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지율 역대 최저치 기록…여당 지지율도 40%선 무너져

리얼미터의 문재인 대통령 11월 3주차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리얼미터
리얼미터의 문재인 대통령 11월 3주차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505명에게 19~21일 실시해 22일 발표한 11월 3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95% 신뢰수준±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하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한 끝에 역대 최저치인 52.5%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비단 리얼미터 뿐 아니라 다른 조사기관들이 내놓는 결과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는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0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실시한 11월 셋째주 정례조사(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주 연속 떨어져 50.3%에 그친 것으로 나왔고, 긍정-부정평가 간 격차는 겨우 6.9%포인트로 좁혀졌다.

심지어 이보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에 조사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5주 연속 하락한 끝에 52%를 얻는 데 그치면서 그 어느 곳에서도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청와대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 文 지지율 추락 원인은 경제난 + 혜경궁 김씨?

이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외 없이 대부분의 조사에서 수주째 계속 떨어진 원인은 대체로 어려운 민생 등 경제 문제에 있다는 분석이 중론인데, 그렇지 않아도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을 보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 만큼 부정적 신호 일색이다.

일례로 지난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9.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포인트 올랐으며 3분기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19년만의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고,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층 ‘확장 실업률’은 22.8%로 전체 확장실업률인 11.6%의 약 2배에 달한 것으로 나왔다.

더구나 올해 3분기 청년층 취업자 수는 39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7000명 줄어든 데 반해 실업자 수는 2000명 늘어난 40만7000명에 이르렀으며 그 중에서도 20대 청년 실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구직기간이 역대 최장인 3.1개월에 달했고, 이렇듯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결국 대출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학생이 아닌 만19~31세 청년의 20.1%는 대출 경험이 있고, 15.2%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경험이 있었으며 60.2%는 취업준비기간에 생활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빚의 늪에 빠져드는 문제는 단지 청년층 뿐 아니라 가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21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 잔액이 151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가계부채 1500조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경고했는데, 부채 상환 능력과 직결되는 가계소득 증가 속도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부채의 질 역시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바로 반영됐는데 가계부채 1500조 돌파 소식이 전해진 21일,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루 전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진 53%에 그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통계청장까지 교체하고 내놓은 22일 ‘가계동향조사 결과’(2018년 3분기)조차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당초 정부가 9월부터 기초연금 지급액 상승, 아동수당 지급 등 저소득층 대상 지원금을 확대한 조치가 무색하게 빈부 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5분위 배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52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결정적 원인은 결국 일자리 수였는데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일자리는 늘어났기에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고, 설령 일자리를 구해도 50대의 임금 증가 속도가 20대보다 더 빨라 세대 간 상대임금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도 있어 이 같은 총체적 난국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문제 외에 특별히 작용한 또 다른 요소가 있다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 연루 의혹이 일고 있는 ‘혜경궁 홍씨’ 논란인데,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파동 이후 다시금 여당의 대선주자급 인물이 구설에 오르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단적으로 리얼미터의 11월 3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만 봐도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라고 경찰이 발표하며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하겠다고 밝힌 이후 관련 논란이 확산했던 19일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52.8%로 내렸고, 부정평가는 40%선을 돌파하며 40.9%를 기록했다.

◆ 文에 반기 든 주역은 ‘이영자’?…일각선 ‘이노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주장한 이영자 현상이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이끄는 주역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0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 “20대·영남·자영업자에서 굉장히 낮게 나오고 있다”며 “20대에서는 85%에서 56%, 부산에서는 부정평가가 49%, 자영업자도 50%미만인데 이게 ‘2영자 현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붙박이 계층이 흔들린다는 이상 징후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여당 내부에서도 나왔었는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열린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서 “최근 한국갤럽에서 여론조사 결과 올해 초만 해도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 81.9%에서 11월 둘째 주엔 54.5%로 27% 이상 하락하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가슴이 굉장히 아플 수밖에 없고 아파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를 책임질 20대가 실망하고 있다면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송영길 최고위원까지 “기대를 안고 문 정부를 지지한 20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경제적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역사상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경고했는데, 이후 평화당 박 의원의 ‘이영자’ 발언을 필두로 이젠 야권까지 이 같은 지적에 가세하고 나섰다.

당장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집권 초기 86%에 달했던 20대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54%로 추락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꼬집었으며 ‘이영자’ 워딩을 내놓은 박 의원이 소속된 평화당에선 22일 문정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영자보다 이노호가 더 문제”라며 20대, 노동자,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첫째주 여론조사와 11월 셋째주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국정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곳은 호남으로 첫째주 86%에서 셋째주 75%로 11%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오히려 ‘이영자’의 영남지역은 PK(부산·경남)에서 1%포인트 하락했을 뿐 TK(대구·경북)에선 오히려 40%로 7%포인트 상승하는 등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또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역할을 했던 20대의 이탈 규모에 대해서도 조사마다 다른 경향이 나타났는데, 데일리안의 의뢰로 조사한 알앤써치의 11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에선 처음으로 20대에서 부정평가(47.3%)가 긍정평가(44.5%)를 앞섰으며 한국갤럽의 11월 3주차 조사에서도 1주차에 비해 9%포인트 하락하는 등 이탈이 분명히 감지됐으나 2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1월 3주차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선 30대, 50대, 40대에서 떨어졌을 뿐 도리어 20대에선 전주 대비 6.8%포인트 상승한 61%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폭이 어느 때보다 좁혀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여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쳐 리얼미터 조사에선 8주 연속 하락하던 민주당 지지율이 40%선을 지키지 못한 채 39.8%로 떨어지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주 연속 상승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직후인 2016년 10월4주차 이후 최고치인 22.6%를 기록하는 등 그간의 지지율 구도에도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청와대는 22일 김의겸 대변인 논평에서 20대 연령층의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 하락과 관련 “저희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지층 이탈 등 현안과 관련해 직접 대응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정부여당 부진, 야권에 재기 기회 될까

1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1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이영자’, ‘이노호’ 기류는 향후 야권 재편 결과에 따라 한층 강해질 수 있어 그간 저조한 야권 지지율에 반사효과를 누려오던 정부여당으로선 조속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까지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국당에서 내달 중순까지 당협위원장 재임용-교체지역 선정을 마무리하고 1월 내로 새 당협위원장 임용작업을 마무리 지은 뒤 2월 전당대회를 통해 비대위가 아닌 제대로 된 지도부를 출범시킬 경우 신임 지도부의 역량에 따라 여당의 운신 폭은 한층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원책 전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이 보수신당을 추진하는 등 일견 ‘분열’을 부추기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같은 정계개편이 이뤄지기엔 당장 여건이 마땅치 않으나 현재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경제 부문 등 정부여당의 취약점을 집중 공략할 경우 탄핵 정국 이후 재기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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