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점점 불거진 올 인사태풍으로 지자체 공무원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선거 때마다 단체장 교체 때마다 찾아오는 ‘살생부 공포’. 보복인사, 정실인사, 연줄인사 등 선거 뒤에 도지곤 하는 고질병으로 공무원들의 ‘눈치보기’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현직 당체장이 취임하면 으레껏 흔들어대는 ‘인사’는 공무원 사회의 관행이 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이명박 ‘살생부’ 있나 민주당은 26일 ‘서울시 공무원 살생부가 나돈다’는 모 주간지 보도와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살생부의 존재 여부, 향후 서울시 인사의 기준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특히 이 기사에는 ‘친민주당, 고건맨 명단 적힌 문건 유통’, ‘대선 앞두고 공직사회 분열 우려’ 등의 소제목이 달려 있다”면서 “고건 시장 시절 요직자와 지방선거 당시 김민석 후보를 도왔다고 보는 사람들의 명단이 살생부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며 공세를 폈다. 그는 이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히딩크 감독 초청 자리에 아들과 사위를 불러 기념촬영하게 했던 이 시장이 이제는 공무원을 상대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심히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면서”서울시 공무원에게 줄세우기, 보복인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직업공무원제의 근간부터 흔들게 되고 공무원 사회를 정치화하는 중대한 폐단을 낳을 것”이라면서 “이 시장은 문건 존재 여부, 이미 행했거나 앞으로 행할 서울시 인사의 기준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같은날 서울시 공무원 살생부가 나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전혀 근거 없다”고 부인했다. 정두언 정무부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 “‘살생부’라는 문건을 작성한 일도 본 적도 없다”며 “명단이 만들어진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문제의 살생부 명단에 나와있다는 김우석씨는 1급에서 차관급인 행정1부시장으로 발탁, 승진했으며 문승국 과장은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기술직으로는 처음으로 부구청장으로 영전한 것이 단적인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직장협의회측도 “살생부가 나돈다는 소리 자체가 이상하다”며 “우리가 오히려 이명박 시장에게 상대방 캠프 가담자들을 포함, 1급간부들의 일괄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했는데 이 시장이 도리어 ‘조직안정’ 논리를 내세워 거부했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2,3급 국장 인사까지 마무리했으며 지난 지방선거를 싹쓸이한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들이 대거 부구청장을 갈아치우리라는 예상과 달리, 25개구청 중 부구청장이 갈린 경우는 8개구에 불과했다. ‘인사태풍’에 지방자치단체 바짝 긴장 6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막판 갈라먹기’ ‘살생부’ ‘논공행상’ 등 얘기들의 난무 속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닥쳐올 인사태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바뀐 곳은 유임된 곳에 비해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선거 과정중 당선자쪽에 비밀리에 줄을 섰거나 음성적인 지원을 한 공무원에 대한 정실.발탁 인사나 전 단체장 측근에 대한 보복 인사설까지 나돌아 지자체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이는 지자체의 모든 인사권이 사실상 단체장 개인에게 속해 있는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의 틀이 마련됨과 동시에 단체장 교체 기간 인사를 동결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 6.13 선거로 시장을 비롯해 8개 구청장.군수 중 3명이 교체됐고 경북은 23개 시장.군수 가운데 12명이 바뀌어 새 단체장들은 오는 7월 1일 취임 이후 업무가 파악되는 대로 직원들에 대한 인사나 조직개편을 조기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해 단체장들이 바뀐 곳은 대체로 길게는 7년, 짧게는 4년간 현 단체장이 조직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단체장의 조직 장악과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어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재 단체장이 7년만에 바뀌는 만큼 새로운 단체장에 의해 대수술이 예상된다”면서 “새 구청장이 균형적인 감각을 갖고 공정한 인사를 해야될 것”이라고 기대와 걱정을 함께 했다. 현재 구청장이 공석상태인 대구시 남구청의 간부 공무원 10여명은 지난 15일 업무시간에 이신학 구청장 당선자를 사무실로 찾아가 인사를 한 사실이 밝혀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구지역 각 행정기관 6급 이하 직원들의 협의체인 달구벌공무원 직장협의회연합회는 ‘시장.구청장.군수 당선자에게 바란다’라는 성명을 통해 “현 단체장과 당선자는 이달말까지 모든 인사를 중지해야 되고 특히 특정인에 대한 보복인사나 정실.발탁인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경기도 임창열 지사는 지난 17일자로 이미경(별정직) 제2청 여성국장을 도청 여성정책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일부 국장과 과장, 계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 한나라당 손학규 당선자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경기도지부 박종희 대변인은 ‘퇴임전 논공행사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면서 “임 지사는 명예로운 퇴임에 먹칠을 하고 정도를 벗어난 파행 인사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즉각 원상회복시키라”고 요구했다. 허경만 전남지사는 민주당 지사후보 경선에서 탈락된 지난달부터 모든 인사를 동결하고 후임 지사 당선자에게 권한을 넘긴 반면 고재유 광주시장은 최근 인사를 강행, 민주당 박광태 당선자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시장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바 있는 박 당선자는 “고시장에게 ‘굳이 인사를 할 경우 정당한 사람과 전문가가 발탁되는 인사를 하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시장은 최근 도시공사 사장 자리에 자신이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 때 도와준 시의회 이모 의원을 발령냈고 자신이 광산구청장 시절부터 함께 일한 토목직 오모계장(5급)을 승진시킨 데 이어 시가 설립한 광주시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후보 경선 때 도와준 시의회 임모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선 인천시장이 민.관선 시장직을 10여년이나 맡아온 인천시도 제 3대 민선시장 출범을 앞두고 대규모 인사태풍이 예고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인사에는 인천지하철공사, 인천터미널공사, 인천시설관리공단, 인천발전연구원, 인천교통연수원, 지방공사 인천의료원 등 지방공사 대표와 임원진이 우선 거론되고 있으며 인천신용보증재단조합, 인천도시관광, (재)송도테크노파크 등 시 투자기관의 임원도 교체대상에 포함된다. 이중 인천도시관광 상무이사는 이미 사표를 제출했고, 지방공사 인천의료원 원장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에서는 “특정지역 출신의 고위 공무원을 대폭 물갈이 한다”는 ‘살생부설’도 나돌아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 내부에서는 정무부시장을 포함해 시장 참모직인 기획관, 공보관 등 고참급 서기관이 인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인천시지부 관계자는 “시 고위 공무원중 교체 대상자를 어느 정도 추려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직 내부의 사조직같은 학연.지연 정실인사를 대폭 수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도 “현 조직이 능률이나 전문성보다는 관리적이고 자율보다는 타율적이며, 그동안의 구조조정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판단, 향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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