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유승민에 지대한 관심…홍준표·친박계는 경계 나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앞줄 가운데)의 주최로 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이,통장지위 처우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앞줄 좌측 끝)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김 의원 우측)의 모습. ⓒ정병국 의원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앞줄 가운데)의 주최로 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이,통장지위 처우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앞줄 좌측 끝)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김 의원 우측)의 모습. ⓒ정병국 의원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활동시한을 내년 2월로 못 박는 가운데 벌써 비대위 체제 이후를 바라보는 듯 당내 저마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보수통합론에 대해서도 거물급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제각각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또 그 성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갑작스러운 ‘보수통합론’ 왜 나왔나

좀처럼 분열된 적이 없던 보수진영이 이례적으로 갈라지게 된 직접적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일어났던 2016년 4·13 총선 공천 파동에서부터였는데, 사실상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통해 친박계가 사실상 공천을 주도하면서 선거 후에도 이로 인한 갈등이 계속된 끝에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27명이 새누리당을 집단탈당을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17년 1월 30명 규모의 비박계 의원으로 구성된 바른정당이 창당되면서 잠시 동안 보수진영 내 기성정당과 신생정당 간 주도권 경쟁이 일어났지만 창당한 지 1년이 채 안 되어 상당수 비박계 의원들이 기존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함에 따라 급거 원내교섭단체 자격까지 상실하게 된 바른정당은 10명도 안 되는 유승민계 의원들만 잔류하다가 안철수의 국민의당 측과 통합해 현재의 바른미래당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차례에 걸친 비박계의 복당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내 친박계의 여전한 반감으로 인해 몇 안 되는 유승민계 의원들은 갈등의 평행선만 달리면서 지금껏 보수통합은커녕 계속 대립각만 세우고 있는데, 당초 보수통합의 전제로 여겼던 한국당 내 친박 청산도 내홍 재발을 우려해 확실하게 이뤄지진 못하면서 통합을 시도해 볼만한 명분이 없었던 문제도 있지만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자칫 분당사태가 일어날까 우려한 구 국민의당 출신 지도부의 ‘보수통합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동안 정계개편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 싶었으나 한국당 비대위에 의해 임명된 전원책 조강특위 외부위원이 지난달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문제는 내 권한 밖의 일이지만 보수통합이 대세”라며 오랜만에 보수통합론을 꺼내면서 그 추진 가능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다시금 쏠리게 됐다.

물론 이 소식을 접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즉각 반발하자 전 위원은 보수통합 대상으로 바른미래당을 직접 꼽은 적 없다고 하면서 이번엔 거꾸로 태극기부대 등을 통합할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사실상 보수대통합이 재야세력 통합보다는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만큼 당 정체성을 놓고 한창 내부 이견이 불거지고 있던 바른미래당에서도 구 바른정당 출신 등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보수대통합이 추진되는 것 아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여기에 한국당 내에선 비박계 복당파가 정국 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과의 통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김무성 의원이 바른미래당 토론회에 참석한 행보 역시 그런 면에서 보수통합을 추진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 ‘통합 행보’ 나선 김무성, 유승민과 손잡을 수 있을까

보수통합론의 중심에 있는 한국당의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유 의원과 한때 함께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으나 유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선 5.9 대선 일주일 전 12명의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집단탈당한 데 이어 김 의원도 5개월 후인 11월 ‘유승민 사당화’ 논란 끝에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둘 사이는 서먹해졌는데, 이번엔 김 의원이 지난 7일 축사자로 유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토론회에 등장하며 선뜻 손을 내밀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 유 의원이 끝내 불참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는데, 그래선지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유 의원과)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를 하고 하는데 언론에서 자꾸 나랑 소원하다고 보도해 그게 이상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유 의원을 보고 싶었는데 안 와서 섭섭하다”고 아쉬워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김 의원의 모습을 놓고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차기 당권을 쥐기 위한 사전포석으로서 유 의원과 손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비록 7일 김 의원이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생각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고 김 의원 측에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색지대고 유보적”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경우 8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 나오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김 의원 측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비대위가 활동 중이고 그러니 말하기 어렵다”며 “결정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강조해 현재 당내 상황을 의식하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을 뿐 출마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는데, 최근 정우택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재기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차기 당권을 노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을 놓고 다시 따지려는 상황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2506명에게 조사해 6일 발표한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95% 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리얼미터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2506명에게 조사해 6일 발표한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95% 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리얼미터

