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지난 24일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는 ‘국가적 통신 재난’ 사태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큰 피해가 가는지 보여준 것으로 다가오는 5G 시대에 도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통신구 화재로 서울 5개 구(서대문ㆍ마포ㆍ용산ㆍ은평ㆍ중구)와 경기 고양시까지 통신장애를 겪었다. 이 지역에 사는 시민들뿐 아니라 주요시설인 경찰 병원 등도 통신연결이 되지 않아 사회안전망에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일각의 정치권의 주장대로 테러였다면 국가적 비상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번 사태는 처음이 아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1994년 서울 종로 5가 지하통신구 화재로 통신선 9만3000회선이 소실됐고, 2003년에는 KT 혜화전화국 서버가 윔바이러스 공격으로 불통 사태를 겪는 등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통해 안전관리에 얼마나 소홀하고 있었는지 통신사들이 수익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재삼 거론하지 않아도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은 20년 전과 다르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오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핵심이 5G기술 등 첨단기술이다. 만에 하나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통신구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통신설비에 대한 방호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복구에만 며칠이 소요된다면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뿐인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과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기기 등 5G와 연결되는 시대에 작금의 ‘통신대란’이 발생한다면 한 순간에 정지되는 ‘멈춰버린 도시’로의 전락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방화대책 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 점검 및 예방책을 마련해야만 또 다시 있을지 모를 작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도시기능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5G 이동통신은 4차산업의 핵심이다. 초연결사회로 접어드는 데 5G에 대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호에만 그치는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유비무환의 자세가 이통3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KT아현지국 화재는 IT강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5G 상용화에 앞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말도 들린다. ‘초연결 사회’가 머지않은 상황에서 수익에 급급하기보다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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