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헤쳐모여’식 ‘백지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나서 정치권에 핵폭풍이 닥쳐올 것으로 내다보인다. 한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와 모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그동안 당내 여론을 수렴해본 결과 대체로 신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것 같다”며 “8.8 재보선 이후 당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신당 창당 공론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론 신당 창당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외연확대를 위해 많은 분을 참여시켜야 하기 때문에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자는 얘기이며, 발기인대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민주당 체제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으므로 외부세력을 총 망라하는 신당 창당을 통해 이른바 ‘반창(反昌) 연대’의 단일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이인제 의원 등 당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여론을 수렴해온 결과 대체적으로 신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가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신당창당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 후보의 ‘재경선 수용’ 방안으로는 현재 민주당내 역학구도상 외부인사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신당 창당을 통한 환골탈태를 보이기 위해선 당안팎의 모든 세력에게 저마다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 ‘참여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노 후보의 이익과 엇갈리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이같은 헤쳐모여식 신당만이 노 후보와 당내 비주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신당 창당 주장 안팎과 한 대표 입장 변화 이같은 민주당의 신당설은 6.13 지방선거 참패 후부터 무성했다. 특히 8.8 재보선을 앞두고 한 대표가 본격 신당 창당을 주장한 배경에는 재보선 후 정국의 향방과 대선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의 내홍이 봉합되면서 잠복한 신당설이 이처럼 주류일각에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재보선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내 신당설은 일단 8.8 재보선 결과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에도 ‘반노’세력을 배제한 노 후보 중심의 ‘개혁신당론’과 후보교체를 통한 비주류측의 ‘새판짜기론’으로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노 후보와 한 대표가 지난 12일 주례회동에서 노 후보 중심의 신당창당 방안을 논의했다는 얘기가 주류측 일각에서 흘러나오면서 재보선 이후로 미뤄놓은 듯 했던 신당설이 예상보다 빨리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지방선거 참패후 민주당내 신당설은 노 후보 중심의 제2창당을 통해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새롭게 태어나자는 주류측 주장과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을 영입, 후보교체를 통해 새판을 짜자는 비주류측 입장으로 갈렸었다. 주류측의 한 관계자는 21일 “이대로는 재보선은 물론 연말 대선에서도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노 후보 중심의 신당 창당을 통해 힘을 새롭게 결집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된 형국”이라고 전했다. 노 후보는 그러나 주례회동때의 신당논의설에 대해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부인했고, 한 대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한 대표는 26일 최근의 신당 창당설과 관련, 8.8 재보선 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이날 두 라디오에 출연, 신당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언론보도에서 읽었으나 당내에서 비공식.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다”며 “이런 문제는 때가 되면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 논의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단결해 협력하고 우리당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보탬이 되느냐는 차원의 얘기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일단 환영, 그러나 선 사퇴 불가” 앞서 노 후보는 28일 신당 창당 등 당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요구와 관련, “민주당이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주장해온 만큼 당의 변화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서울 대학로 서울사대부속여중에서 열린 종로지역 재선거 합동연설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스스로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요구하는 당내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환영한다”며 “다만 변화의 내용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중요하고 의미가 있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방안이 나오는 대로 진지하게 대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 ‘당명 개정 등에 대한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변화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뒤 “상황이 매우 유동적인 만큼 8월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기다리겠다”며 “그 이후부터는 책임지고 확실하게 밀고 나갈 것이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후보의 핵심 측근 의원들은 그러나 이날 오후 여의도 모 호텔에서 긴급 대책모임을 갖고 ‘선(先)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과거회귀적인 신당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 측은 선 사퇴불가 입장을 밝힌 반면 이인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주류측은 대체로 ‘검토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 대표의 신당론을 놓고 당내 논란이 본격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노 후보는 ‘한 대표의 말은 당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깊은 생각끝에 나온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8.8 재보선에 전념해야지 신당이나 개헌문제로 당력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유종필 공보특보가 전했다. 