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1위 차지…이른 ‘대망론’ 독될지도

 

이낙연 총리 / ⓒ시사포커스DB
이낙연 총리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바지사장’ 이미지가 강한 총리직. 하지만 이낙연 총리 들어 ‘실세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위상을 굳혀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투톱으로 불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에 이 총리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 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총리가 정상회담 한 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무엇보다 ‘국무회의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장관이 있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이 총리의 국정 영향력도 높은 편이다.

이 총리는 현안이 발생한 부처 장·차관이 정보를 숙지했는지 송곳 질문을 하는데 답을 제대로 못하거나 대책이 뻔할 경우 호통을 친다고 알려져 왔다. 실제로 이 총리는 생리대 파동 사태 당시 류영진 식품의약안전처장을 향해 “생리대 사태가 8월에 생겼는데 두 달 동안 무얼 했느냐”고 호통친 바 있다. 이처럼 일상적 국정과 내각 챙기기에 이어 경제 분야로의 확대로 인해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구도를 구축하겠다는 노림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힘 실어주는 靑

ⓒ청와대
ⓒ청와대

청와대는 지난 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하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해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지속된 이낙연 총리의 대통령 주례보고에 배석해 누구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신임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에 대해서도 “이낙연 총리께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한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면서 책임총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나게 됐다.무엇보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힘으로써 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신임 임명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총리가 정상외교의 축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자회담의 경우 총리가 가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이 총리에게 일부 나라 순방을 부탁하기도 했고 대통령 전용기를 내어드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책임총리가 문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이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된 점도 분명 있겠지만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 과정을 두고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신뢰를 재확인 하는 계기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나 이 총리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국회에 이미 제출되어 있는 규제혁신 법안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주문하는 등 경제정책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9월 말부터 중기진흥회(9월27일), 제약·바이오산업 관계자(10월11일), 중기중앙회(10월16일), 충청권 경제인(10월23일), 경총 지도부(10월29일) 등과 5차례 공개 및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오는 16일 총리 공관에서 은행장 및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을 만나는 등 경제총리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이다 총리·호통 치는 총리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 / 오훈 기자

이 총리의 존재감은 야당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는 대정부질의에서 더욱 부각되면서 이낙연 대망론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1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관련 “문 대통령 평양 방문 동안 태극기가 평양에 없었다”고 질의하자 이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다면 서울에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겠나”라고 응수한 바 있다. 이같이 정제되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의원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면서 일명 ‘사이다 총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특히 내각에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등 군기반장·호통 총리로 국정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의 ‘재활용 쓰레기 대란’ 늑장 대응과 관련 당시 이 총리는 “제때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고 김 장관을 호되게 질책을 하기도 했다. 또한 생리대 파동 사태 때에는 류영진 식품의약안전처장을 향해 “생리대 사태가 8월에 생겼는데 두 달 동안 무얼 했느냐”고 호통친 바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국정 장악력과 더불어 일상에서 나타나는 돌발현안에서 나타나는 정부 실책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정부의 대응과 대책 마련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적 신뢰를 쌓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범진보 차리 대선주자 선호도. ⓒ리얼미터.

실제로도 이 총리는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적 지지도가 두텁다.

지난 6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2506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무당층(민주당·정의당·평화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 1690명, ±2.4%p)에서 이 총리가 9월 집계 대비 2.7%p 상승한 18.9%의 지지율을 기록,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4.2%p 오른 11.3%로 지난달 5위에서 2위로 세 계단 상승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3.2%p 내린 10.5%를 기록, 3위로 한 계단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1.3%p, 10.3%)가 4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1.1%p, 10.2%)이 5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0.2%p, 6.5%)이 6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0.9%p, 3.3%)이 7위,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0.3%p, 2.8%)가 8위, 이해찬 민주당 대표(▼0.7%p, 2.7%)가 9위, 송영길 민주당 의원(▼0.3%p, 2.3%)이 마지막 10위를 기록했다. ‘기타 인물’은 2.5%(-), ‘없음’은 13.9%(▼0.9%p), ‘모름·무응답’은 4.8%(▼0.2%p)로 집계됐다.

진보층(711명, ±3.7%p)에서는 이낙연 총리(21.0%)가 20% 선을 넘어섰고, 김경수 도지사(12.2%)와 이재명 도지사(11.5%), 박원순 시장(11.0%), 심상정 의원(10.4%)이 10%대 초반을 기록했다. 이어 김부겸 장관(6.3%), 임종석 비서실장(4.1%), 추미애 전 대표(3.1%), 이해찬 대표(2.4%), 송영길 의원(2.1%)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7.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하면 된다.

진짜 나올까?

다음 대선까지 3년 반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게 되면 차기 대선주자 간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힘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총리직을 유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교체되거나 사직할 경우 남은 기간 동안 대권 주자 존재감을 계속 보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더욱이 2기 경제팀이 교체되어도 경제위기 시그널로 볼 수 있는 코스피 급락과 각종 경제지표 악화를 당장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총리의 용인술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또한 당내 경선에서 경쟁력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총리가 대권에 도전할지는 여부는 차기 주자에 관심이 쏠리는 내후년 총선 이후에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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