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로 경남 사수 밀어부치나

‘김혁규 총리 지명설’ 6.5재보선 경남 힘 실어주기 김혁규 열린우리당 당선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총리불가론’이 거세지고 있어 국회 개원 첫발부터 발목을 잡힐 형편이어서 상생정치 지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김혁규 당선자는 전 한나라당의 공천으로 세 차례나 당선한 민선 경남지사 1호였다. 그러나 지난 15대 대선 전초전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준비와 맞물려 김 당선자도 대선 출마를 시사했었다. 당시 제왕적 총재시절 ‘경남대통령’으로 불리던 김 당선자의 출마 시사는 이 전 총재측에는 ‘눈에 가시’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부터 김 당선자는 당시 지도부나 이 전 총재측 지지자들에게 보이콧 당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지자체 선거 때 공천권을 놓고 ‘주느니 마느니’하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결국 당선이 가장 유력한 김 당선자를 공천하여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 축배의 잔을 들었다. 김 당선자는 이 같은 사건을 통해 한나라당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인식, 비상구를 모색해왔다. 그러던 지난 12월 한나라당의 공천권으로 확보한 경남지사 자리를 내놓고 탈당,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게 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 당선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우는 한편 현정권의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김 당선자가 탈당할 당시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입지는 불안했다. 민주당 의석수보다도 적은 40여석의 소수정당인 데다 정신적 지지자였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등으로 여론에 밀리던 터라 어느 누구도 선뜻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또한 당시는 호남에서조차 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의원들에 대해 배신자로 몰아세우는 분위기였다. 물론 김 당선자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동기에는 한나라당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개인적 입지도 한나라당 탈당의 명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의 집권여당이 되고 노무현 대통령의 김 당선자에 대한 총리 지명설이 부상되면서 한나라당은 ‘김혁규 총리 지명설’에 ‘불가론’을 내세웠다. 한나라당은 김 당선자에 대해 탈당한 배신자라며 경남지사직을 중도에 그만 둬 행정상의 무리와 재.보선을 치르게 된 원인제공자라며 ‘총리 불가론’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6.5 경남지사 재보선에서 패할 것을 염려 앞서 차단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당선자의 총리행설은 6.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결국 한나라당의 진짜 속내는 6.5 재보선에서 텃밭인 경남고지를 지역주의로 밀어부쳐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 당선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공식적인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지만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신.구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김 당선자를 총리로 지명할 것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해소문제를 거론하며 "당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지역에는 현역의원도 부족하고, 정책결정 과정과 당 운영 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며 "따라서 당력이 약한 지역에는 정책적으로 의견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지역의 인재를 중히 쓰고 전면에 내세워 우리당이 전국적인 당 규모를 갖추게 배려해주면 좋겠다"며 "총리 지명 문제는 제게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경남지사 출신인 김 당선자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열린우리당 유인태 당선자는 김 당선자의 국무총리 기용설에 대해 "만약에 그분이 총리로 지명된다면 상생의 정치, 대화의 정치를 하는데 한나라당에서도 좀 반겨야 될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여러가지 능력이나 사람됨됨이가 있었으니까 3번씩이나 한나라당 공천을 통해 경남지사에 당선된 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많은 부분을 총리와 내각에 맡기고, 국회 운영이랄까 정치분야는 당에 맡기고, 주로 중요한 국정과제 부분에 대해서만 챙기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대통령이) 나서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또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문희상 당선자도 "현재 총리가 내치보다 경제를 챙겨야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선호하는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대통령은 김 전 지사가 예전 경남도지사로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외자를 유치하는 등 분권화시대의 실사구시형 지도자로선 최상이고,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당선자는 이어 "대통령이 1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는 공약까지 한 상황에서 152명으로 원내 1당이 된 당이 내세운 후보를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상생의 정치냐"고 반문한 뒤 "상생은 대통령이나 여당이 양보만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여권 핵심인사도 "대통령은 이미 알려진대로 당.청간의 가교역할은 정치특보인 문희상 당선자에게 맡기고, 행정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선 김혁규 위원의 의견을 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 대통령은 집권 1기와는 달리 `한발짝 비켜서서' 사실상 문희상 당선자와 김혁규 위원의 역할 분담을 통해 당.정을 이끌어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같은당 신기남 의장(당시 중앙상임위원)이 한나라당의 `김혁규 비토론'에 대해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다고 배신자니 철새니 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데 어불성설"이라며 "김 전 지사가 여기 올 때는 쉬운 길을 온 것이 아니라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모험을 한 것"이라며 변호했다. 신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김혁규 총리 카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청와대의 기류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이 ‘김혁규 총리 지명설’을 6.5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 경남지사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지향하는 17대 개원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김혁규 총리 불가론’ 주장은 정권 발목 잡기에 불과한 명분 없는 싸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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