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內外, 냉소 보내면서도 한껏 ‘경계’…洪, 당권 겨냥 12월 중순 활동 본격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습. ⓒ시사포커스DB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국에서 돌아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 관련 입장을 계속 내놓으며 SNS정치를 이어왔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최근 국민 절반 이상의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라며 현실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그가 재등판을 천명함에 따라 향후 전개될 한국당 당권 레이스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5개월 간 SNS로 장외전 벌이던 홍준표, 왜 지금 나섰나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놨던 홍 전 대표가 “내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약 5개월여 만에 정계 복귀를 공식화했는데, 일단 그는 이번 선언과 관련해 “정계를 떠난 일이 없기에 정계 복귀가 아니라 현실 정치로의 복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한 입장 표명은 계속 해온 그가 이제 와서 “다시 시작”, “정치 복귀”와 같은 표현까지 써가며 SNS로 목소리를 높인 것은 사실상 당권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홍계 인사인 홍문표 한국당 의원만 해도 2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가 내달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원내대표야 그분이 출마하겠나”라고 답한 반면 내년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선 “자기 입장에서 좀 더 국가를 위해 일을 한 번 해보겠다는 그런 욕심의 생각이 있지 않는가”라고 관측했다.

또 홍 의원은 그가 굳이 이 시점에 복귀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종의) 타이밍이라고 보고 싶진 않다”며 “우리가 진작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핵을 폐기해야 평화가 온다, 이런 건데 거기다 평화를 덮어씌워버리니까 지금 핵은 어디로 가려버리고 이렇게 국제정치화 돼버리는 것은 우리로서는 안 맞는 것이다. 아마 이런 데서 상당히 홍 대표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데서 자기 복귀라는 부분을 내세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홍 의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홍 전 대표가 이번에 ‘정계 복귀’를 선언한 건 북핵문제 등 각종 현안 때문이라기보다 그동안 그의 전당대회 출마를 꺼려오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해촉으로 드디어 힘을 잃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사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미 홍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기 직전인 지난 9월 중순에도 그의 정계 복귀를 차단하기 위해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당원권 정지가 있다는 자문도 받았던 적이 있었을 만큼 적잖이 경계해왔었는데, 홍 전 대표 귀국 이후인 9월 27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 전 대표) 그 분의 위치가 현재 일종의 평당원”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한 데 이어 당협위원장 교체작업도 홍 전 대표 재임 시절 임명된 친홍계 60여명을 표적 삼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급기야 새로 영입된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도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에 대해 “끝까지 고집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경고한 것은 물론 김 위원장도 “이 분 저 분 (전대) 나와 혼란한 상황 있을 수 있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냥 보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계속 던지자 홍 전 대표 역시 더는 침묵할 수 없었는지 16일 자신의 페북을 통해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난 언제나 책임정치를 해온 사람”이라고 항변한 데 이어 17일에도 “23년 정치하면서 계파에 속하거나 계파를 만들어 본 일이 없다”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토록 그를 압박해오던 비대위와 조강특위가 이후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놓고 서로 맞붙는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레임덕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그간 궁지에 몰렸었던 홍 전 대표로선 내년 2월경 전대 개최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정계 복귀를 공식화할 천우신조로 여겼을 게 자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홍 전 대표는 이미 준비해놨다는 듯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있는 내달 중순부터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유튜브 1인방송인 ‘TV홍카콜라’를 시작하고 프리덤 코리아를 통해 네이션 리빌딩(Nation Rebuilding)운동을 펼치겠다고 구체적 복안까지 밝혔다.

◆ 홍준표 재등판에 친박부터 여당까지 당 안팎 견제 일색

이처럼 홍 전 대표가 재기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씁쓸히 바라보는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은 자신들끼리 상호 충돌해 홍 전 대표가 ‘어부지리’된 셈이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크게 수위 낮아진 반응을 내놨는데, 김 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해 “출마하든 않든 대승적 견지에서 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 전 위원도 21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도 약간 책임이 있으니 그분이 나와도 된다, 나오지 말아야 된단 말씀 못 드리겠다”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미) 당 대표를 지내신 분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전 전 위원도 “제가 보기엔 참 그렇다. 지켜보기 안타깝다”고 표현한 데 비추어 홍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환영한다기보다 마지못해 놔두겠다는 정도로 읽히고 있다.

친박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친박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이에 반해 당권 경쟁자나 다른 정당들에선 벌써부터 포문을 열고 홍 전 대표에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당장 당 대표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는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20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행태 때문에 보수가 거의 위기”라며 “홍 전 대표가 회개하기에는 회개 기간이 너무 짧고 미국에서 회개도 별로 안 하고 온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0일 정청래 전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홍준표 정계복귀를 환영한다.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반대편에서 큰일 해주시리라 믿는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태도 변치 말고 속히 복귀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큰 웃음 선사해 주길 바란다”고 비아냥했고 민주평화당에서도 20일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전 대표를 겨냥 “큰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 맹목적 지지자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한국당 개편작업에는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홍 전 대표 복귀로 한국당 좌표는 더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지금 한국정치에서 최대 문제가 보수 세력의 대표정당인 한국당이 정처 없이 헤매는 것”이라며 “결국 한국당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보수개혁을 바라는 지지층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아예 정의당은 홍 전 대표를 향해 반어적 표현으로 맹공을 퍼부었는데, 최석 대변인은 20일 서면브리핑에서 “홍 전 대표가 꼭 한국당의 종신 대표직을 맡아서 수구보수의 소멸이라는 대업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었다. 복귀한다니 격하게 환영한다”며 “반드시 금의환향해 수구 보수의 거목으로 다시 우뚝 서서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길 기대하겠다”고 비꼰 데 이어 이정미 대표까지 21일 TBS라디오에 나와 “나라 절반이 자기를 지지하고 옳았다고 인정했다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인지”라며 당권 경쟁 결과에 대해서도 “또 산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 범여권 정당 외에 심지어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조차 20일 김익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혜경궁 김씨 문제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홍 전 대표의 정계복귀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정부여당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홍 전 대표의 감각이 경이로울 뿐”이라며 “호재를 부르고 있을 정부여당 모습이 눈에 훤하다. 기왕지사 정계복귀 하신다 하니 명불허전 홍준표식 화법으로 한국당이 해체되는데 밀알이 되어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 洪 본격 활동 재개 시점인 12월 중순…한국당 전환점 될 듯

이렇듯 홍 전 대표를 향한 부정적 시선만 가득한 가운데 홍 전 대표 재임 시절 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홍문표 의원은 이런 평가들에 대해 2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당에 누가 들어오든 나가든 그냥 침묵을 지키고 겸손한 얘기를 했지 이렇게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비비 꼬아가면서 비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홍 대표가 정치권에 진입해서 직설적 이야기를 하면 집권당으로선 아플 것이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그렇게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오히려 홍 의원은 “‘국민들은 홍준표가 옳다고 본다’는 홍 전 대표 판단에 동의한다”며 한껏 힘을 실어줬는데, 이렇게 당내에서도 저마다 차기 당권후보군과 손을 잡는 가운데 한국당에서 해촉된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도 홍 전 대표가 활동을 본격 재개하는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혁신과 대안’이라는 ‘신보수 건설 네트워크’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라 밝히는 등 속속 보수진영을 뒤흔들 시점으로 내달 중순을 잡고 있어 이때 치러질 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과 더불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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