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웃이 실직하면 그게 바로 경기 침체이고, 당신이 실직하면 경기 불황입니다. 경기 회복이란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를 의미하지요.” (Recession is when your neighbor loses his job. Depression is when you lose yours. And recovery is when Jimmy Carter loses his.”)

미국의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의 1980년 발언이다. 대선 과정에서 기자가 '경기 침체와 경기 불황의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비유하면서 경쟁자인 지미 카터를 깎아내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1970년대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률과 물가급등에 시달렸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은 엄청난 악재였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경제 번영을 목표로 정부 지출삭감, 세금 인하, 긴축 통화, 규제완화로 얘기되는 레이거노믹스(ReaganEconomics의 합성어)를 실천했다. 현재 한국 정책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모습이다.

레이거노믹스의 효과가 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전임 민주당 정부의 세금 지출 여파로 1983년 예산적자는 무려 2,360억 달러에 달했고, 그해 실업률은 9.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의 정책은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집권기간인 1981~1989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3.2%, 1974~1981년의 평균치 2.8%1989~1995년 평균치 2.1%에 비해 훨씬 높았다. 집권 기간에 새로운 일자리 1,700만 개가 만들어졌으며, 실업률은 5.5%로 안정됐다.

경제정책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를 수치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 월급과 밥값(물가) 가운데 어떤 게 많이 오르는지 여부다. 월급이 많이 올라도 물가가 더 오르면 말짱 꽝이다.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나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사장님, 재벌 회장님 등 국민 모두가 소비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 잘못돼 소득이 줄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데 세탁소 미용실 마사지샵 한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지 여부다. 경제정책이란 한정된 자원을 우선 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수단이 바로 자원배분의 정보 전달기능을 하는 가격이므로, 가격을 통제하면 100% 실패하게 된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이면 비용 부담이 늘어난 기업은 고용을 줄이므로 청년층을 포함한 예비 근로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할 기회를 잃게 된다. 너무 영세해서 최저임금을 주기 힘든 기업은 지하경제로 숨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은 증가하면서 지하경제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법적으로 보호조차 받기 힘든 처지로 내몰린다.

셋째, 정부가 보조금 뿌리기 즉 세금을 뿌리는 행위는 정책 실패를 의미한다. 세금지원 즉 포퓰리즘 남발은 일하는 것 이상으로 복지를 누리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켜 경제에 독약으로 작용한다. 세금 뿌리기는 지속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정부 표현만 갖고 따져보자.

나라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10개월 연속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기다가 10월 들어서야 경기 회복세를 빼고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와 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美中) 무역갈등 심화, 국제 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고쳤다. 경기 침체의 초입(初入)인지 여부를 놓고 지난 5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한차례 설전을 벌인 사례를 감안하면 대단히 뒤늦은 반성 아닌 반성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표현도 틀렸다는 것. 기획재정부는 곧 이은 국정 감사 업무보고에서 일자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비는 견조하다고 말했다. 2주 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2%나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튼튼하다에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가 1일 국회시정연설에서 경제성장에 세계가 찬탄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울고, 일자리는 사라지며, 투자 감소와 가게 폐업이 줄을 잇는 등 경제 폭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재정이 적극 역할을 해야한다.”며 소득주도성장과 정부주도(세금주도)성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이다. 그러면서 진짜 성장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정부의 구호인 혁신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그리고 선진국들은 모두 실천에 옮긴 노동개혁이나 규제완화 같은 경제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부분이 빠진 것이다. 경제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게 방향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속도를 높이면 더 빨리 망가지게 된다. 그러니 대통령이 말한 함께 잘 사는 나라에 대해 함께 못사는 나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닐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7월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 경제가 한계에 부닥친 이유는 주력세대인 386세대가 경제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정치하는 법만 배운 때문이다지금 상황을 보면 정치가 경제를 옥죄는 구조가 당시보다 더 심각해진 것 같다.

정치는 이념과 철학이 존재하지만, 경제는 이념 철학 가치 정의감 등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좌충우돌 변덕쟁이 리더의 대명사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경우 올해 3분기 근로자 임금이 3.1%나 올라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 호황이 되다 보니 일자리가 풍성해졌고, 기업들은 직원 이직을 막기 위해 임금을 올려준 것이다.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펴는 트럼프 밑에서 진짜 소득주도성장이 실현됐다고나 할까. 덧붙이자면 트럼프는 레이건 같은 명성을 얻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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