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친박 “반대는 안 해”…비박·이언주 ‘정책공조’부터 박차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반문재인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자유한국당의 김무성, 윤상현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 ⓒ시사포커스DB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반문재인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자유한국당의 김무성, 윤상현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진영의 분열 탓에 그간 정부여당을 상대로 별 힘을 쓰지 못하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최근 ‘반문연대(反문재인 연대)’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정국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보수통합 놓고 ‘아전인수’ 해석 쏟아내는 한국당 친박계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언급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 때문에 다시 주목 받았던 ‘보수대통합’에 바른미래당이 크게 반발하자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모두 합쳐 한 그릇에 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수의 여러 인사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보수통합론은 정계개편보다 반문연대를 의미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굳이 보수통합이란 표현을 사실상 반문연대의 의미로 정리하게 된 건 자칫 ‘통합’이란 표현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으로 비쳐지게 되면 이에 반감을 가진 친박계를 자극해 당 내홍이 다시 촉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친박계에선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 정우택 의원은 지난달 31일 “집을 뛰쳐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못을 박은 데 이어 “보수대통합을 하기엔 아직 과정과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고 다음 당 대표가 해야 할 숙제”라며 상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 의원은 지난 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우리 당내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 또한 사실이다. 현 시점에선 (함께 하기) 적당치 않다”고 강조한 데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통합의 의미에 대해선 “우리 제도권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에 있는 인적 자원, 또는 단체들과 같이 전선을 형성해 다음 총선에서 한 번 좌파들과 한판을 벌일 수 있는 그 조직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주장은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인사들이 비박계 출신이기에 이들과 통합해봐야 한국당 내에서 비박계 복당파 측의 입지만 한층 강화해줄 뿐 친박계는 처지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는데, 대신 보수통합을 완전히 반대한다기보다 ‘제도권 밖에 있는 단체들과 함께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친박계 입지 확대에 유리한 ‘태극기부대’를 포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친박계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보수통합’보다는 ‘반문연대’란 표현을 보다 더 선호하고 있는데, 이런 의도를 보여주듯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아예 지난 9일 ‘대한민국 바로 살리기 국민 대토론회’에서 “보수통합이 아닌 반문연대의 기치 아래 모든 정치노선의 차이는 뒤로 하고 조건 없이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무턱대고 보수대통합을 말하면 낡고 실패한 세력과 함께 하기 싫어하는 보수와 중도 지지층이 방향을 못 잡고 통합이란 빅텐트는 고사하고 텐트를 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친박, 비박 이슈 거론은 국민이 관심 갖지 않는 무의미한 당내 멱살잡이일 뿐이고 반문 단일대오를 구축해 현 집권세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물론 윤 의원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백서를 만드는 등의 과정부터 일단 선행돼야 한다는 홍문종 의원, 마찬가지로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묻지 않고 모이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정부여당을 견제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이를 보완할 당 시스템을 만들면 자연히 목표 달성된다는 유기준 의원 등 각론 차원에선 친박계 내에서도 저마다 입장차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반문연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심지어 정우택 의원도 1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반성과 책임 없이 무조건 봉합하자고 가자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면서도 “반문 연대 깃발을 들고 보수진영을 재건하고 국민 통합해야 된다는 대전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을 만큼 반문연대는 이제 친박계 내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 한국당 비박·바른미래 일부, ‘반문연대’ 가장 적극적

보수통합이든 반문연대든 가장 큰 장애요소로 꼽히던 친박계가 ‘태극기부대 흡수’ 등 저마다 셈법에 따라 호응할 의지를 내비치자 일찌감치 보수통합과 반문연대 필요성을 역설해온 한국당 비박계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고 있는데, 그 선두엔 비박계 복당파 김무성 의원이 있다.

