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개최 시점부터 비대위 임기 논란까지 ‘설상가상’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놓고 사실상 하부조직인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도 마찰을 빚는 가운데 그동안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친·비박계 주요 인사들도 본격 활동을 재개하면서 과도기적 지도부 성격인 비대위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어봐야 당만 불안정해지기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측 주장을 일축하면서 단호하게 기선제압에 나섰지만 이미 갈등이 상당부분 표면화 된데다 조강특위가 맡은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이 끝난 것도 아니어서 충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도부 레임덕이 벌써부터 감지되는 와중에 이미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의 발언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다시 당을 제대로 다잡고 쇄신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지 김 위원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한국당, 조강특위와 활동기간·전대 연기 등 놓고 ‘파열음’

최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보수대통합까지 고려해 통합전당대회를 하려면 전당대회 연기는 물론 비대위와 조강특위의 활동기간도 길게 잡아야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6일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초선의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2월 말까지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며 조강특위 활동기한에 대해서도 “12월 중순까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비대위가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이 자리에서 “비대위가 그립을 잡고 혁신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12월 원내대표 경선엔 관여하지 않겠지만 전당대회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리면 역할을 하겠다. 계파 논쟁이 부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미덥지 못했는지 하루 뒤인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초·재선 의원모임 ‘통합과 전진’에선 민경욱 의원의 브리핑을 통해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 “(비대위 주장인) 2월과 (조강특위 측 주장인) 7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혼란스러우니 명확한 로드맵, 일정을 밝혀야 혼란이 없을 수 있다”며 “당협 정비와 향후 일정, 전대 로드맵에 대해 지도부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번 이슈에 있어서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밝혔던 의견이 관철돼야 한다, 존중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라며 일단 비대위 쪽에 힘을 실어주는 자세를 취했는데,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원책 위원의 주장에 대해선 “자기 소신과 입장을 낼 순 있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전체적으로는 우리 비대위에서 모든 사항이 결정되어지는 부분”이라고 못을 박았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사진)은 김병준 위원장과 최근 각종 사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분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사진)은 김병준 위원장과 최근 각종 사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분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자칫 양측 갈등을 한층 격화시킬까 우려했는지 김 원내대표는 “외부 인사들이 우리당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는 것인지 지혜를 모으고 있는 시간”이라며 “비대위를 통해 많은 변화와 쇄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아직 어떤 결론을 갖고 예측하고 논란 벌이는 건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 조강특위 외에도 비대위 향한 ‘압박’ 곳곳 산재

반면 일각에선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일부 표출되기도 했는데, 7일 초·재선 의원모임에 참석한 정용기 의원은 “언제부턴가 의원총회는 이벤트 도구로 의원들 잠시 이용됐다가 끝내고 하는 의총이 됐다”며 “여야정협의체, 선거구제 문제, 아동 보육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의원 의견 수렴하는 것이 없었다. 또 싸우냐는 말이 두려워 자제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에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의총을 통한 의견 수렴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친박계 중진의원들도 연일 비대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우택 의원은 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미래’ 포럼 모두발언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기대하지만 이번 비대위도 여느 비대위와 마찬가지로 전당대회를 잘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좋은 당 대표가 나올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라며 “새 당 대표를 구심점으로 움직여나가는 게 보수를 살려나갈 첩경”이라고 조기 전대를 통한 당권 이양을 촉구했다.

특히 정 의원은 포럼 도중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 사무처 쪽에서 전당대회가 3월도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제 귀에 들린다”며 전대 연기 가능성에 반감을 드러냈는데, 여기에 같은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까지 “전당대회 준비하는 게 급선무”라며 “비대위가 지금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고 당 정비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새 지도부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목소리는 최근 비대위에서 흘러나온 ‘현역 20% 물갈이’설을 의식한 반응으로 비쳐지는데, 물갈이 대상으로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고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도 “50%를 자르든 100%를 자르든 비대위가 아니라 조강특위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각을 세우자 일단 김 위원장은 “20% 컷오프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자칫 내홍이 재발할 것을 우려했는지 지난 1일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한지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아 다시 자세를 낮춘 셈인데, 그럼에도 지난 5일 최병길 비대위원을 통해 “12월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과 복당파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을 만큼 당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당초 기조는 유지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5일 최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 “사견으로 던져놨으니 당내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며 본인과는 선을 그었지만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지난 1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고 할 수 있는 탄핵에 대해 없었던 것처럼, 몰랐던 것처럼,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넘어가선 안 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선 5일 기자들과 만나 “12월 원내대표 선거 앞두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 '비박계 너마저'...보수통합 노리며 '포스트 비대위' 준비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친박계의 행보와 더불어 조강특위와의 엇박자로 비대위가 헤매는 동안 잠행을 이어오던 비박계는 점차 ‘보수대통합’ 군불 떼기에 들어가는 모양새인데, 7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제안했던 ‘박근혜 탄핵 끝장토론’에 대해 “그런 장이 벌어지면 언제든 제 입장을 얘기할 수 있지만 지금 와서 탄핵이 옳았냐 그르냐 말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박근혜 탄핵 관련 입장을 표하라는 친박까지 겨냥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과거에만 집착해 자꾸 과거를 들먹이고 서로 간에 마음을 상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하지 않나”라며 “현재 우리 우파에 제일 중요한 것은 단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화해하고 용서하고 합쳐야 한다. 자기 성찰, 희생을 통해 모두 합쳐야 한다”며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그 전대를 우파 통합할 계기로 만드는 게 가장 좋다”고 밝혔다.

또 이날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자체도 우파 통합을 위한 첫 행보로 해석됐는데, 당초 토론회 축사자에 유승민 의원도 포함돼 이를 계기로 한 김무성과 유승민이란 두 의원의 만남이 보수대통합의 새 불씨를 만들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으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끝내 유 의원이 나타나지 않아 조우는 불발됐다.

이에 김 의원은 “유 대표 보고 싶었는데 안 와서 섭섭하다”고 토로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를 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유 의원이) 내년 되면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전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비박계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도 최근 보수대통합을 화두로 삼아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홍 전 대표는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탄핵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흘러가버린 역사로 박근혜 탄핵 때 ‘누가 옳았나’ 하는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하라”고 일갈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그건 나중에 인물 검증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하나된 보수우파가 아니라 적보다는 아군끼리 서로 총질하는 이전투구 보수를 안고선 우리가 염원하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좌파 광풍시대를 연장시켜주는 현실을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보수통합을 놓고도 각자 그 범위에 있어선 견해가 갈리는 듯한데 홍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을 들어 “좌파를 빨아주는 가짜 우파를 우빨이라 하는데 우빨 행적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양아치들은 통합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들여서도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박계가 이렇다면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한 복기 없이는 보수통합도 어렵다는 입장인데, 홍문종 의원은 지난 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탄핵에 대한) 입장이 다르면 제가 보기에 보수대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렇게 (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어 내년 전대를 앞두고 친·비박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나마 두 진영의 입장이 일치하는 유일한 부분이 있다면 비대위의 조기 종식과 조속한 전대 개최로 안 그래도 힘 빠진 비대위는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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