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대 공격=최선 방어(?)’…전화위복 기류 노리나
한국당, 육참골단 통할까…내로남불 역풍 ‘우려’

여야 원내대표들이 의장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예산국회 정상화의 최대 쟁점이었던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 실시를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국회는 지난 21일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가게 됐다.

국회 정상화 차원으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당위성을 흔들 수 있고 나아가 야당이 서울시교통공사를 표적으로 삼고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여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도 덩달아 난감해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2012~2013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포함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 오갔던 회동장, ‘차악 선택’한 분위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큰 틀만 합의하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진행도 안된 상황”이라고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박고은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큰 틀만 합의하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진행도 안된 상황”이라고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의장 주재로 한자리에 모여 꽉막힌 정국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고성이 회동장 밖으로까지 새어나올 정도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다른 원내대표단보다 먼저 현장을 떠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큰 틀만 합의하고 내용으로 들어가면 논쟁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아무런 진행도 안된 상황”이라고 착잡해하는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대해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침묵만을 이어가다 “협상은 협상이기에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협상과정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더욱이 어두운 기색을 보이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견 조율이 완전 끝나지 않아 오후 3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할 뿐 별다른 입장 표명 및 구체적으로 무엇이 합의가 안됐는지에 대해서는 답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 어떻게 명시하고 담보할 것인지 문제”라며 “한국당과 민주당 각기 합의안 초안에 서로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아 자신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국회 정상화를 더 미뤄두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에 서로가 차악을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국혼란 가라앉힌 동시에 분란의 씨앗된 국정조사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박고은 기자]

이후 여야는 이날 3시에 다시 만나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정기국회가 끝난 후 실시하기로 했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정조사이기에 모든 공기업·공공기관 등이 대상이 돼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의혹도 국정조사에 포함된다.

하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에게 “2015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모든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국정조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방어막을 치면서 여야간 분란의 싹이 트게 됐다.

당시 취재진들은 ‘강원랜드 의혹 시점이 2012·2013년인데 빠지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를 다 하지 않았나”며 “그 부분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즉각 “무제한으로 범위를 정할 수 없어 시점을 특정한 것”이라면서도 “국정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밝혀지면 이전 것이라도 얼마든지 (여야 간) 합의해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범위 안에 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의혹건도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또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5당이 합의할 때 시점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다”며 “백브리핑에서 김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내용은 합의사항이 전혀 아니다. 한국당 희망사항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국정조사 계획서를 작성하는 12월 중에 또 다시 여야 간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원순 지키기’ 발빠르게 나서…반발여론 불식 ‘총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정조사를 무차별적인 정치 공세의 악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강원랜드와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 채용 문제들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한국당의 약점이 되는 강원랜드 국정조사를 확정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채용비리가 드러난 것은 없었다”며 “정부와 여당은 채용비리를 용납할 어떠한 이유도 없고 있다면 오히려 강력하게 그런 문제들을 점검하고 조치 취하겠다”고 한국당의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제기 자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문 발표 바로 다음날인 이날 민주당이 이처럼 재빠르게 박 시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내 반발 기류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박 시장은 여야가 국정조사 합의한 당일 당의 결정에 대해 “당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 내 반발기류는 감지됐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감이고 안타깝다”고 불만을 즉각적으로 표시했다.

박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터무니없는 야당을 상대해야하는 우리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고충을 모르지 않지만 보수야당의 막무가내식 협박 정치 앞에서 올해만 드루킹 사건에 이어 또다시 의혹만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국정조사를 수용한 점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같은 당 분위기에 대해 “받아선 안되는 내용이다(라는 분위기)”라면서도 “정치적 공격이든 뭐든 예산 처리가 안갯속이고 정기국회는 파행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마지못해 받게 된 이러한 사정을 의원님들도 알기에 ‘이게 아닌데 오죽했으면’ 하는게 있다”고 밝혔다.

서 원내수석부대표는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에서는 문제제기도 많이 했지만 지도부를 향한 공격으로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야당이 너무했다’, ‘국정조사가 정쟁화 일환으로 쓰이지 않게 철저히 하자’ 이런 정도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박 시장에게로 향하는 야당의 칼날을 쳐내 박 시장을 엄호하면서도 오히려 야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강원랜드 의혹에 대해 집중,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대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착하디착한 홍영표 원내대표가 받아줬는데 예산 문제는 선진화법 때문에 12월에 통과될 예정이었다"며 “야당이 요청하면 다 국정조사를 하면 우리 당 대권 주자는커녕 우리 당 국회의원도 남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도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튀어 나왔다.

물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대해서 당내 반발은 많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와 관련 “(반발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했는데 의총에서도 관련된 발언이 없었다”고 당내 반발 여론을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강원랜드’ 강하게 쥐어

현재 민주당은 한국당이 규정한 조사 범위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한국당을 바짝 압박하는 모습이다.

서 원내수석부대표는 “채용문제가 2012·2013년 있었다는 것이지 그때 채용됐던 분들은 얼마까지도 직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사건이 불거져서 세상에 나온 것은 2016년도이기에 2015년1월1일 이후라는 규정에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리는 강원랜드 국정조사 하겠습니다. 서울교통공사건 받으세요’라고 말하고 난 후 잔머리를 굴러 ‘2015년 1월1일 이후로 규정했기에 강원랜드는 해당이 안된다’고 이렇게 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면서 “2012년에 채용되었던 그전에 채용되었던 그들은 얼마 전까지 강원랜드에 자리를 잡고 공정하지 않은 특혜를 받았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육참골단’ 자세 취하나…‘내로남불’ 비난받냐 ‘육참골단’ 자세 취하나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이 박 시장에 대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원천 차단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박 시장에 대한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박 시장의 자기정치 행보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서울시장이면 서울시정에 매진하는 게 1천만 시민에게 할 도리”라고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19일 박 시장이 지난 17일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자기 정치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오는 점이 이번 국정조사가 사실상 ‘박원순 흠짓내기’, ‘박원순 청문회’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에 있어 대의와 명분은 중요하다. 계획서에 국정조사 범위 등을 설정할 때에도 현재 여야간 이견차를 보이는 2015년 이후라는 구두 단서를 한국당이 내세워 국정조사를 거부하게 될 경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욱이 최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한국당의 권성동, 염동열 두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사실도 알려졌기 때문에 한국당도 끝까지 구두 단서를 내세우기에는 정치적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역풍을 맞을 것인가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를 뼈를 끊는다) 자세로 강원랜드 의혹건을 받아들인 것인지 한국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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