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9일 男청소년 성교육 세미나 "'백래시'에 휩싸인 남자 청소년"
오세라비 "수잔 팔루디 '백래시', 80년대 美 보수정권 페미니즘의 반동 개념"
미투에 남녀 청소년 모두 지지...정작 '남성은 성폭력 가해자' 인식은 상반돼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아하!센터)가 오는 29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2018 남자청소년 성교육 세미나: 미투 시대, 백래시에 휩싸인 남자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대안 모색'을 연다.(좌) / 수잔 팔루디 작가의 저서 '백래시(Backlash, 반발)'. (우)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아하!센터)가 오는 29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2018 남자청소년 성교육 세미나: 미투 시대, 백래시에 휩싸인 남자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대안 모색'을 연다.(좌) / 수잔 팔루디 작가의 저서 '백래시(Backlash, 반발)'. (우)

[시사포커스 / 현지용 기자]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아하!센터)의 남자 청소년 성교육 세미나에서 사용한 '백래시(Backlash, 반발)' 단어에 대해 아하!센터와 오세라비(이영희) 작가가 상반된 분석을 했다.

서울시는 아하!센터와 함께 오는 29일 오후 2시께 서울시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2018 남자청소년 성교육 세미나를 열기로 밝혔다. 그런데 해당 세미나는 '미투 시대, 백래시에 휩싸인 남자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대안 모색'이라는 부제를 해당 세미나에 붙이기도 했다.

'백래시'는 작가 수잔 팔루디가 지난 1991년 펴낸 책 '백래시: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에서 언급되기 시작된 단어로, 1980년 당시 미국 보수정권 하에서 확산된 반페미니즘 및 페미니즘 반동 광풍을 분석하면서 강조한 단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교사·남자청소년에 의해 발생한 성범죄 고발, 스쿨미투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나, 성교육 현장에서 남자청소년의 백래시 현상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한 성교육 강사는 '성폭력 예방교육 도중 한 남학생이 남자를 또 가해자 취급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며 아하!센터가 조사한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해 '교내 성차별 존재와 미투운동 지지에 대해 남성은 여성보다 적은 경향이 있다'는 내용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하!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미나 부제에 인용된 '백래시' 단어 사용에 대해 "수잔 팔루디의 '백래시' 개념을 100% 인용시킨 것은 아니나, 현 한국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한 실제 반발 사례 등 일부 통용되는 맥락이 있기에 일반적인 용어로서 백래시(반발)라는 단어를 쓴 것"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미나에 대해 "'남자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 아닌, SNS를 통한 여성혐오가 심각한 상황에서 '남자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성평등 언어를 갖추게 할 수 있는가' 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며 "남자 청소년이라 말로 이 사회의 성차별적 요소들의 누적된 결과를 짊어진 대상이 아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는 해당 세미나에 대해 "수잔 팔루디의 '백래시'는 80년대 미 보수정권 하의 반페미니즘 광풍이지, 한국에서의 백래시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라 평했다.  사진 / 오세라비 작가 제공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는 해당 세미나에 대해 "수잔 팔루디의 '백래시'는 80년대 미 보수정권 하의 반페미니즘 광풍이지, 한국에서의 백래시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라 평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반면 오세라비 작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센터 측의 입장과 달리 "팔루디의 '백래시' 개념은 80년대 미국 레이건 보수정권에서 급진 페미니즘 물결이 가라앉을 때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며 "한국의 '백래시'는 현 정부의 편향적 여성정책과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현상으로 팔루디의 백래시 개념과는 다른 개념"이라 평했다.

오 작가는 "해당 세미나는 페미니즘 물결을 지지하는 의미를 중심에 둔 진단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미투 시대에서 백래시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맥을 잘못 짚었다"며 "우리나라 중고교는 모두 성평등 의식과 문화속에서 성장했다. 반발이라는 개념만으로 '백래시'를 썼다면 그럴 수 있겠으나, 그 반발은 미국 보수정권 하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반동이 아닌, 오히려 한국의 (극단적) 페미니즘이 미투에 함께해 혼란스러운 남녀갈등으로 인한 반발 현상"이라 설명했다.

아하!센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13~18세 청소년 333명에게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를 조사했다. ⓒ아하!센터
아하!센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13~18세 청소년 333명에게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를 조사했다. ⓒ아하!센터

한편 아하!센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13~18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총 응답자 수 333명)에서 ▲남자 124명(37.2%), ▲여자 199명(59.8%)에게 해당 성 인식 및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센터가 밝힌 조사에서는 남녀 청소년 모두 전반적으로 '미투운동에 대한 인식'에서 미투운동 인지도·응원·처벌 및 2차피해로부터의 피해자 보호에 지지하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하!센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13~18세 청소년 333명에게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를 조사했다. ⓒ아하!센터
아하!센터는 지난 9월 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13~18세 청소년 333명에게 2018 성폭력에 대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를 조사했다. ⓒ아하!센터

반면 '모든 남자를 성폭력 가해자로 보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남자 청소년의 긍정 의견은 49.2%(▲매우 그렇다 20.2%, ▲조금 그렇다 29.0%), 부정 의견은 26.6%(▲그렇지 않다 16.1%, ▲전혀 그렇지 않다 10.5%)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긍정 의견은 18.1%(▲매우 그렇다 2.0%, ▲조금 그렇다 16.1%), 부정 의견은 56.8%(▲그렇지 않다 30.7%, ▲전혀 그렇지 않다 26.1%)으로 나타나, 남녀 청소년의 미투운동 지지에도 정작 남성을 성폭력 가해자로 본다는 인식에 있어서는 매우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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