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990억원·기아차 850억원 등 총 2,840억원 투자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EV) 기반 카 헤일링 서비스 확대

현대기아차 그랩 협력강화 정의선 수석부회장-앤서니 탄 악수ⓒ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현대기아차 그랩 협력강화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우)-앤서니 탄 악수ⓒ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통큰 투자 결정을 내렸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Car Hailing) 기업 '그랩(Grab)'에 현대차 1억7천5백만 달러(1,990억원), 기아차 7천5백만 달러(850억원) 등 총 2억5천만 달러(2,84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투자 규모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치다. 올해 1월 현대차가 투자한 2천5백만 달러(284억원)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총 투자액은 2억7,500만 달러(3,120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EV) 기반의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공유경제 분야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은 그랩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을 신중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O2O(online-to-offline) 모바일 플랫폼이자 차량호출 서비스 및 모바일 결제 서비스 분야의 선두기업이다.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DiDi), 미국 우버(Uber)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8개국 현재 동남아시아 카 헤일링 서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설립 이후 누적 25억 건의 운행을 기록할 정도로 이 분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전략 투자 및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그랩 앤서니 탄(Anthony Tan) 설립자 겸 CEO는 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장에서 만나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함께 내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 주요국에 전기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하고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협력의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자동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 측에 최초 공급한다. 향후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랩 소속 운전자들은 그랩으로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대여해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싱가폴 전기차 모빌리티 연구용)ⓒ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싱가폴 전기차 모빌리티 연구용)ⓒ현대차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충전 인프라 구축, 대중교통 실증사업 추진 등 과감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여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천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사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랩은 최근 싱가포르 굴지의 전력 공급업체인 싱가포르 파워(Singapore Power)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말까지 급속 충전기 30기를 비롯 2020년까지 충전기 총 1,000기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전기자동차의 신흥 허브(Hub)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EV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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