특히 박 정권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냈던 황교안 전 총리에 친박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어 비박계는 황 전 총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이번에 당권을 잡지 못하면 차기 총선 공천을 통해 축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차 있는 친박계에선 이미 지난 9월 20일 황 전 총리를 만나 당 대표 후보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등 내년 전당대회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자칫 당권 경쟁이 격렬해지면 대권가도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황 전 총리는 아직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비박계에선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2506명에게 조사해 6일 발표한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95% 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황 전 총리 대비 0.1%P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한 유 의원을 황 전 총리의 대항마로 삼으려는 듯하다.

아직 황 전 총리와 유 의원 모두 한국당에 들어오지 않은 외부 인사인데다 대권주자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친박계는 황 전 총리를 대권주자로 내세우면서 그 지지층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당권을 잡으려 하는 모양새고, 비박계 복당파 측에선 황 전 총리에 맞서 유 의원을 내세워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저지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가 가능하려면 우선 유 의원의 입당이 전제되어야겠지만 대선주자 선호도가 높더라도 한 자리 수 지지율의 바른미래당으로는 일단 차기 총선에서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바른미래당 당권도 현재 구 국민의당계에서 잡고 있어 선택의 폭이 좁은 유 의원으로선 좋든 싫든 김 의원과 손을 잡는 방법 외엔 당장 마땅한 묘수가 없다.

이런 징후는 지상욱 의원을 필두로 유승민계 측이 최근 바른미래당 지도부를 향해 보수 정체성을 논하며 현안마다 이견을 드러내는 부분을 통해서도 일부 유추할 수 있지만 그동안 ‘한국당에 기어들어가려고 탈당한 게 아니라’던 호언 때문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려면 뚜렷한 명분도 필요한데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내년에 열리는 만큼 아직 상황을 관망할 시간도 있어선지 일단 지난달 말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해 당장 탈당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 홍준표·친박계, 바른미래당 향한 시각 온도차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좌)와 친박계 정우택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좌)와 친박계 정우택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김 의원을 위시한 비박계 복당파가 이렇듯 보수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차기 당권에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쪽인 홍준표 전 대표와 친박계에선 경계의 눈길을 보내며 상호 온도차가 감지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지난 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도 보수통합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 당 대표가 꾸준히 해 내후년엔 그런 형성이 되게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유 의원에 대해선 “당내에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게 사실이고 현 시점에선 적당치 않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반면 비박계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당내 비주류였던 홍 전 대표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한 친박이나 탄핵을 찬성한 비박이나 모두 공범”이라고 양비론을 펼치며 “더 이상 서로 총질하는 이전투구, 보수우파는 되지 않아야 한다. 과거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서로 하나돼 대한민국과 한국 보수우파 재건에 한마음이 되어야 할 때”라고 밝혀 탈계파적 보수통합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면에선 일견 김 의원 측과 비슷한 색채를 띠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과 관련해선 “대통합 참 좋은 말이지만 트로이 목마 같은 사람들은 더 이상 들어와선 안 될 것”이라며 “인위적 통합이 아니라 총선에 가면 그 사람들은 국민들이 알아서 자연소멸 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해 김 의원과 일부 차이를 보였는데, 당권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김 의원을 사전 견제하려는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홍 전 대표의 반응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의 설전 중 나왔다는 점에서 지나친 확대 해석이란 견해도 있지만 선호하는 지도체제 형태 등에 있어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김 의원과 이들 간엔 그 차이도 분명해 향후 보수통합이 추진될 경우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홍 전 대표는 김 의원 등의 복당파나 친박계보다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고, 친박계도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황 전 총리 본인이 확실한 ‘친박계’로 비쳐지면 대선에서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적극 손을 잡기보다 관망하는 자세만 취할 경우 ‘낙동강 오리알’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자체 리스크를 안고 있어 이게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장차 복당파의 보수통합 움직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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