앞서 지난 김 의원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측 토론회에 축사자로 참석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 ‘보고 싶었는데 안 와서 섭섭하다’며 에둘러 러브콜을 보낸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가 선거에 졌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재 철저한 진영 논리에 빠져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보수우파가 단결해야 한다”며 황교안 전 총리까지 아울러 “자기성찰·희생을 통해 모두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탄핵 관련 입장 정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친박계 주장도 의식한 듯 “지금 와서 탄핵 때문에 모든 게 다 이렇게 됐다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 탄핵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자꾸 과거를 들먹이면서 서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차기 전대를 우파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된다며 탈계파적 우파 통합을 호소하는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친·비박 대신 ‘잔류파’, ‘복당파’ 프레임을 내세워 차기 전당대회도 “이 당을 지킨 사수파가 더 명분이 있느냐, 이 당이 어려울 때 뛰쳐나간 사람들이 과연 더 명분이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계파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정우택 의원과는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데. 그나마 친박계 내에선 계파를 떠나 반문재인 연대를 위한 단일대오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윤상현 의원이 김 의원의 견해와 상당부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의원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또 다른 비박계 나경원 의원 역시 윤 의원처럼 지난 2일 TBS라디오에 나와 “우파가 모두 통합해 문 정부가 지금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한 데 이어 9일엔 “아군끼리 총을 겨눌 때가 아니다. 입법부 내에 반문연대를 제대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같은 자리에서 친이계 비박인 주호영 의원까지 “보수를 다시 합쳐 좌파 진보 정권이 폭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친박계에서도 그랬듯 비박계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각각 입장차는 감지되는데, 나 의원은 비박계임에도 “태극기부대도 여러 종류”라면서 “저는 모두 통합하자는 사람”이라고 친박 성향인 태극기부대 포용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탄핵은 부득이했다며 태극기부대 측 주장엔 온도차를 견지 중인 비박계도 있어 상호 내부 논의로 풀어가야 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밖에서도 반문연대를 지지, 촉구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4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민생포럼’ 창립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를 단일대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반문연대론’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계파 갈등이 이 시점에 지나치게 불거지는 것은 좋지 않고 지금은 화합, 통합해 함께 마음을 모아 반문연대를 만들어 가는데 힘이 실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밖에 바른미래당에서도 이언주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국민은 선명한 ‘반문’의 기치 아래 국민들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질서의 새로운 형성’을 바란다”며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해야 하고 그 길에 제가 함께 하겠다”고 힘을 보태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보수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광명이 아니라 고향인 부산 영도로 차기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 현재 이 지역 의원인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일견 협조 가능성을 열어둘 만큼 반문연대는 초당적으로 성사되어가는 모양새다.

◆ 민주당·바른미래 지도부, ‘반문연대’에 본격 견제구

이렇듯 막연해보였던 반문연대가 점점 실체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가장 경계하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칫 분당 사태로 확대될까 전전긍긍하는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맹공을 퍼붓고 있어 이 역시 ‘반문연대’가 순조롭게 추진되기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통합은 보수진영 내 계파 간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반문 연대는 ‘통합’이 아니라 반문재인 정권이란 공동 목표 하에 전략적 제휴를 한 ‘연대’ 수준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으로 보이는데, 당장 민주당에선 중진의원들까지 전면에 나서서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그 중에서도 주요 표적은 과거 민주당 출신이기도 하고 야권발 정계개편의 단초가 될 수도 있는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이었는데,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14일 SNS를 통해 “재선이 어려워지자 반문연대로 말을 바꿨다”고 포문을 연 데 이어 16일 우상호 의원도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을 겨냥 “아무도 지적을 안 해주니 신나서 저렇게 언론노출을 즐기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저런 거 놔두면 안 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친문’ 전해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으로 “반문연대를 기치로 연대하자는 목소리가 일부 야권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데, 각 당의 경쟁력을 키워 지지받겠다는 희망을 포기해버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당 간의 연대에는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명분과 원칙이 필요하다. 대통령에 반대하는 것으로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민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보수야당까지 싸잡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비단 민주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하태경 의원이 16일 BBS라디오에 나와 “지금 이야기 나오고 있는 반문연대는 일종의 묻지마 반문연대이고 본질은 사실 친박연대로 문 대통령 싫다고 친박(박근혜)과 극우 꼴통하고 손잡겠다는 뜻”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보수의 핵심가치가 헌법 수호이고 법치주의인데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은 극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이언주 의원에게 ‘정체성’ 밝히라고 압박했던 손학규 대표까지 16일 바른미래당사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누구에 반대한다는 것은 극한 대결 정치의 구습”이라며 “우리 정치사에서 무엇에 반대한다고 이긴 예가 없다. 수구적 논리를 갖고 극한 대결을 하고 있는 쪽은 더 오른쪽으로 찌그러질 것”이라고 반문연대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미 반문연대는 속도를 내는 듯한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10여명이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한 특별조치 법안을 공동 발의키로 하고 이 의원과 김종석 한국당 의원이 구성한 ‘시장경제 살리기 연대’에서 해당 법안을 주도하기로 하는 등 먼저 정책공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렇게 시작된 반문연대가 지난 1년 넘게 독주해왔던 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할 초당적 세력으로 분명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졸속 야합 수준의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시선이 보수야권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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