노 후보는 또 ‘나는 민주당의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흔쾌히 재경선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 제3의 후보군 0순위로 거명되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발언에 대해 “자신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은 전혀 아니다” 면서도 지난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는 많은 국민이 참여한 만큼 그들의 뜻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후보 재경선’ 입장에 부정적이었던 점을 감안, 민주당 입당 대신 제3세력 결집을 도모하면서 8.8 재보선 이후 민주당 내분이 심화될 경우 민주당 이탈세력까지 포괄하는 거대 신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몽준 의원은 21일 “현재는 단기필마이나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누구라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나서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3의 정치세력 결집을 주도할 뜻을 시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국익 우선 신당이라면 참여하겠다” 한편 한국미래연합 박근혜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익을 최우선하는 뜻이 같은 사람들이 새롭게 모여서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도 내야 된다”며 “선거용으로 헤쳐모여식은 의미도 없고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을 수 없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과 이념에 따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모여야 한다”며 “신당 창당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며 획기적인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국익 우선의 신당창당론’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또 “노무현 후보와의 재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노 후보가 배제된 채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과 합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있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제3세력을 아우르는 거대 신당 창당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인제 의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 의원측에서 나와의 만남에 대해 무슨 합의가 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서로 합의가 된 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앞서가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자꾸 흘러나오게 되면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또한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고, 한화갑 대표는 아니”라고 말해 정계개편과 관련 민주당 인사들과 물밑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인제, “8.8재보선 후 큰 변화” 이인제 의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신당 논의가 여러 갈래로 있었지만, 당 대표가 논의한 만큼 중대한 선언”이라며 “이제 신당 논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됐다”며 한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신당 창당 추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앞서 이인제 의원은 23일 “재보선 뒤 큰 변화와 흐름이 있을 것이며, 많은 분들이 (민주당보다) 더 튼튼한 구조와 틀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계개편 등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나 종이에 그림 그리듯 현실을 떠난 변화가 마구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같이 언급,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한 이 의원은 ‘민주당과의 결별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는 지난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은 창당의 주역이며 민주당은 국민의 정당”이라며 ‘탈당’ 등의 형식을 통한 독자노선을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한동, 신당 창당을 통한 대선 출마 시사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모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총리직에 2년 이상 재임하고 나온 현재 97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국가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전총리는 이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면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신당 창당을 통한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또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 대해 “여러가지 자질과 조건을 갖추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앞날의 지도자”라며,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처가 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갈등을 겪었던 민주당 이인제 전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한때 섭섭함을 갖고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다 풀었다”고 밝혀 이른바 ‘IPM’으로 불리는 제3세력 인사들과의 제휴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자민련 복귀를 거부하고 총리로 남은데 대해 “당장 비판이 따르겠지만 국정안정을 위해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한 것”이라며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내 생각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총리재임 기간 수고했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신당음모 중단하라” 한나라당은 30일 한화갑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신당 창당론과 개헌론을 잇따라 제기하는 것과 관련, 논평을 내고 “개헌과 신당설은 국민에게 외면받고 8.8 재보선 선거 패배가 확실해지자 판을 흔들어보려는 책략”이라며 “개헌 술수와 신당 창당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DJ와 청와대가 시나리오를 만들어 경선을 실시, ‘노풍(盧風)’이라는 것을 만든 뒤 ‘이 후보 5대 조작사건’을 거론하고 있고 이제는 판깨기로 아예 대선을 뒤엎으려 한다’고 ‘청와대 관련설’을 주장, ‘신당=DJ=민주당’ 등식의 구축을 시도했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한 측근은 “한 대표의 발언은 정계개편 차원의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현재의 대선구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대체로 공감” 민주당내 각 계파는 신당 창당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점에선 편차를 보이며 추이를 예의주시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광옥 최고위원은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할 가치는 있으며 반(反) 이회창 연대가 형성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부패청산이고 이를 위한 개헌문제가 중요하며, (당대당 통합은) 개헌이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기득권 포기론에 대해서는 ‘노 후보가 재보선후 재경선을 공언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훈평의원은 신당 창당론에 대해 ‘재경선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로, 전체적으로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신당론은 두 갈래로 추진되다가 나중에 가서 현실적인 세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친노 성향의 쇄신연대의 장영달 의원은 ‘민주당 외연을 넓히고 부정적인 부분을 수정하기 위한 한 대표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신당이나 기득권 포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재보선 이후 검토 여부를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교동계인 김옥두 의원은 ‘합심해 8.8재보선에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패배했을 때 어떻게 할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침묵 속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재보선이 끝나면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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