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金, 복종 바랐다면 실수한 것”…친박까지 “김병준 사퇴하라” 압박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경질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해촉 이후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경질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해촉 이후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 해촉으로 모처럼 당권을 다잡는 듯 했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안팎에서 일어난 후폭풍을 맞으면서 그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상 축출된 전 전 위원은 물론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박계까지 가세하며 비대위 체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상황인데, 비록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과연 당 쇄신작업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버틸 수는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당초 계획보다 더 이르게 비대위 체제가 성과 없이 종식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작심한 전원책, 비대위 겨냥 “난 金 수족 아냐” 일침

전권을 주겠다면서 십고초려 했던 게 무색할 만큼 영입된 지 불과 38일 만인 지난 9일 한국당 비대위에 의해 전격 경질됐던 전원책 전 조강특위 외부위원이 14일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불거졌던 비대위와의 갈등설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전 전 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 903호에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 위원장과 관련해 “나는 깨끗하고 그분은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라면서도 “복종을 바랐다면 진즉 말했어야지 실수하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그는 ‘어떤 경우에도 당의 기강이 흔들려선 안 된다’며 해촉 결정을 정당화한 지난 12일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꼬집어 “당 기강을 그렇게 강조하는데 현대 정당민주주의를 오해한 것 아니냐”며 “김 위원장이 수족이 잘린 기분이라는데, 난 그분의 수족이 아니지 않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전 위원은 “(조강특위 위원 수락 후) 8일 동안 묵언수행하면서 인터뷰를 모두 거절한 제게 이름조차 모르는 비대위원들이 ‘언행을 조심하라’고 했다. 전권이 아니라 전례가 없는 권한이란 말도 들었다”며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무엇보다 그는 인적청산과 관련해 “제가 전권을 가진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을 수락한 건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 당무감사가 끝나면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12월 15일까지 인적청산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그래서 한두 달이라도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는 건데 이런 제 이견이 월권이라고 하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흔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이 뿐 아니라 전 전 위원은 “김 위원장이 알만한 분을 제게 (조강특위 위원으로) 요구했는데 응하지 않았다. 그것이 두 사람 갈등의 시작”이라며 “이 문제는 결국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 말할 것”이라고 후속타를 예고했다.

◆ 김병준 “비대위 동력상실? 전혀 아냐…인적쇄신, 오차 없이 진행”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전 전 위원 해촉 사태가 쉬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사실상 비대위 체제가 당초 목적한 인적쇄신을 이뤄내기는커녕 이미 그 힘이 다한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자 김 위원장은 일단 진화에 나섰는데, 그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할 이유가 없다”며 “(당 쇄신작업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지금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레임덕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현재 (당협 현지) 실사가 한 80명 투입돼서 마무리 단계에 있고 그 다음에 여론조사도 이번 주에 다 끝날 것”이라며 “토론될 게 다 토론되고 있고 회의도 단 한 번 거른 적이 없다. 이견 가진 중진 회의도 앞에 (홍준표) 대표 계실 때는 안 했지만 저는 지금 자신 있게 다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해촉된 전 전 위원을 겨냥 “느닷없이 (전당대회가) 6월, 7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게 당내에 의구심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그런 상태였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이제 과연 조강특위의 활동범위가 어디냐를 놓고서 의원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어났다”며 “비대위가 이제 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고 거기서 2월달을 못을 박은 것이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고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제를 하고 가야 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전 전 위원이 주장했던 ‘태극기세력’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서로 좀 다툼도 있고 그런데 그걸 한 그릇에 다 담아서 그 그릇이 깨지지 성하겠나”라며 “한국당 안으로 다 불러들일 이유가 없고 보수 정치권 안에서 더더욱 갈등을 야기하는 일은 용납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사실상 그간 여러 방면으로 나왔던 전 전 위원의 구상들을 수용치 않겠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자기에게 대권이 갈 줄 아느냐’던 전 변호사의 발언이 해촉을 단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일부 시선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제가 아무리 봐도 그렇게 (대권 나올 정도로)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감정적인 결정은 저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있을 때는 오히려 가라앉을 때까지 결정을 늦춘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과 더불어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전 전 위원 해촉 이후 처음으로 외부 조강특위 위원들과 오찬회동을 가진 데 이어 현재 한 자리 공석이 된 조강특위 인선에 대해서도 금주 내로 매듭지으려 하는 등 ‘전원책 사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일찍이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추진하는 데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친박계에선 이번 사태를 구실로 현 체제를 조기 종식시키고자 연일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 친박發 ‘비대위 조기 퇴진론’에 견제구 던지는 비박…내홍 재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친박계 정우택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미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1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우파재건회의’ 자리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김 위원장에 사퇴 압박까지 가했는데, 유기준 의원은 “십고초려해 모셔온 전 전 위원을 문자로 해촉하는 등 당 품격에 안 맞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 역시 “비대위원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다”며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가세한 데 이어 정우택 의원까지 ‘전원책 사태’를 꼬집어 “김 위원장이 데리고 왔는데 데려온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냐. 정치적 실책을 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심지어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 모임도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의 모임 직후 민경욱 의원 브리핑을 통해 “당내 지도부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비대위가 들어섰는데 어지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불협화음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상황을 감안해 전대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발표해야 한다”고 친박계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런 발언에 대해 비박계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병준 체제의 역할이 다 된 것이냐, 이렇게 평가와 판단을 하고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저는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3개월 넘게 지켜보니 처음보다 깊은 내공이 있다. 이젠 그 경험 속에서 자신이 실천할 부분을 웬만큼 판단이 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여섯 차례 의총을 거치면서 40여일 동안 내부에서 전쟁 치르다시피 해서 탄생시킨 게 김병준 체제고 이것도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비대위원장인데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빨리 전당대회나 개최하고 떠나라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대위 해체하고 조기 전대나 개최해 달라는 사람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이 당을 새 변화보다 자신들의 생각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렇듯 비대위를 둘러싸고 당내에서조차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친박계의 비대위 퇴진 주장을 들어 “몇 분은 비대위 자체를 반대하신 분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일이 답하겠나”라며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지금 가진 책무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비대위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비대위 마무리’란 게 전당대회 준비 외엔 인적쇄신 뿐인데, 이는 자칫 계파 내홍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어선지 김 위원장은 이날 전 전 위원이 ‘현역 절반 물갈이’를 주장한 데 대해선 “전 변호사 생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민주당도 20% 물갈이하는 얘기가 나온다. (쇄신 규모가) 소폭이 될지 뭐가 될지 근거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2월 전당대회를 주장하던 김 위원장이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있다’며 근시일 내 인적쇄신이 완료된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만큼 이 결과에 따라 한국당에 또 다른 후폭풍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 원내대표에 의하면 오는 19일 김 위원장이 앞으로의 당 향방과 관련한 입장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무슨 내용이 나올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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