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제3지대론’ 등에 업고 꿈틀

중도개혁세력 대통합 내세운 ‘제3지대론’ 언급···대권까지 노리나?
범여권의 한 축으로 작용하려면 ‘철새정치인’ 딱지부터 떼야



▲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
조용하던 잠룡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997년 대권도전에서 실패의 쓴잔을 마신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이 ‘정치는 타이밍(timing)’이라는 구호로 정치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이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도개혁과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는 새로운 정당이 창당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대동단결을 한다면, 나도 중도개혁·국민통합정당 창당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거 대권이라는 큰 꿈을 꿨던 이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분열을 틈타,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하는 것이란 분석에 힘이 몰리고 있다.

이 의원의 중도개혁과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정당에 참여하겠다는 발언은 자신도 범여권이 추진 중인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범여권의 한 축으로?
이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여권의 붕괴조짐을 지진에 의해 건물이 무너지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여당의 붕괴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낡은 지역패권과 이념에 매달렸기 때문”이라며 “지역패권과 낡은 기득권에 매달린 한나라당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열린우리당의 완전한 파괴를 주장했다. 그는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창조를 위해서라면 잘못된 정치구조는 완전한 파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면서 “지금은 미래지향적인 양당체제로 정치권이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즉, 그는 여당의 완전한 붕괴이후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을 총 망라는 ‘제3정치세력’의 태동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러한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범여권의 혼란을 틈타,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더 나아가 차기 대선에 까지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가 지난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두고 일대일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 전 시장 측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시했지만 지난 1997년 대권 지지율 1위도 해봤던 인물이 현재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인물에게 한 발언이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한 “앞으로 정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지도자를 먼저 구한 뒤 당을 만들려 하면 때를 놓치고 말 것”이라며 “중도개혁주의 세력의 대동단결과 국민통합정당의 건설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 기득권을 거부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가면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는 범여권의 입지가 적은 자신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결국 대권후보 등은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세력대 세력’ 또는 ‘당대당’ 연합을 통해 우선적인 창당을 주문한 것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대권출마를 의식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나가겠다거나 자신이 적합한 후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향후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도 자연스레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
어찌됐든 임종인·최재천·이계안 등 잇따라 탈당해 열린우리당 해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ㆍ국민중심당 등의 중도세력이 결합하는 범여권 중도신당이 모습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철새’ 딱지부터 떼야
문제는 이 의원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에 이어 국중당까지. 그가 경험해 보지 않은 정당은 없는 듯하다. 일각에선 그가 범여권의 한 축으로 대통합에 일조하고 향후 대권까지 바라본다면 ‘철새 정치인’ 딱지를 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