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미·중·러 연쇄 회담…펜스, “북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 달라”
시진핑, “내년 시간을 내서 방북할 생각”…내년 남북한 순차 방문 ‘전망’

청와대를 걷는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박6일간의 아세안(ASEAN)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북미협상과 일정한 함수관계를 가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형 이벤트 시간표’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연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과 4차 남북정상회담, 미국은 북미고위급회담 및 2차 북미정상회담,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러시아는 김 위원장의 방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외에 나머지 국가들 모두 이벤트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다.

우리 정부는 연내 안에 추진하겠다고 목표를 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및 4차 남북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를 이끌지, 미·중·러 이벤트 시기에 맞물리게 시간표를 수정할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19일 최근까지도 ‘연내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 또다시 중요해진 촉진자·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文 대통령, 미·중·러 연쇄 회담…지지부진 ‘비핵화 협상’ 돌파구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싱가포르 선텍 회의장 양자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18일 5박6일 간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순방 기간 중 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이번 순방길에서는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잇따라 회담을 열고 한반도 정세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을 끌어들여 적극적인 비핵화 지지를 확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 또 다른 견인차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미·중·러와의 접촉을 통해 현재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에서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 시점이 무르익어간다’는 긍정적 인식과 함께 두 정상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도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두 정상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이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초청에 감사한다”며 “내년에 편리한 시기에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고 전해진다. 평양 방문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은 상태”라며 “내년에 시간을 내서 방북할 생각”이라고 밝혀 남북한 순차 방문이 전망된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이 있던 지난 15일에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 달라”고 우리 정부의 적극적 중재 역할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국제제재 틀 범위 내에서 한미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 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그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나’라고 질문하자 “그렇다. 북한의 상황과 분위기에 대해 두 분이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국가와의 공감대를 형성, 협조 요청을 통해 지지부진한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그동안 대화가 단절된 북한의 입장을 헤아리는 모습을 통해 우호적인 남북관계 개선 무드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文 대통령, 북미 고위급회담 재개→金 서울답방→제2차 북미정상회담 구상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고,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내년 초로 미뤄지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및 4차 남북정상회담 등의 일정이 연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현재 정부는 해당 일정들을 연내 실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연내 답방 문제 등을 포함해 남북 간 합의된 사항들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북미간 협상도 진행 중이고 미측이 우리 정부의 역할론도 주문하는 가운데 우리 측은 북한과 약속한 김 위원장과의 연내 답방 카드 및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는 카드(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대하자는 깜짝 제안)를 통해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분석된다.

즉 북미 고위급회담 재개→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게 하는 구상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창립식 계기 ‘한반도 평화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문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하면 접점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압박과 제재가 약해서 지금 북한이 이런다며 더 세게 밀어붙이라는 요구가 나올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고위급회담 불발 직후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이런식으로 나오면 핵경제 병진노선에 복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정부 당국의 입장”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북미 실무차원의 물밑협상에서는 어느쪽도 양보할 가능성이 없기에 문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주문했다.

이어 “만약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미국은 일대일 외교의 개념이 없다’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인식시켜 북한이 어느 정도 먼저 행동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면서 “북한에는 미국 요구의 절반만 하면 미국을 설득해서 미국도 한발 나오도록 중재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미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움직여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탑다운 방식으로 다시 북미 정상회담 모멘텀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우리 정부 측의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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