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 “경찰 수사 시 피해자 처벌 철회 의사 정확히 알아야”

지난 22일 오후 9시40분경 서울 한 병원에서 피해자 A씨의 전 남편 김모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진 / KBS 캡처
지난 22일 오후 9시40분경 서울 한 병원에서 피해자 A씨의 전 남편 김모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진 / KBS 캡처

[시사포커스 / 김경수 기자]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25년간 이어져온 가정폭력 끝에 일어난 비극으로 밝혀져 가정폭력범죄를 ‘반의사 불벌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의사 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를 말한다.

피해자 이모(47)씨는 전 남편 김모(49)씨에게 폭행 당할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추후 보복이 두려워 늘 경찰에 '남편 처벌 불허 의사'를 밝혀왔다.

그때마다 김씨는 풀려나 이씨를 끈질기게 스토킹했고 심지어 이씨 차량 뒷범퍼에 GPS까지 몰래 부착해 동선을 파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보복 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피해자는 가해자를 모르는 일명 ‘묻지 마 폭행’보다 ‘가정폭력’에서 보복 범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현행 가정폭력범여성 죄 처벌 특례법 제9조를 들여다보면 반의사 불벌죄 관련 ‘가정폭력범죄에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가정폭력범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한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라고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의사를 존중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오히려 가정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정폭력 사례 중 남편에 의한 폭력사건이 제일 많다” “이때 경찰에 신고 후 남편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가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철회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처벌 철회 이유 중 남편이 형사처벌을 받게되면 배우자 경제력에 의존하는 가정이라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자녀들의 장래 또한 생각해 눈물을 머금고 억지로 처벌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당국은 피해자가 제시한 처벌 불허 의사를 서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직접 피해자 내면의 여러 정황들까지 조사해 정말 처벌의사가 없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처벌 불허 서류들을 냈는지에 대한 정확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꼭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가정법원을 통해 상담교육, 보호감찰 등을 처분 받아 가해자가 개선될 수 있는 부분들도 충분하니 힘든 것 알지만 피해자와 가정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에 적극적으로 힘 써줄 것”을 부탁했다. 

실제로 2016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41.2%)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29.2%) 신고해도 소용없을 거 같아서 (14.8%) 자녀들을 생각해서(7.3%) 등으로 집계돼 2차 피해 발생 우려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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