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들, 예상 깨고 바른미래 지역위원장 대부분 신청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발 보수통합론에 흔들리는 듯했던 바른미래당이 잠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다.

다만 보수통합론이 잠시 유예됐을 뿐 한국당에서 완전히 잦아든 것은 아닌데다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여전히 지도부에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과연 당이 위기의 파고를 완전히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논란 됐던 보수대통합론, 한국당 내홍에 유야무야?

자유한국당에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들어온 뒤 그가 거론한 보수통합론으로 바른미래당은 자칫 당이 분열될까봐 손학규 대표부터 지난 1일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은 조그맣게 극우 냉전보수로, 수구보수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지면서 내심 전전긍긍했으나 한국당 내에서 때 아닌 내홍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단 걱정을 덜었다.

한국당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지난달 31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은 “바깥에서 우리에게 보수대통합하라, 왜 뭉치지 못하느냐, 왜 지지도가 안 올라가느냐고 한다”며 “탄핵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우리의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탈당을 주도했던 복당파까지 꼬집어 “당에서 나가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안 한다”며 “반성하지 않고 개선장군처럼 자기 마음대로 그러면 우리 당의 미래,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친박 중진 출신인 정우택 의원은 아예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집 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제가 생각하는 보수통합은 우리 제도권 뿐 아니라 제도권 밖에 있는 인적자원 또는 단체들과 같이 전선을 형성해 다음 총선에서 좌파들과 한판 벌일 수 있는 조직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원은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에 대해 “지금은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면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서도 “현재 시점에선 적당치 않다. 당내에서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라고 밝혀 바른미래당도 끌어안으려는 보수대통합에 대해 시기상조를 이유로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렇듯 여전히 한국당 일각에서 유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자 유 의원을 포함한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설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게 됐는데, 지난달 31일 유승민·이혜훈·지상욱·이학재 의원 등이 의외로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1차 공개 모집하는 데 신청서를 낸 것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 정계개편 우려는 일단 불식

앞서 지난달만 해도 17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바른미래당에서 11명이 빠져나가 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고 발언하면서 긴장수위를 높였던 데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까지 지난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바른미래당의 지역위원장 신청 기간이 어제까지였는데 유승민 의원이나 유 의원과 가까웠던 의원이 신청을 안했다”고 주장하는 등 당을 흔드는 발언들이 당 밖에서 쏟아지면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래선지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바른미래당에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은 팩트가 아니다. 김어준, 박지원, 두 분 정보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오보라고 즉각 정정에 나섰고, 같은 당 노영관 부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박 의원을 향해 “있지도 않은 사실로 여기저기 군불 떼고 싸움 붙이는 게 주특기다. 자기 비전은 없고 늘 남 얘기나 하면서 정치적 몸값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쯤 되면 존경받는 원로로 남을지 아니면 영원히 사이비 정치인으로 남을지 스스로 선택하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대내외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공개된 바른미래당의 1차 지역위원장 모집 실시 결과, 마감일인 10월 31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30곳에 총 159명이 신청했고 ‘정계개편설’은 허언이었다는 듯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 9명은 물론 최근 보수색채를 강조하며 변신을 꾀하는 이언주 의원까지 신청서를 내는 등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신청률은 91%(23명 중 21명)에 달해 잠시나마 보수통합론은 한풀 꺾였고 긴장했던 지도부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1차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1차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를 보여주듯 오신환 바른미래당 조강특위 위원장은 1일 “정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160명에 달하는 지역위원장 후보들이 신청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하며 한국당을 겨냥 “정계개편 시나리오 속에 바른미래당을 종속 변화시켜 원심력을 확대하려는 세력이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근차근 실력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하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현재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중엔 김성식·권은희 의원 2명만 신청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들 역시 의도적으로 신청하지 않았다기보다 국감 때문에 서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이유여서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지역위원장 2차 모집 때 신청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계기로 이전보다 한층 당 결집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원자가 전혀 없는 지역구가 나오기도 했고, 기존 지역위원장 280명 중 재신청을 한 사람이 101명에 그쳤다는 점(재신청률 36.1%)에서 당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히 병존하고 있는데, 비례대표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수민, 김삼화 의원 등 6명은 지역위원장에 지원한 반면 임재훈, 이태규, 채이배 의원 등은 고민하는 등 저마다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 바른미래당, 정체성 놓고 내적 갈등은 계속…‘분당’ 도화선?

급기야 지역위원장 신청을 한 의원 중에서도 당 정체성 문제를 들어 지도부를 정면 비판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보니 앞으로의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실제로 지상욱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만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통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이 정체성을 상실했다”며 “우리는 설렁탕 집이냐? 냉면 집이냐? 어떤 것도 맛이 없다고 하고 손님이 텅 빈 식당이 넓게 느껴지기조차 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현재 당 지도부와 충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구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현재 당 지도부와 충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지 의원은 “작지만 손님이 줄서서 기다리는,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맛집으로 거듭나야 한다. 1월 18일 선언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통합정신과,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합의에 의해 만든 정강정책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국민은 우리가 무엇을 파는 음식점인지, 뭘 하겠다는 정당인지 알게 되고 단골이 되고 팬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단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지적에 그치지 않고 정체성 문제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서도 당 기반을 흔드는 이슈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미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있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과 발을 맞추기로 했던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언주, 지상욱, 박주선 의원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가 1일 의총에서 사법부 자정과 공정한 특별재판부 구성 및 재판 진행을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한 발 물러섰다.

이 뿐 아니라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해임보다는 사과와 해명 쪽에 무게를 뒀지만 지도부 내에서 같은 구 국민의당 출신임에도 권은희 최고위원은 “선수 교체가 답”이라며 한국당처럼 조 장관 해임 쪽에 힘을 실어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해임 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낮다 보니 이 부분이 당장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사안마다 정체성 문제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손학규 대표가 정리에 나서기도 했는데, 평소 ‘중도개혁정당’임을 강조해온 손 대표는 2일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 연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당의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각각 대선 나왔을 때 경제는 진보고 안보는 보수라 했지만 그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문제는 좀처럼 통일되지 못한 채 늘 조정·타협하는 선에서 겨우 봉합하는 ‘위태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현재로선 한국당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당 내홍이 확실히 정리되는 이후엔 정계개편에 다시 나설 수 있어 그 전까지 바른미래당이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매듭짓지 못할 경우 분당 사태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장차 당 노선을 분명히 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끝장토론’을 12월 원내대표 선거 이후 얘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친박계 정우택 의원도 앞서 지난 1일 “보수대통합은 다음 당 대표의 숙제”라고 언급한 데 비추어 최소한 내년으로 넘어가면 이번에 바른미래당이 넘긴 ‘보수대통합’ 압박을 다시 받게 될 것으로 보여 그 전까지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당 지도부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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