을 갖고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분들의 충정을 생각해, 한국당은 그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한국당은 대화합의 행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장은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 보수 통합전대론을 먼저 꺼냈었던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의 발언과 공교롭게도 상당부분 일치하는데, 전 전 위원이 해촉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입당한 오 전 시장조차 또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초계파적 ‘보수통합’ 추진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외통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전 시장은 단순히 원론적 차원에서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곳곳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29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국정 운영 경험도 있고 보수층에게 지지가 높은 황교안 전 총리도 보수 단일대오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보수통합론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시사포커스DB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보수통합론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시사포커스DB

여기에 황 전 총리 역시 30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강 전 기자들과 만나 “ “자유우파가 합치는 건 귀한 일이다. 다 같이 힘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통합론에 힘을 실어준 데 이어 오 전 시장의 한국당 복당에 대해서도 “나라 발전과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힘을 합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호평해 보수통합론은 한층 가속이 붙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오 전 시장은 한국당의 복당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던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까지 겨냥 “이 순간 이후에도 그런 요청(보수통합) 드리는 건 계속될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이날 입당식에서 지난날 자신이 택했던 바른정당을 실패라고 규정한 발언 역시 바른미래당 내 보수 의원들을 복당시키기 위한 압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뒤숭숭한 바른미래당, ‘보수통합’ 주도권 잡기로 선회?

더구나 오 전 시장의 러브콜 외에도 지난 28일 정우택 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에서 5~6명이 기습 복당되고 그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들어온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다”고 말했고, 이 자리에서 김병준 위원장마저 “(바른미래당에서) 복당하려는 의원들이 있는데 원내대표 선거 이후로 미뤘다”고 밝힌 것으로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그간 ‘말만 무성했던’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듯 유승민 의원도 28일 이화여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측에서 저와 가까운 정치인을 보내 입당하란 이야기를 하긴 했다”며 물밑 접촉이 왔었던 사실은 인정했고, 29일 연세대 강연에선 “보수가 국민에게 외면 받는 상황에서 제가 한국당에 가고 안 가고는 중요치 않다. 보수 재건 방향을 고민하고 있고 한국당과의 통합은 중요 목표는 아니다”라면서도 “바른미래당 안에서 얼마나 이뤄질지는 저도 불안하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예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경우 2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대한 저의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심경을 전한 데 이어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미 유승민 의원을 만나 탈당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안 그래도 분당 가능성에 줄곧 마음 졸여왔던 바른미래당은 그야말로 누란지위에 처한 형국이다.

지난 29일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하태경, 오신환 등 2명만 나왔을 정도로 의원총회 참석률이 저조한 데 대해 “할 일 안 하고 떠들기만 하고 당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라며 역정을 내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그대로 노출시켰던 손학규 대표는 30일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학재 의원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나 그렇게 쉽게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만류한 상황이니 현명할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최근 한국당에서 유승민 의원(사진)에게 복당을 종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최근 한국당에서 유승민 의원(사진)에게 복당을 종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 뿐 아니라 한국당행에 아직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당을 만드신 분이니 특히 중요하다. 바른미래당의 중요 자산”이라며 “강연을 통해 사실상 대외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했으니 이제는 당에 나오셔서 당의 문제와 당의 개혁, 당의 미래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앞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무엇보다 유 대표가 탈당하게 되면 지상욱, 이혜훈 등 유승민계 의원들 역시 동반 혹은 연쇄 탈당할 가능성이 높기에 현재 당을 흔들고 있는 한국당의 보수통합론을 진화시켜야 하는 손 대표로선 ‘플랜B’도 모색해야 하는 모양새인데, 그런 차원에선지 그는 이달 초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한국당 의원과 만났던 사실을 밝히며 “김 의원은 잘 아는 사이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했다”고 자신이 직접 한국당 측과의 접촉했었던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사실상 분당 촉발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유 의원이라 봤는지 “(유 의원을) 앞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며 “유 전 대표와 의논해서 꼭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얼마든지 맡기겠다. 맡겠다고 하면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거듭 러브콜을 보냈는데, 같은 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손 대표가 딱하게 됐다”면서 유 의원이 이미 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조건부 승인한 셈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바른미래당은 김익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확증 편향에 빠진 건 아니냐”고 반박할 만큼 극도로 예미하게 반응했다.

또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보수통합론’을 내세운 오 전 시장의 한국당 입당을 기점으로 정치권 기류가 점차 변하고 있는 데 맞서 “자신이 한때 몸담았고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만들어진 바른정당을 폄하하면서 마치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며 “태극기 부대에 아부하면서까지 정치를 꼭 해야 하나. 오 전 시장의 한국당 입당을 보면서 정치 허무주의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적극 견제구를 던졌다.

◆ 지지율 추세는 한국당에 유리…원대 선거와 전당대회 결과가 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데에는 정당 지지율마저 바른미래당은 아직도 한 자릿수대에서 지지부진한 반면 한국당은 최근 5주 연속 상승하면서 현재 9주 연속 추락 중인 민주당 지지율과의 격차를 나날이 좁혀가는 등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26~28일까지 전국 성인 1508명에게 조사해 29일 발표한 1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95%신뢰수준±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은 최순실 태블릿PC 사건 이후 약 2년만에 처음으로 26.2%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바른미래당은 오히려 전주보다 0.1%포인트 떨어진 5.9%에 그쳤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보수통합의 구심점도 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고, 차기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탈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급기야 민주평화당 비례대표 3인방을 비롯해 동상이몽 중인 의원들도 많아 향후 단 몇 명의 이탈에도 원내교섭단체 지위까지 위협받게 되는 만큼 바른미래당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바른미래당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곳이 있다면 친박신당설 등 한국당 내홍을 촉발시킬 수 있는 친·비박 계파 문제인데, 현재로선 친박 핵심인 정우택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등 모두 보수통합 쪽에 보다 무게를 싣고 있어 내분이 재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앞으로 발표 예정된 당협위원장 교체 결과나 내달 중순의 원내대표 경선 결과, 더 나아가 내년 초 전당대회에 결과에 따라서 ‘공천 학살’을 우려한 친박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울러 지지율 부진을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한 정부여당이 조기 레임덕을 우려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조치 등으로 다시 보수 분열을 시도하려 들 수 있어 이 같은 각종 변수들이 실체화될 것인지 벌써부터 정치권 내 움직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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