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반도체’ 걱정 이유는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 탓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New SK를 위한 '딥 체인지(Deep Change)' 실행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2018 CEO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New SK를 위한 '딥 체인지(Deep Change)' 실행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2018 CEO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SK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SK하이닉스가 연일 최대실적을 내면서 덩달아 SK그룹 전체 실적이 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SK그룹이 이에 대한 고민을 상반기부터 시작했다. 역대 최대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스트 반도체’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의 고민은 ‘포스트 반도체’이다. SK그룹은 바이오와 전기차 배터리, 제약ㆍ바이오와 모빌리티 등을 ‘포스트 반도체’ 후보로 주목하고 있다. 올해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재로 이천 SKMS연구소에 열린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현재의 경영여건이 10년전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 그룹의 실적 역시 반도체를 제외하면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위기론을 언급했다. 반도체 외엔 성장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현재 경영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반도체 착시 탈피 필요성 강조한 것이다. 6월에 진단한 위기의식은 10월에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드러났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SK그룹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SK그룹의 고공실적은 최고실적을 갈아 치우는 SK하이닉스 실적 덕분이다. 2016년 3조2767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조7213억원으로 30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SK그룹 상장 계열사 8곳(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C·SK머티리얼즈·SKC솔믹스·에스엠코어·SK바이오랜드)이 올린 전체 영업이익의 70%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 함께 그룹 내 3대축인 SK이노베이션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조2217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오히려 2전년(3조2432억원)에 비해 0.6%(-215억원)감소했다. SK텔레콤도 피차일반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조53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1조5357억원)에 비해 0.05% 증가에 그쳤다. 두 주려 계열사의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올해 이같은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SK하이닉스 반도체 쏠림 현상은 지난해 보다 확대됐다. 3분기까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 그룹 영업이익의 80%를 넘어섰다.

쏠림 현상이 심화다보니 반도체 경기가 둔화될 경우 그룹 실적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포스트 반도체’를 걱정하는 이유다.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SK는 반도체·소재(49조원), 에너지 신산업(13조원),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11조원), 미래 모빌리티(5조원), 헬스케어(2조원) 등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3년간 80조원을 신규 투자키로 했다.

그룹이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담당하고 있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측은 2020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고속 성장 이면에는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M&A(인수합병)에서 비롯됐다”며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분야는 M&A에 나서고 있어 반도체가 급속도로 둔화되지 않는 이상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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