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민주당으로 확산시키는 데 집중…난감한 민주당, 野에 무대응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라는 경찰 발표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지사(사진)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라는 경찰 발표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 비방글을 쓴 ‘혜경궁 김씨’ 논란에 휩싸여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번 사태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논란 된 혜경궁 김씨 사건, 그 전말은?

혜경궁 김씨 사건은 6·13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였던 ‘친문계’ 전해철 의원이 트위터 계정 ‘@08__hkkim’이 자신과 문 대통령에게 악의적 비방을 했다면서 지난 6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는데, 그동안 이 계정은 이 지사가 앞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서서 문 대통령(당시 경선 후보)과 경합을 벌였을 때에도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라거나 ‘문재인이 아들도 특혜 준 건? 정유라네’ 라는 등 이 지사와 맞붙는 이들에게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어왔다.

급기야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하다’,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 등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비하해 친문 세력의 반감을 크게 샀는데, 올해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도 이 지사의 당내 경쟁상대인 전 의원에게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 됐는데”라고 맹비난했다가 고발당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 의원이 지난달 ‘문 정부 성공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돌연 고발을 취하하면서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정렬 변호사와 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 회원 3000여명이 이미 지난 6월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가 해당 계정 주인으로 유력하게 의심된다며 고발장을 제출한 데 따라 지속되어왔던 경찰 수사가 결국 이 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여배우 김부선 스캔들 의혹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해 한 차례 이 지사 측의 반발을 샀던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도 혜경궁 김씨를 이 지사 부인인 김혜경 씨로 보고 19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다시금 이 지사와 정면충돌했다.

경찰은 계정 주인 확인을 트위터 본사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했지만 혜경궁 김씨 트위터 4만여 건을 전수조사하고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결과, 계정 주인은 김씨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계정 소유주가 성남에 거주하는 여성이고 음악 전공자에 아들이 군대에 가 있다는 점이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와 이메일 아이디가 비슷한 점 등을 우선 정황 증거로 꼽았고, 해당 트위터 계정이 2016년 7월 중순부터 더 이상 안드로이드폰이 아닌 아이폰으로 작성했다는 점도 이 시기 김씨가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교체한 부분과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경찰은 이 지사가 2013년 5월18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다음날 낮 12시47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올라오고, 오후 1시엔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것도 김씨를 지목하게 된 이유로 꼽았는데,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진은 캡처된 것으로 캡처 시각은 12시47분이었다고 설명하면서 트위터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비슷한 시각 같은 사진이 올라온 사례가 이외에도 여러 번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망신주기 왜곡수사라고 경찰을 비난한 데 이어 19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도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판단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고 경찰 수사 결과에 불신감을 드러냈으며 이번 사건을 ‘저열한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특히 이 지사는 김씨 카카오스토리 계정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비슷한 시각, 동일 사진이 올라온 데 대해서도 “카카오스토리 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트위터에 올린 원본 사진을 그대로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면 되는 데 왜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겠느냐. 캡처 사진을 올린 것부터 동일인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경찰 측 주장에 반박했다.

다만 그는 경기남부청을 고발할 건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저질렀다는 정황은 없다. 고발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해당 트위터 계정이 확실하게 김씨 것으로 밝혀진다면 민주당 출당이나 지사직을 사퇴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사실이 아닌데 가정적으로 말하면 되겠나. 이 자체가 프레임이고 가혹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답해 일견 수세적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래선지 경찰 측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맞섰는데, 민갑룡 경찰청장은 같은 날 오전 11시쯤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혜경궁 김씨 수사와 관련 “수십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자료 확보 및 분석 등의 과정을 통해 최선을 다해 내린 결론”이라며 “저희는 저희가 해야 하는 필요한 절차를 다 거쳤다. 전체적인 과정에서 어떤 자료들을 확보했고, 그때 어떤 것들을 통해서 (현재) 결론을 얻었느냐가 이 단계에서 초점이 맞춰져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 야3당, 이 지사에 맹공…與 내분 확대 노린 듯

