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사 앞두고 경제라인 교체…野 반발에 ‘법정시한 처리’ 불투명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좌)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좌)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경제정책에 있어 이견차를 드러내왔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 교체하고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을 후임 경제부총리에,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후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경제 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지던 문 정권이 이번 인선 교체로 위기 돌파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또 당장 국회에서 꽉 막힌 예산정국은 2기 경제팀 임명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예산 심사 직전 경제 투톱 교체에 평가 엇갈린 여야

지난 9일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경제 관료 출신인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했다며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경제 전반에 속도감 있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 경제 사령탑을 맡을 최고의 적임자”라고 극찬하는 한편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수현 전 사회수석에 대해서도 “부처 장관들과 정책소통, 협력을 강화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란 정부의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평을 보냈다.

특히 김 전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의 ‘투톱’ 체제로 인한 김&장 갈등이 정권에 부담으로까지 작용했던 만큼 2기 경제팀에 있어선 경제부총리 중심의 ‘원톱’ 체제임을 강조했으며 이번 교체가 기존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기보다 당초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성격이고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명 당일 이해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 정부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사회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서의 정책 실행능력이 우선된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반면 야권에선 정의당을 제외하곤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은 윤영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해 온 김수현 사회수석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은 문 정부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지적한 데 이어 “(김 수석은) ‘왕수석’ 노릇하면서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가격을 폭등시켜 자산양극화를 초래하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가 교육정책의 난맥상을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김 신임 정책실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신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도 “코드인사로 임명된 인물이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국회 예산심의로 중요한 시기에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경질한 것은 경제부총리도 없이 2019년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를 받겠다는 것으로 국회 무시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예산 심사 중 인선 교체를 단행한 점을 거듭 지적했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경제부총리 교체와 관련 “내년 정부예산안 편성을 주도한 경제부총리가 있어야 국회와 심도 있고 효율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 청와대의 경제부총리 교체는 국회를 들러리로 만들고 청와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열린 김 정책실장의 ‘정부 경제정책 지로에 수정 계획이 없다’는 발언도 겨냥 “사람이 바뀐 마당에 정책에 대해 전혀 수정할 계획이 없다면 도대체 사람 바꾼 이유는 뭔지 문 대통령이 해명하라”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론 불만이 만만치 않은 마당에 경제부총리를 총알받이로 앞세우고 뒤에서 다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선전포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역시 손학규 대표가 12일 울산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좌편향된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사람만 바꿨다”며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고 분배와 정의보다는 생산과 성장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인선을 놓고 “정책실패를 인정치 않는 안하무인”이라고 혹평했었던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까지 12일 정부의 경제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경제 투톱의 불협화음 탓이라고 주장한 김 실장과 홍 부총리를 겨냥 “진단부터 틀리니 대책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확증편향에 빠진 청와대야말로 경제위기의 근원”이라고 질타했다.

◆ 평화당까지 비판대열 가세…범보수정당도 대여투쟁 공조 본격화

급기야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마저 이번에 교체된 인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는데, 정동영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땅과 집값이 문 정부 들어서서 1000조원 올랐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중심에 김 실장이 있기에 이정우 전 정책실장이 (김 실장에 대해) 부적합 인사라고 봤다”며 “지난 1년 반의 실패를 살펴보라. 정부의 경제 정책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내년 예산안 통과에 대해선 이미 경질된 김동연 부총리가 맡게끔 하려는 문 정권 방침에 대해서도 “현직일 때도 이러쿵 저러쿵했는데 나갈 부총리가 어떻게 책임질까. 코미디”라고 꼬집은 데 이어 “김 정책실장은 원톱 경제체제를 강조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있을까”라고 새 인선에도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정례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원내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정례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부정적 반응을 쏟아낸 야권은 같은 날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도 날선 공방을 이어갔는데, 문 의장이 국회선진화법상 예산안 법정시한인 내달 2일까지 예산을 통과시켜 줄 것을 당부하자 한층 반감을 드러냈는데, 결국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번 인사로 인해 국회 예산심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면서 이날 오후 갖기로 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문 이행추진을 위한 3당 실무회동에 전격 불참키로 선언했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한 문 정권의 J노믹스에 맞서 혁신, 진취성 등을 강조하는 새 경제정책 패키지 ‘I노믹스’를 금주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하기까지 했으며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실장이 직접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등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높였는데, 일단 12일 예결위 전체 회의에 깜짝 출석한 김 실장은 야권의 예결위 소위 참석 요구에 대해 “그건 맞지 않고 제 본분이 아니다”라고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렇듯 경제인선 교체로 여야 간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기존에 합의했던 예산국회 일정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인데, 이미 이날(12일) 중 의결해야 하는 예산소위 구성을 놓고도 민주당에선 자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6명으로 하자고 주장한 데 반해 한국당은 비교섭단체를 빼고 15명으로 구성하자고 맞서며 난항에 빠졌다.

법정시한 내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당장 15일부터 예산소위가 본격 가동돼야 하기에 김 실장의 소위 출석 여부를 차치하고 일단 소위 정수문제부터 조속히 합의돼야 하지만 1석이 더 늘어난다 해도 소위 내 보수당 의원들의 비율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이러다가 지난해처럼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법정시한인 내달 2일마저 넘기게 되면 정부 원안은 3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사진 / 오훈 기자
오는 11월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법정시한인 내달 2일마저 넘기게 되면 정부 원안은 3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사진 / 오훈 기자

앞서 여야는 이달 말인 30일 열릴 본회의에서 2019년도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늦어도 법정시한인 내달 2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 날인 3일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부의되고 아예 새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도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가 최소한 규모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 신임 경제팀, 일단 한 목소리…엄중한 경제 상황도 공감

그러다 보니 예산정국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가 이렇게 장기화되다간 자칫 새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로까지 전선이 확장될 수도 있어 여당인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데, 청와대 인사인 김 실장은 청문회 없이 바로 임명 가능하지만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당사자들은 야권과 직접 충돌하기보다 우선 몸을 낮추는 분위기인데, 홍 부총리 내정자가 “지금 경제가 고용이라든가 투자 같은 거시 경제지표에 일부 부진이 있고 또 민생경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쉽게 개선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김 실장도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다”고 현재 경제 실정을 직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이들은 ‘경제팀 분열’ 논란이 일었던 1기 때와 달리 홍 부총리 내정자가 “경제에 대해선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대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원톱’ 체제임을 분명히 했으며 김 실장도 11일 춘추관 기자간담회에서 “더는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중히 대처하고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야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해 이번 인선 교체가 예산국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작용했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내년 예산안 중 남북협력기금 의결을 보류하는 등 야권이 예고한 대로 예산 삭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어 법정시한 내에 원안대로 처리하려는 여당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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