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실적 악화에 산은 재무상태 악화
BIS비율 하락 걱정…정부, 5000억원 증자
이동걸 회장 발언에 한국당, 삭감할 것

지난달 26일 국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 오훈 기자]
지난달 26일 국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장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부실기업은 모두 전 정부가 4~5년 전 무턱대고 산은에 떠맡긴 것”이라고 한 발언이 ‘괘씸죄(?)’에 걸린 것일까. 한국당이 금융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산은에 대한 출자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5000억원을 한푼도 못받을 처지에 놓였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액수에 대한 차이는 있지만 산은에 대한 출자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소속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은에 대한 출자금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등 가장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정부가 산은에 지원하기로 한 5000억원 삭감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달 정무위 국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발언이 문제가 발단이 됐다. 당시 이 회장은 부실관리 책임론에 대해 “(경영악화)부분에대해 민영화 과정에서 유리한 경영을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고 수긍하며 “저희(산은)이 갖고 있는 부실기업은 모두 지난 4~5년 전 이전 정부에서 산은의 의사와 관계없이 저희한테 떠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부의 구조조정 실패 탓에 산은의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탈원전 탓에 한전의 실적이 악화돼 산은이 증자 요청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전은 올 상반기 1조169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지분법에 따라 산은의 손실은 3846억원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 한국GM과 STX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자금 지원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금융위원회에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8월 산은이 요청한 액수의 절반인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산은이 증자를 추진한 데는 구조조정에 막대한 실탄이 사용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점도 작용했다.

산은의 BIS비율은 2014년 13.48%까지 떨어지다 2015년 말 14.16%→2016년 말 14.86%→2017년 말 15.26%→2018년 6월 말 15.46%다. 이런 BIS 비율 상승은 한전 호실적에 비롯됐다. 2014년 당시 STX,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구조조정으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어도 산은은 정부 지원을 일축했다. 한전은 2014년 2조6869억원, 2015년 13조4164억원 순이익을 냈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갖고 있어 한전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산은의 지분율 만큼이 산은 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2015년 1조9000억원 적자를 냈지만 연결기준 1조7400억원 당기순이익을 올린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며 산은의 BIS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BIS비율이 한국지엠과 STX조선해양에 지원한다하더라도 13%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필요한 예산이 아니기에 삭감을 주장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에 BIS 비율이 13% 밑으로 떨어진다면 고민해서 출자금을 통해 산은의 자산건전성을 회복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렇지 않다”고 삭감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 발언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 회장 발언이 전 정부에 책임을 다 뒤집어씌우고 구조조정 탓으로 돌리니 발목 잡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괘씸죄’도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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