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CB 발행 목적 자체를 의심했어야

현대그룹빌딩 동관 5~9층(연지동)에 입주해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현대그룹
현대그룹빌딩 동관 5~9층(연지동)에 입주해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현대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전환사채(CB) 거래에 대한 위법성 여부에 금융위원회가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콜옵션 부여 및 양도를 제한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내리자 경제개혁연대는 19일 “소극적 유권해석을 통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위가 단지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사실상 편법적 파생상품 거래를 용인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 CB 거래의 경우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목적을 위해 현행 법령을 우회한 편법거래 의혹이 있기 때문에 법위반 또는 탈법행위 여부를 금융위에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문제가 된 현대엘리베이터 CB 거래의 경우 외관상 전환사채의 콜옵션을 거래한 것이지만 그 실질을 따져보면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워런트(신주인수권)를 발행한 것과 동일하다”며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분리형 BW의 워런트를 양도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금융당국이 소극적 유권해석을 통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모 방식의 분리형 BW에서 워런트 양도를 금지한 것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전환사채의 발행만으로도 이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금융당국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전환사채 발행의 목적 자체를 의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 사모 전환사채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하고 약 1년이 경과한 지난해 1월 전환사채의 40%에 해당하는 820억원 어치를 콜옵션 행사로 조기 상환했으나 이를 소각하지 않고 같은날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에 매도청구권(옵션)만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법률적 자문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된 사항이라서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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