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 / 오훈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최근 국회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을 다룰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자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8월14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률안 검토 의견을 검토한 결과, 대법원이 ‘위헌 소지’라고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특별재판부법에 대한 의견은 ▲특별재판부의 대상사건 범위가 넓어질 우려가 있고,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만 제척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현재 회피·기피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특별재판부가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국민참여재판 강제는 ‘법관들만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대법원이 ‘대상사건 범위가 넓어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은 제3조제7호에서 규정한 ‘청와대 등 외부기관과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대법원장, 대법관 및 판사 등에 관한 사건’에 따를 경우 단순히 ‘의혹’이 있다는 사건까지 대상사건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이어 제3조제8호에서 규정한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발견돼 기소된 관련사건’에 따를 경우 검찰이 계속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사건이라 주장하며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돼 대상사건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진다는 것.

또한 대법원은 법관의 제척사유를 규정한 제4조에 대해 ‘다른 형사재판에서 인정되지 않는 제척사유를 이번 법에서만 확대하는 것은 공평·평등의 관점에서 의문’이라며, 나아가 제4조 각호에서 정한 사유가 제척사유가 되어야 한다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까지 보았다.

구체적으로 제4조제2호에서 ‘대상사건 피고인과 같은 재판부에 있었을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한 것에 대해 ‘다양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같은 재판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같은 재판부에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제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제4조제5호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인 경우’를 제척사유로 규정한 것에 대해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이 총 8명으로 법원조직법상 전원합의체(법원조직법 제7조에 따라 대법관 전원 14인의 2/3이상으로 구성)를 구성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은 해당 법안의 주요 골자인 특별재판부의 설치에 대해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관련해 과거 1·2·3공화국 당시 설치된 특별재판부·특별재판소는 모두 헌법상 근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서 법관 이외의 다른 기관 개입으로 담당 법관을 정하는 것으로 헌법 제27조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특정사건의 배당에 있어 국회, 변협 등의 개입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토록 한 것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의 권리로서 원칙적으로 포기가 가능한 것임에도 이를 배제’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윤 의원은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법부가 사법부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특별재판부는 다르게 표현하면 정치재판소”라고 맹비난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사진=뉴시스

하지만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대법원이 특별재판부의 설치에 대해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보고 과거 1·2·3공화국 당시 설치된 특별재판부·특별재판소는 모두 헌법상 근거가 있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법원은 과거 제1·2·3공화국 당시 설치됐던 특별재판부·특별재판소는 헌법에 규정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당시 특별재판부 역시 헌법에 근거를 두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당시 특별재판소는 국회에 설치되고, 재판부에는 국회의원이 포함돼 더 정치적이었다”고 일축했다.

안 법원행정처장은 “헌법 부칙에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지만, 즉각 박 의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초대 헌법 부칙 제101조는 반민족행위를 소급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일 뿐, 재판절차나 재판부 구성에 관한 규정이 아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한 사법농단 재판에서만 제척사유를 확대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현재의 회피·기피제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5년간 전국 법원에 총 802건의 기피신청이 제기됐으나 단 2건만 인용됐고, ‘삼성 충성 문자’로 논란이 된 강민구 부장판사가 이부진·임우재 이혼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고도 기피신청이 인용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언제 법원이 그렇게 기피·회피를 제대로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 배당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7명 중 5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나 조사를 받았고, 서울고법 14개 형사부 판사 42명 중 17명(40%)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사람들로 분석된다”며 “평소대로 무작위 배당해서 사건 관련자가 재판을 맡게 됐을 때, ‘무작위 배당이니 공정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 의원은 “대법원이 그토록 주장하는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의 공정함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무작위 배당을 하더라도 불공정하게 재판부가 구성될 염려가 있으면,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마땅한데도, 법원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가 “위헌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삼권분립 테두리 내에서 재판 공정성 확보하려는 이 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지난 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 검토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특정규범이 개인대상 또는 개별사건 법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고,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례(2003헌마841 결정)를 인용하며, 개별사건 법률이라 해서 위헌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대상사건 범위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대상사건을 특정 법원의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내용에 대해, 이미 다수의 개별특검법이 대상사건의 전속관할을 규정한 선례가 있고, 추천위의 추천을 2배수로 규정하여 대법원장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어 사법부 독립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회 종합감사에 참석했다. [사진/ 오훈 기자]
지난 10월 2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국회 종합감사에 참석했다. [사진/ 오훈 기자]

법무부는 사법농단 사건 1심의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에 그치고 법관을 기속하지 않으므로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한 법률안에 대해 각 기관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두 법률전문가 집단이 위헌성에 관해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제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법안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사법농단 법관들에게 유리한 재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헌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박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별재판부법 논의에 제동을 걸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제기할 수 있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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