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육박하는 반도체 실적 웃지 못하는 삼성전자
D램·낸드 가격↓에 투자 위축 내년 실적 부진 전망
자동차 맏형 현대차 ‘실적쇼크’에 자동차산업 위기론
고질적·고임금 저효율 개선 않고선 경쟁력 회복 어려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상)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 하).[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상)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 하).[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는 쏠림 현상이 해마다 커지고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면 평범한 수준의 실적에 그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최악의 ‘실적쇼크’를 겪으며 휘청거리고 있다.

수출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성장 동력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반도체 하강 국면 삼성전자 실적 부진 전망 나와

2일 재계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57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은 13조6500억원을 달성 전체 영업이익의 77.7%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쏠림 현상은 해마다 심화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이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던 IM부문 실적은 판매량 감소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반도체 고점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신호로 보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는 월간 시황보고서에서 “최근 수급전망으로 볼 때 내년 D램 가격은 최대 20%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11월과 12월에도 D램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D램(PC향·DDR4 8Gb 제품)10월 말 기준 7.31달러로 전달(8.91달러)에 비해 10.7% 하락했다.

D램은 삼성전자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가격 하락 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삼성전자가 2019년 D램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 40K에서 20K 이하로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내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4분기는 부품의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 전망으로 공급 측면에서 업체들의 64단 3D 낸드 공급이 증가하고 PC용 SSD 시장 경쟁이 심화돼, 낸드의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메모리 시장은 계절적 영향에 따라 1분기 업황이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2분기 이후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세로 인해 수급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D램도 2분기 이후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반도체 고점론 우려에 증권사 절반, 삼성전자 주가 하향 조정

이같은 우려대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가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반도체 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하는 데 그칠 것”라면서 “급격한 성장 둔화”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웨스턴 디지털은 최근 NAND 시황을 반영해 도시바와 공동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욧카이치공장 제6제조동(팹6)에 올해 도입 예정이었던 장비를 내년 봄 이후로 연기한다. 이에 자사의 2019년 기존 출하량 계획을 10%~15% 감소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최근 마이크론과의 NAND JV 팹 IMFT의 지분 전량을 마이크론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우려감 때문인지 증권사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내년 하반기나 돼야 반등할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년 만의 DRAM 가격 하락이 반도체 부문 실적 둔화에 영향 줄 것”이라며 “분기 이익 감소는 연초 비수기 진입으로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익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6만원으로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내년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매크로 불확실성까지 겹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고, 빗그로스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며 “글로벌 IT 자이언트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기대와는 달리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4,000원으로 하향했다.

◆노사갈등·경영판단 미스 등 대내외 악재로 경쟁력 잃는 현대기아차

이처럼 D램 및 낸드 가격 하락이라는 대외 변수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으로 우울하다면 현대차는 대내외 문제가 복합적으로 누적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하다. 3분기 삼성전자(26.8%)와 현대차(1.2%)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하면 차이는 무려 22배로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 2012년 삼성전자(14.4%), 현대차(11.6%) 영업이익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것과 대조하면 현대차의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현대차가 기록한 1.2% 영업이익률은 8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로 충격은 컸다.

악화된 수익성으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사 ‘BBB+’로 하향하고 등급전망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향후 1~2년 안에 수익성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이유였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는 모습.[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는 모습.[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대차의 위기는 곧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있어 위기의 경각심을 갖고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해법 중 하나로 고질적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임금과 저효율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자동차산업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것은 임금은 상승하는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어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력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임금 구조에선 R&D투자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임금 구조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일자리’는 완성차5개사 연평균 임금 9213만원의 절반 수준인 연봉 4000만원으로 일각에선 자동차 경쟁력 회복에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지역 사회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대차노조가 극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현대차가 참여할 경우 ‘총파업’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현대차의 고민은 깊다. 현대차로선 국내에서 고임금 구조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며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2년 간 국내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번 ‘광주형일자리’에 현대차가 투자에 나서게 되면 22년 만에 국내 투자이다. 그동안 국내에 자동차 생산공장 건립 투자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고임금으로 인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외부적 요인도 현대차를 괴롭히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외에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세계 시장의 변화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800만대를 판매해 정점을 찍었다. 판매량 크게 늘은 이유가 자동차 업계가 잘한 게 아닌 당시 일본 토요타의 리콜 사태에 이어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 공급망이 끊기고 미국 제너럴 모터스 파산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부진에 빠진 현대차는 시장 판도를 바꿀 카드로 수소차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업계서는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자동차산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소차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 오는 2022년까지 총 2조6000억원 투입해 수소차 1만6000대를 보급하고, 충전소 310기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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