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결별 움직임... 더불어 임단협 교섭위원도

최근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에 오른 황영기 씨의 행보가 금융가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맨' 출신이면서도 삼성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 아울러 금융노조 임단협 교섭위원으로 선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되었다. 지난 3월 삼성증권 사장이었던 황영기 씨가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금융시장 장악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삼성그룹은 이미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신용카드, 증권 분야에서 각 업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그 장악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80조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장점유율 38%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도 34~35%대의 높은 점유율로 보험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각각 업계 2위 회사들보다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보험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LG카드가 몰락한 이후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위탁수수료 기준 8.1%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 공개시장이나 기업영업부문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집중도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금융, 농협에 이어 금융시장에서 총 자산 비중으로 5위의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저력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과 추진하던 합작보험사 설립 철회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황영기 씨가 선임되자,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은행산업에 대한 우회공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와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주진형 상무는 삼성생명과 추진 중이던 합작보험사 설립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 상무는 "그동안 삼성생명과 추진해 왔던 합작보험사 설립을 철회키로 했다"며 "우리금융 지분 3%를 삼성생명에 파는 방안도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주 상무의 발언내용은 사견일 뿐"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황영기 회장도 "지금은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LG투자증권 인수가 최우선 과제"라며 "보험 부문에 대한 진출방법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이미 삼성생명에 합작보험사 설립추진 중단 의사를 전달했으며, 내부적으로는 합작보험사 설립철회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상무는 황 회장이 삼성증권에서 데리고 온 유일한 브레인이라는 점에서, 주 상무가 전혀 근거 없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합작 보험사 설립을 포기하고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회장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보험사 독자 설립이나 타 보험사 인수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주 상무의 발언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안과 관련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합작 당사자인 삼성생명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지분 매각이 관련돼 있는 만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애초에 보험사 설립이나 인수 보다 합작사 설립을 택한 것은 초기비용 부담 때문"이라며 "우리은행이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어 부담이 줄어드는 등 합작사 설립 결정 때와 사정이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생명의 경우 우리금융과의 합작 보험사 설립이 무산되면 방카슈랑스에서 다른 보험사에 밀리게 돼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 일부에서는 우리금융이 삼성생명과의 합작 보험사 설립을 철회하려는 이면에는 황 회장이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삼성생명과의 합작 중단은 '삼성과 하던 사업도 중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황 회장이 삼성맨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확실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섭위원'으로도 맹활약하는 황 회장 한편 황영기 회장은 '일복'의 차원에서도 새삼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황 회장은 최근 민유성 우리금융 부회장, 민종구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의 사임에 이어 이번에 교섭위원에까지 선정돼 당분간 '1인 5역'을 해야 할 판. 5월 21일 황 회장은 금융노조와의 임단협 상견례에서 신상훈 신한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과 함께 사측 교섭위원 7인에 포함됐다. 사측 교섭위원들은 은행권 경영진을 대표해 협상에 임해야 하는 만큼, 바쁜 은행장들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다. 특히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건강상을 이유로 빠지면서 자산규모 국내 2위인 우리은행을 맡고 있는 황 행장이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처지.   황 회장은 지주사 우리금융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 행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대신 1명이던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을 2명으로 늘려 역할 분담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업 담당 수석 부행장직을 맡았던 민종구 수석 부행장이 우리카드 400억원 횡령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 현재 수석 부행장도 1명인 상태다.   최근에는 우리금융에서 최고재무경영자(CFO) 역할을 했던 민유성 부회장까지 사임키로 했다. 민 부회장은 같은 재무분야 전문가인 황 행장과의 역할이 겹친데다 다른 재무 전문가들이 우리금융 경영진에 속속 배치되면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견례를 끝낸 올해 임단협은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민감한 사안들이 많아 시작부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도 최근 주가가 급락, 6월말로 예상했던 DR(주식예탁증서)발행 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복 많은 황 행장이 안팎에서 쏟아지고 일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은행권의 대표 CEO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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