이렇듯 이 지사와 경찰 간 진실공방으로 비화되며 논란이 계속되자 당장 야권은 이를 여권 분열의 기회로 보고 이 지사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으로까지 공세범위를 확대시키려 하는데, 한국당은 19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치인의 제1 덕목은 도덕성으로 도덕성 없는 사람은 정치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며 “욕설에 가까운 글을 SNS에 대량 살포한 이재명 부부는 더 이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선 안 된다. 이재명 부부는 마지막 남은 최소한의 양심으로 진실을 밝히고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커져만 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대응 없이 계속 지켜보고만 있다”며 “경찰조사가 맞다면 민주당은 부도덕한 인물을 공천한 것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출당 논란을 잠재운 이해찬 당대표에게도 명백히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은 같은 날 이양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는데 “진실이 규명될 동안 혜경궁 김씨 사건의 피해자는 민주당 친문 진영도, 이재명 지사나 이 지사를 감싸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로도 특정할 수 없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지리한 법정 진실공방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경기도민과 국민”이라며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주지 못하고,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까지 전락해 가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일갈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같은 날 바른미래당에서도 하태경 의원이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단순히 정황만으로 이게 김혜경 씨다, 이렇게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 자사는 실제로 고소 왕이었다. 만약 혜경궁 김씨 트윗이 자기 부인 게 아니라면 자기 부인이라고 고발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재고발하면 되는데 재고발하지는 않고 노이즈만 자꾸 일으키고 있는 것만 봐도 이번에는 이 지사가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 지사를 압박했다.

또 하 의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까지 겨냥 “지금 시점에 있어서 출당 정도는 이 대표가 결단 내려야 하는데 이 대표가 계속 싸고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 대표가 이 지사한테 아주 큰 신세를 졌거나, 아니면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라며 “검찰에서 기소가 될 때 좀 더 많은 이 지사 혐의점이 나올 건데 그럴 때는 아마 이 대표가 대표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 대표의 행보를 꼬집어 “평양정상회담 할 때도 같이 가서 노쇼를 하거나 10·4선언 기념식 때 평양 가서도 대표답지 않게 자꾸 노이즈 일으켰다. 문 대통령하고 한 배를 타겠다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지금의 문 대통령 도와주는 것보다는 차기 정권창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차기 후보들은 좀 어쨌든 친문보다 비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표 본인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고 이 지사를 본인이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재명 지지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잖나”라며 “어차피 이제 본인이 친문의 적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중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좀 떨어지면 비문이 민주당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계산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야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까지 휘저어보려는 모양새인데, 하 의원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은 이날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책임이 덕목이 되어야 할 정치를 전쟁이 난무하는 아수라판으로 만들고 있는 이 지사는 B급 정치란 말도 아까우며 민주당은 이 지사를 비호하며 스스로를 B급 정치 모태이자 온실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이 지사와 민주당을 동시에 직격했다.

◆ 떠넘기는 청와대와 묵묵부답 민주당…내부 불만 폭발하나

이 같은 압박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서로 말을 아끼며 공식적으론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인데, 청와대는 19일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관련된 내용은 당에서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조처를 취해야 하거나 후속행동을 할 성격은 아니라서 검찰 수사를 지켜볼 문제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가 19일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 “(최고위에서 언급은) 없었다. 공당으로서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검찰 기소부터 사법부 판단까지 포함해 법적 처리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기존의 신중한 기조를 그대로 견지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이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권력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부적절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실제 BH(청와대)도 그렇고 여당도 경찰 쪽에서 어떤 언질이 없었다”며 “정치적인 게 뭔지 모르겠지만 다른 배후의 권력이 있거나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BH나 당이 이 지사에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경찰 수사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이미 민주당 표창원 의원만 해도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라면 이 지사가 지사직 사퇴해야 하지만 법정에서 완전 밝혀질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옳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가 이 지사와 친문 성향 지지자 양측 모두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받은 바 있어 당은 내전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이 사안에 대해 계속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다만 이날도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이번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단을 당이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직 내부에서조차 의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 지사 측과 그를 고발한 쪽 어느 한편이 치명타를 입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민주당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이제 경찰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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