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국일고시원 화재, 7명 사망·11명 부상
생존자 "에어컨 실외기 배관타고 탈출해"
50~70대 중장년, 외국인 유학생 등 사회적 취약계층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화재가 난 국일고시원의 외벽이 불길에 그을린 모습.  사진 / 현지용 기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화재가 난 국일고시원의 외벽이 불길에 그을린 모습.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포커스 / 현지용 기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에서 화재 발생으로 인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화마의 희생자를 비롯해 탈출한 생존자들은 외국인 유학생, 일용직,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화재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은 국내 거주하는 일본인 1명을 비롯해 54세~79세의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2층에 거주한 60대 남성은 인터뷰에서 "현재 한겨울이 아니라 고시원에서는 난방기기를 자주 쓰지 않고 전열기구도 없었다"며 "화재 당시 가방을 챙기고 출근하려는 찰나에 '불이야'소리를 듣고 달려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 공간으로는 비상구 쪽 하나 뿐이었다. (이를 보고) 입주 당시 나중에 화재가 날지도 모르니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름 들기도 했다"며 "오늘 같은 경우, 그나마 고시원 전면의 창문 쪽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탈출할 수 있었다. 다른 위치의 방에 있었다면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 증언했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고시원 앞 탁자에는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고시원 앞 탁자에는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같은 층의 50대 남성 거주민은 화재 이후 피해 보상에 대해 "내 돈 들여 치료도 못하는 상황이다. 고시원 주인과 사실상 연락이 안되면 보상은 그대로 끝"이라 말했다. 그의 남루한 외투 주머니에는 다량의 혈압약이 담겨있기도 했다.

국일고시원에 4개월 간 거주한 20대 성균관대 베트남 유학생은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왔으나 학교 기숙사를 구하지 못해, 학교 관리자의 추천으로 이곳에 살게 됐다"고 증언하며 "복도가 매우 좁고 방이 작았다"고 당시 거주 환경을 설명했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화재감식반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층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화재감식반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화재가 발생한 3층에 거주한 60대 이씨는 당시 탈출 과정을 설명했다. 이 씨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웅성거림을 듣고 잠에서 깨 문을 열려 했으나 불길이 들어와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지기도 했다"며 "이후 고시원 외벽에 달린 에어컨 실외기 배관을 타고 내려와 탈출했다"고 답했다.

이 씨는 "고시원 거주민들은 거의 다 일용직에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유학생, 중국동포의 사람들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찰은 화재진상조사를 위해 2층 거주민만 고시원 내에 출입시키고 3층 이상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화재 피해자들은 급한대로 짐을 빼오거나 국일고시원과 비슷한 근처의 다른 고시원에서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임에도 인근 고시원의 환경 또한 통로와 공간이 비좁은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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