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시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한테 뱉으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을 수사해온 경찰이 지난 1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해당 계정의 소유주로 결론 낸 것과 관련 이 지사는 19일 “계정 주인,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공식입장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당 정체성을 저버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내용으로 인해 친문 지지층들은 벌써부터 '지사직 사퇴' 혹은 '출당'을 요구하는 등 이 지사를 향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현재 친문과 비문의 화약고가 터졌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로 당 내 계파 분열과 대립이 표면화 됐다. 이에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이 깊어지면서 총선 참패와 보수정당 몰락을 가져온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을 정도로 민주당 내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소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이 지사를 향한 도덕적 문제 뿐 아니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당 입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시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한테 뱉으라”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신관 입구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찰은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정말 차고 넘치는데도 유사한 것들 몇 가지를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란 생각이 든다”고 경찰의 수사 내용에 대해 비판했다.

이 지사는 “어떤 사람이 카스 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으면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그 트위터의 사진을 캡처해서 카스에 올리지는 않는다”며 “바로 올리면 더 쉬운데 왜 굳이 트위터의 글을, 또 사진을 캡처하겠나. 경찰이 스모킹 건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계정이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에 해당된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이미 목표를 정하고 그게 '이재명의 아내다' 라는 데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김영환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 경찰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왜 이리 가혹한지 모르겠다”며 “명백한 사실을 무혐의하고 그것도 알려질까 걱정해서 송치 사실을 숨기고 그랬던 경찰이 이재명의 아내에 대해서는 6명의 전담수사반을 편성하고 또 미리 친절하게 오늘 기소 예정이라는 것을 이틀 전에 영화 예고편 틀 듯이 틀어줬다.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시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한테 뱉으십시오”라며 “죄 없는 무고한 제 아내, 가족들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치 표적 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경찰이 지금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라든지 기득권자들의 부정부패에 관심 갖고 정말로 집중했더라면 아마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더 좋아졌을 것”이라며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 지금보다도 더 도정에 더 집중해서 도정 성과로 그 저열한 정치 공세에 대해서 답을 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해서 결백을 입증하실 생각은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 4월달에 벌어진 사건인데 지금까지 휴대전화 제출 요청한 일도 없고 이미 기소의견 송치를 결정한 다음에 그저께, 3일 전 제출할 의사가 있냐고 말했다”며 “만약에 그때 요청을 했더라면 저희가 드렸을 텐데 왜 7개월 동안 그 요청을 안 했는지 정말 저희도 이상하고 저희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SNS에 본인께서 투표를 올렸는데 경찰 쪽으로 여론이 기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경찰은 같은 시간대에 캡처했으니까 동일인이다라고 단정을 했는데 트위터는 원래 실시간용이라 과거의 것을 찍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카스 계정을 소유한 사람이 그 사진이 없으니까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캡처해서 쓴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까지 의혹이 사실이면 출당은 물론 지사직까지 사퇴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 “무고한 사람을 놓고 네가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이고 가혹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침묵 지키는 與, 술렁이는 지지층…野, 민주당 책임론 ‘불지펴’

경찰이 트위터 계정 논란에 대한 결론을 밝힌 지난 17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현재 본인이 부인하고 있어 상황을 당분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느냐’라고 묻자 “어제 대변인이 다 냈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 참석, ‘출당 및 당원권 정지 등 당 차원의 징계 조치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러지 말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적 입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세월호 유족을 비하하는 막말하는 트위터 내용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당내 지지층과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팬카페인 ‘문팬’은 지난 17일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스스로 탈당하라”며 “민주당은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시 제명조치해 당을 바로 세우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사법 결과와 상관 없이 신속히 출당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나아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 기만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야당은 ‘사실이라면’을 단서로 달고 이 지사의 즉각 사퇴와 함께 이 지사를 공천한 민주당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혜경궁 김씨’가 사실이라면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책임지고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거짓 후보를 공천한 집권 민주당도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반성문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18일 “이 지사 건에 대해 손 놓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민중당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계속 지켜보고만 있겠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기본이 없는 무사안일이며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라며 “남의 잘못은 들보로 보고 제 잘못은 티끌로 보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허물 많은 인물이 경기도지사가 되고 대선후보 물망에까지 오르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미 부적격 인물을 공천한 것에 책임이 있다. 출당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반대한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서 쑥 들어갔다”고 당 내 감싸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와도 당 윤리위원회도 가동이 안 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기본적인 공당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국민 앞에 최소한의 책임 의식이라도 보여줄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당의 공식 입장표명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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