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실업자 고용은 회복 기미 없어
자동차 산업 최악 실적 쇼크에 위기론 확산

위기의 한국경제.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사진 / 시사포커스 DB]
위기의 한국경제.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모습이다. 안으로는 내수 한파에 고용 위기에 직면하며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투자위축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경제를 떠받쳤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어 1997년 1MF 이후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에선 한국 경제가 아직은 위기가 아니다며 위기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지표가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위기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감이 있어 한국 경제를 보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론은 최근 실적을 발표한 현대·기아차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의 13%, 수출의 11%를 담당하는 한국 제조업의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경제 위기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차단에 나선 상황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내년에 여러 가지 대외적인 변수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정부만 위기론에 아니다는 반박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현재의 한국 경제를 위기로 보고 있다.

◆한계 직면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 위기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이웃나라 일본 등 호황을 맞고 있는 세계 경제와 달리 한국만 ‘역주행’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완전 고용에 들어서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할 정도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일손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3%대로 완전 고용으로 접어든 상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상황은 한숨만 나온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 정책으로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실패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은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김 부총리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며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을 비친 바 있다. 이미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에서 내년도 고용 사정도 얼마나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내년 최저임금은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이다. 올해보다 인상률이 낮아졌지만 두 자릿수 인상률로 서민층 일자리 위축이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발표한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 대부분이 체험형 인턴 행정업무 지원, 사고 재해예방, 전통시장 환경미화, 교통안전시설물 조사, 전통시장 환경미화, 외국인 불법고용방지 계도요원, 농어촌 생활정비 등 이른바 2~3개월짜리 ‘단기 알바’에 치중돼 있어 ‘언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악의 고용 사정으로 숫자 늘리기에 치중할수록 중장기적 대책이 아닌 땜질식 처방을 내놓아 양질의 일자리보다 질 나쁜 일자리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완성차 업체[사진 / 시사포커스 DB]
완성차 업체[사진 / 시사포커스 DB]

◆제조업 큰 축 자동차 산업 위기론

고용 사정이 좋지 않으면서 제조업에 드리우는 암운도 커진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전선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심상치 않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와 경쟁하려면 생산성 향상에 나서야 하지만 고임금 탓에 갈수록 R&D 투자를 늘리는데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KAMA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9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폭스바겐(7841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보면 2016년 기준 15.2%로 도요타(7.8%)보다 2배 가량 높고, 폴크스바겐(9.5%)에 비해서도 높다. 반면 현대차가 한국 공장에서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015년 기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폭스바겐(23.4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 등과 비교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1.2%,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0.8%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100원 팔아 1원 남긴 것으로 ‘헛장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위기는 자동차 생태계 위기로 번진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 한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 감소는 협력업체 부담으로 가중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1차 협력부품업체 89곳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곳이 영업적자이다.

이런 위기감 때문인지 금융권에서 대출상환을 요구하고 있어 갈수록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1조원 규모로 자동차 부품업체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가동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현장에선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이 뒤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없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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